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성공한 전 대표…새해 신사업 ‘속도’
자산운용부문 사장 신설해 리스크 대응
안정과 도약, ‘두 마리 토끼’ 전략 본격화
삼성생명이 금융당국의 제재로 움츠렸던 날개를 새해에는 맘껏 펼칠 전망이다. 1년간 유지돼온 인허가 제한이 풀려 본격적인 신사업의 닻을 올릴 수 있게 된 것. 더구나 위기 상황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전영묵 대표가 연임에 성공했으며, 동시에 박종문 부사장이 자산운용부문 사장으로 승진해 진용이 한층 두터워졌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몸을 풀고 있는 삼성생명을 들여다봤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삼성생명은 지난 8일 단행한 연말인사에서 전영묵 대표이사의 연임을 확정했다. 전 대표가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위기 상황 속에서도 역대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그의 연임은 예견된 일이었다.
전 대표는 1986년 삼성생명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 삼성증권 CFO(최고재무책임자), 삼성자산운용 CEO 등을 역임하며 샐러리맨 신화를 쓴 전통 ‘삼성맨’이다.
2020년 3월 삼성생명 수장에 오른 뒤부터는 역대급 실적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이 1조4694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으며, 올해도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이 6404억원에 이른다. 삼성생명은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4분기 손익이 6000억~7000억원가량 개선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 대표는 금리상승 및 주가하락에 따른 변액보증손실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삼성생명의 질적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대표는 사업구조 전반을 다시 점검·조정해 리스크 줄이고, 고객 서비스를 강화해 호실적을 거뒀다.
내년에 제재 풀려…미래청사진 본격 실행
내년에도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그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당국의 제재 리스크가 내년엔 종지부를 찍게 돼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삼성생명은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이 암의 직접적인 치료로 볼 수 없다며 입원비 지급을 거절했다가 작년 2월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은 바 있다. 당국의 기관경고가 확정되면 1년간 당국 인허가가 필요한 모든 신사업 분야 진출이 금지되기 때문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새해에는 제재 시한 1년이 만료돼 신사업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삼성생명은 우선 헬스케어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전 대표는 작년 초 신년사에서 “새로운 상품과 혁신적인 서비스로 기존 ‘보장자산’을 넘어 노후 금융자산과 일상적인 건강관리까지 아우르는 건강자산 보장 프로젝트를 새롭게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후 당국의 제재로 계획이 순연된 만큼, 제재가 풀리는 내년에는 차세대 헬스케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투자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플랜으로는 ▲대형 IT기업과의 업무제휴 ▲삼성금융계열사(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간 협업 ▲자체적인 디지털 혁신 등이 거론된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해 1월 헬스케어 플랫폼 사업 확장을 위해 ‘굿닥’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굿닥은 병원 약4000곳과 제휴된 예약 플랫폼으로, 매월 약 150만명이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굿닥의 맞춤형 의료서비스, 헬스케어 이커머스, 축적된 데이터 등을 보험 서비스와 연계해 다양한 신상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 자사 보험가입자를 대상으로 운동·식이·마음건강을 비대면으로 종합관리하는 ‘S-헬스케어’, ‘S-워킹’ 등 건강관리 서비스를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전 대표가 강조해온 건강과 금융·보험을 아우르는 청사진의 일환이기도 하다.
디지털 혁신에도 속도를 낸다. 삼성생명·화재·증권·카드 등 4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동시스템을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이에 따라 현재 각 사 앱에서 제공 중인 서비스를 ‘모니모’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모니모는 하나의 앱으로 각 계열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앱으로, 지난 4월 삼성금융사들의 공동브랜드인 삼성금융네트웍스가 출시했다.
삼성금융의 ‘맏형’격인 삼성생명은 지난 9월 보험금 청구, 보험료 납입, 보험계약대출 신청 등 7개의 서비스를 모니모로 통합했다. 내년에는 총 29개의 서비스를 모니모로 통합해 통합 작업을 마무리 할 예정이다. 삼성화재도 최근 자사 모바일앱에서 제공하던 일부 서비스를 모니모로 옮겨 제공하고 있다.
통합 앱이 완성되면 보험과 카드, 증권 업무를 하나의 앱에서 처리하게 됨은 물론 각 회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 추천이 가능해진다.
헬스케어·디지털 혁신…전영묵號 새로운 도전
이런 가운데 최근 내부조직 체계가 대폭 강화돼 주목된다.
삼성생명은 이번 정기인사에서 박종문 금융경쟁력제고TF장(부사장)을 자산운용부문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로써 삼성생명은 명실공히 13년 만에 최고경영자(CEO)와 자산운용부문 사장을 두는 2인 사장 체제로 변신했다. 삼성생명이 자산운용부문 사장을 따로 임명한 것은 박 사장이 세 번째다.
업계에서는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인재를 통해 복합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박 신임 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생명에서 경영지원실 담당 상무, CPC(고객·상품·채널)전략실장 전무, 금융경쟁력제고TF장 등을 지낸 금융 전문가다. 삼성생명은 박 사장 임명에 대해 “불확실한 금융환경에 대응하고 미래 준비에 집중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조직 혁신은 전영묵표 신사업 추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 대표가 최고경영자로서 헬스케어·디지털 등 미래먹거리를 개척하고, 박 신임 사장은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금리인상 악재 속에서 안정적인 자산운용에 집중함으로써 신사업과 위기극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 잡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전 대표는 “보험산업의 근간인 인구는 감소하는 가운데 손해보험사는 물론 빅테크사까지 경쟁에 가세해 치열한 힘겨루기가 전개되고 있다”며 “상생, 소통, 가치, 도전, 정도(正道) 등 5가지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2030 중장기 혁신전략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