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치솟아 예대마진 크게 늘어
새해도 이자이익 증가로 실적 청신호
‘거저먹기식’ 이자장사에 비판 목소리
‘가계부채 시한폭탄’ 막는게 우선돼야
은행업권은 말 그대로 ‘호황’이다. 경기침체 속 외려 눈부신 실적을 올리며 ‘나 홀로’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것. 하지만 결국 ‘이자 장사’라는 거센 비판도 받고 있다. 새해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까. (CNB뉴스=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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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KB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는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기염을 토했다.
신한금융그룹(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투자증권, 신한라이프, 신한캐피탈 등)의 2022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1.2%가 늘어난 4조3154억원을 시현했다.
KB금융그룹(KB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푸르덴셜생명 등)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조27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2555억원) 증가했다.
하나금융그룹(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캐피탈, 하나카드, 하나자산신탁 등) 역시 3분기 누적 연결당기순이익이 2조84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1678억원) 올랐고, 특히 우리금융그룹은 3분기 누적 2조6617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도 연간실적을 훌쩍 넘어서 버린 사상 최고 성적이다.
이 같은 4대 금융지주들의 실적 행진을 견인한 핵심 주력사는 역시 은행이었다. 수익에 있어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각 지주 은행들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을 살펴보면 신한은행 2조5925억원(전년비 21.7%↑), KB국민은행 2조5506억원(전년비 15.9%↑), 하나은행 2조 2438억원(전년비 15.2%↑), 우리은행 2조3735억원(전년비 19.5%↑) 등으로 역대급 성과를 보였다.
호실적 배경은 아무래도 이자이익 상승에 방점이 찍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은행을 포함해 농협·DGB·BNK·JB·SC·씨티·산업·기업·수출입·수협은행 등 국내 은행이 3분기까지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총 40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33조7000억원 대비 무려 20.3%나 폭증했다.
이는 대출채권 등 운용자산이 지속적으로 증가(10.5%↑)하고, 순이자마진(NIM)도 1.59%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0.15%포인트 오름에 기인한다.
새해에도 핵심 수익원은 ‘이자 장사’
은행업권의 호황세는 새해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전망은 나쁘지 않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일단 내년도 가계대출 수요는 주택시장 침체 및 주식 등 위험자산 부진으로 인해 상당히 낮아지고, 가계대출과 상관관계가 높은 개인사업자 대출도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리스크 요소가 줄어들게 된다는 의미다.
기업대출의 경우 대기업 및 중소법인은 새해에도 유동성 확보를 위한 대출수요가 커, 특히 대기업은 회사채 금리상승으로 인해 은행대출 수요가 견조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국내 은행의 2023년 대출 증가율은 올해(5%대)보다 둔화한 4%대에 머물 것으로 봤다.
순이자마진은 올해보다 올라간 1.73% 수준으로 제시했다. 시장금리가 2022년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올라 하반기에 상승세가 가속화된 점을 고려하면, 대출금리는 내년 상반기부터 시장금리 상승을 충분히 반영한다는 것.
조달금리는 2023년부터 시장금리 상승이 둔화되면서 대출금리 상승 폭 만큼은 오르지 않으면서 순이자마진이 다소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국내 은행의 2023년 이자이익은 올해보다 늘어난 59조원, 당기순이익은 18조5000억원으로 2022년 수준(18조1000억원)을 유지할 전망이다.
즉, 이자이익은 NIM 확대와 대출 자산증가로 견조한 성장을 보이겠지만, 실물경기 부진 및 대출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한 대손비용(2022년 6조6000억원→2023년 9조1000억원원)이 늘어나 당기순이익 증가를 억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비슷한 시각이다.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NIM 개선은 지속되겠으나, 대출 증가율은 축소되고 대손비용 증가로 수익성은 하락, 내년도 은행업은 소폭 둔화에 그칠 것으로 예견했다.
한국투자증권에서는 여전히 이자이익이 견인하는 증익 흐름이 이어진다며 2023년 연중 NIM은 2.02%로 전년 대비 13bp 오를 것으로 봤고, NH투자증권도 은행 핵심 수익인 이자이익은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양호한 모습을 나타내면서 은행계 금융지주의 지배순이익 및 배당수익률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메리츠증권에서는 달라진 은행들의 체력을 고려할 시, 내년 경기침체가 발생하더라도 대손비용률 상승은 과거 유사 상황과 비교해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그들만의 잔치에 따가운 시선
한편, 이 같은 은행권의 막대한 이자 이익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기준금리 상승기에 은행권이 별다른 노력 없이 손쉬운 예대마진(예금-대출 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경기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이자 장사’를 통해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는 2020년 12월에 연 2.79%였으나 지난해 12월 연 3.66%였다. 올해에는 8월에 4.76%, 9월에 5.15%로 5%를 넘겼고 10월에는 5.34%까지 치솟았다. 기업대출 역시 올해 8월 4.46%, 9월 4.66%, 10월 5.27%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예대금리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10월말 잔액 기준 총수신금리는 연 1.92%, 총대출금리는 연 4.38%로 각각 전월 대비 0.26%포인트 올랐다. 총대출금리와 총수신금리 차 즉, 국내 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3분기 말 잔액 기준 2.46%포인트로 2014년 2분기 2.49%포인트 이후 8년 만에 최대 수준이었다. 예대금리차는 2020년 12월에 2.05%포인트, 2021년 12월 2.21%포인트였다.
이처럼 대출금리가 치솟아 ‘이자 폭탄’이 떨어지고 있어 예대마진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개입이 시장의 왜곡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이자수익이 늘어난 것은 그동안 축적된 대출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CNB뉴스에 “대출금리가 너무 올랐다며 막막함을 호소하는 금융소비자들의 상담이 쏟아지고 있다”며 “수입이나 소득이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생계에 고통을 받는 취약차주들에게 개인 능력으로 해결하라며 마냥 방치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사무처장은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잘못 건드리는 경우 도미노 붕괴로 이어진다”며 “고위험에 놓인 채무자들에게 금리를 감면해주고 채무조정을 하든 시급하게 조치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빚을 갚아 나갈 수 있도록 은행권과 정부가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CNB뉴스=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