국민의힘 3‧8전당대회에서 유력한 당권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김기현·안철수 후보 간 공방전이 보수정당이 ‘금기어’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되는 등 전입가경으로 흘러가면서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가 네거티브와 혼탁 양상에 대해 경고한 게 무색할 정도로 신경전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경기도 용인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 초청 특별강연회’에서 “대선에 욕심 있는 분은 (당대표가 되기에는) 곤란하다”며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치면 탄핵이 우려된다”고 작심 발언하며 선공을 먼저 날렸다
물론 이 연설에서 김 후보가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현재 경쟁 중인 안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대통령 임기가 4년이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다음 대선에 나올 분이 대표가 되면 당에 분란이 생긴다”며 “대권주자로서 차기 공천에 사심이 들어가는 것은 인지상정인 만큼 대권 욕심 없이 당의 안정을 이끌 수 있는 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진영에서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사실상 당이 재기 불능의 위기에 빠졌던 일이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 탄핵은 지금도 금기시되는 상처로 불리는데도 불구하고 ‘윤심’ 후보를 자처하고 있는 김 후보가 선제적으로 탄핵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공세 수위를 올린 것으로 풀이되지만 문제는 전대에 탄핵까지 끌어들이는 게 과하다는 지적이 친윤계 내부에서도 나오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 후보의 이 같은 ‘탄핵’ 발언에 안 후보를 비롯해 이준석계인 천하람 후보까지 일제히 반발하며 각각 “어떤 정신상태이길래 저런 망상을 하나” “당원들을 협박하는 것”이라고 질타하는 등 역공에 나섰다.
안 후보는 지난 12일 자신의 SNS에 윤 대통령의 탈당론을 언급한 신평 변호사를 거론하며 “도대체 두 사람(신 변호사와 김 후보)은 어떤 정신상태이길래 저런 망상을 하느냐”라며 “아무리 패배가 겁난다고 해도 여당 대표를 하겠다는 분이 대통령 탄핵을 운운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아마도 전략적으로 당원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어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어 안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정책비전 발표회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김 후보의) 탄핵 발언은 정말로 문제가 많다”며 “본인이 너무나 조급하고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것 아닌가 한다. 김 후보의 대통령 탄핵 발언에 사퇴 요구까지 할 생각은 없지만 국민들과 당원들께 사과는 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천 후보는 이날 여의도에서 이준석계 후보들과 함께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여당 전당대회에 대통령 탄핵이나 탈당 등 결코 등장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라며 “선거가 중요하고 본인의 지지율이 조급해도 정치에는 금도가 있다. 김 후보에게 좀 더 차분하게 가자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천 후보는 전날 SNS에서 “대통령 탈당, 탄핵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해서 본인이 안 되면 당이 결딴난다고 우리 당원들을 협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 동참한 자리에서 “김 후보는 과거 울산시장을 지냈던 시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가 있을 때 누구보다 앞장서서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분”이라며 “지금 와서 탄핵과 다른 후보를 엮어 당원들을 협박해 득표하려고 하는 모습이 매우 온당하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이런 식으로 협박했을 때 과연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느냐”라며 “총선에서 이런 소거법 정치, 집단 린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있겠나”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김 후보는 울산시장이던 지난 2016년 12월 국회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기자간담회를 열고 “탄핵 가결은 민의를 반영한 당연한 결과”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전당대회 후보들의 윤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두고 용산 대통령실은 안 후보의 ‘윤안연대’ 발언에 대해서는 “무례하다”며 수차례 직격했으나 당내 금기어인 ‘탄핵’ 발언에는 “관여할 일이 아니다”며 딱 선을 긋는 등 선택적으로 반응해 눈길을 끌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