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불씨’를 던지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적극 찬성하고 나선 중대선거구제가 정치권 최대 이슈로 급부상했다.
중대선거구제는 1개의 선거구 안에서 2명 이상을 선출하는 제도다.
1등(1명)만 선출하는 현재의 승자독식 구조인 소선거구제는 다량의 사표가 발생해 대표성이 떨어지고, 양당체제를 강화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중대선거구제 하에서는 제3정당의 당선 가능성도 높아져 현재 영호남으로 나뉜 지역 구도를 극복할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한 언론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대선후보 시절부터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도 같은 날 국회 시무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는 3월 중순까지는 내년에 시행할 총선 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라면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선거법 개정안을 복수로 제안하고 그것을 본회의를 통해 300명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 회부할 것”이라고 밝혀 중대선거구제 논의가 본격화 됐다.
하지만 당장 2024년 4월 총선을 감안할 때 선거법 개정 시한은 오는 4월 10일까지로 채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 실제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두 거대양당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데다 수도권과 지역, 도시와 농촌 의원들 간에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큰 틀에서는 거대양당 체제의 기반이 된 현행 선거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정작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할 경우 현재와 같은 독과점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다는 점에서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중대선거구제는 특성상 ‘정치적 텃밭’에서는 불리하고 ‘험지’에서는 유리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석패하는 경우가 잦은 영남 지역에서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민주당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기 때문에 야당 의원들은 환영하지만 이 지역 여당 의원들은 내심 반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이 신승한 지역이 많은 수도권에서는 국민의힘도 찬성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지역별로 현역의원들 개개인의 입장이 상이해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 회의 후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은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이라 개인적 의견이라도 쉽게 말하는 건 적절치 않을 것 같다”고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당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위원들과 만나 “양당 정치의 폐단보다는 다당제를 지향하기 때문에 중대선거구제로 옮겨갈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해보자는 얘기를 나눴다”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지역구 사정에 따라 입장이 달라 의견을 모으는 게 대단히 어렵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