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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서 영감 얻다…신간 ‘파이낸셜 스토리 디자인’에 얽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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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2.12.13 09:42:31

최태원 회장의 ‘파이낸셜 스토리’ 이론 구체화
두 작가, 기업에 매력적 스토리 입히는 법 소개
“숫자는 과거일 뿐…미래는 스토리로 공략해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스파크랩 주최로 열린 데모데이 행사에서 토크콘서트를 하고 있다. 최 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파이낸셜 스토리’ 경영이론을 설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든 최고경영자는 직접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국내 기업인 중 최초로 도입한 경영이론인 ‘파이낸셜 스토리’를 구체화한 서적이 지난 9일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기업혁신의 전도사’로 불리는 최 회장이 만든 신조어다.

최 회장은 2020년 SK그룹 CEO 세미나에서 이 용어를 처음 언급하며 “매출액, 영업이익 등 재무성과 중심의 기업가치 평가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각 관계사가 만든 스토리에 시장의 신뢰, 사회의 공감이 더해질 때만 기대 수준을 넘는 기업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최고경영자는 직접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기존 재무성과에 더해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이 담긴 성장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공감을 이끄는 전략을 뜻한다.

예를 들어, SK그룹은 최근 ‘2030년까지 전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2억톤)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최 회장은 이 과정에 ‘파이낸셜 스토리’를 제안했다. 각 계열사 별로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이를 SK의 첨단 기술력과 어떻게 연계해 성과를 낼 것인지를 구체적인 스토리로 구현해달라는 것.

한마디로 최 회장은 ‘파이낸셜’과 ‘스토리’라는 이질적인 두 단어의 조합을 제시함으로써 목표와 실행 사이를 잇는 가교를 만들어 낸 것이다.
 


“투자자들은 숫자 이면의 성장 스토리 주목”



이런 가운데 국내 금융투자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두 사람의 경제전문가가 최 회장의 경영철학을 보다 이해하기 쉽게 만든 책을 펴내 주목받고 있다.

20여년간 수많은 오피니언리더들을 상대해온 정세현 경영컨설턴트(티볼리컴퍼니 대표)와 기업 M&A 및 금융 관련 취재를 수년간 해온 조세훈 전 ‘더벨’ 기자가 힘을 모아 <파이낸셜 스토리 디자인>(월요일의꿈 펴냄)을 출간한 것.

‘숫자는 과거를 보여주고, 스토리는 미래를 말한다’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새로운 기업평가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의 총체적인 이론서로 불릴 만하다.

 

CNB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저자 정세현 대표. (사진=도기천 기자)

저자들은 우선 ‘스토리텔링’과 ‘스토리 디자인’을 구별한다.

정 대표는 12일 CNB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토리텔링이 마케팅이라면 스토리 디자인은 전략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스토리 디자인을 그리는 법을 알려주는 해설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전 기자는 “사모펀드 대표들은 자신들이 숫자 이면의 성장 스토리에 주목한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나에게 강조했다. 이렇듯 스토리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지만 정작 ‘파이낸셜 스토리’를 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책에서는 저자들이 개발한 스토리 디자인 전용 템플릿 ‘스토리 캔버스’를 기반으로 매력적인 스토리를 입히는 방법을 여러 사례를 통해 상세히 설명한다.

가령, 음원 인기 차트를 역주행하며 가요계를 정복한 여자 아이돌 그룹 ‘브레이브걸스’와 ‘EXID’의 성공 공식에는 묘한 교집합이 존재한다. ‘유튜브’라는 미디어 환경, 군부대 행사, 메이저 기획사 소속의 경쟁자들, 큰 반응 없었던 데뷔 무대, 포기하지 않는 근성 등이다.

정 대표는 “요즘 인기있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만 봐도 실력에 더하여 스토리가 있는 캐릭터 발굴에 공을 들인다”며 “배관공이지만 노래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가수 지망생, 심사위원으로 독설 어린 평을 날리다 잃어버린 초심을 찾겠다고 참가자로 내려온 힙합 가수, 오래전 다툼으로 인한 갈등을 합동 공연 무대를 준비하며 화해하는 댄서 등은 모두 사람들이 공감하기 쉬운 플롯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세현·조세훈 두 작가가 만든 스토리 캔버스 개념도.
 

스토리의 키워드는 ‘창의성·혁신·설득력’



예리한 이성과 차가운 숫자만으로 승부가 날 것 같은 기업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데카콘 기업(기업가치 10조원 이상 기업) 대열에 합류한 쿠팡의 경우, 수년째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당일 배송 시스템 구현으로 e커머스(전자상거래) 혁명을 가져왔다. 저자들은 쿠팡의 성공비결 역시 스토리에 있음을 강조한다.

“쿠팡이 전통 유통 기업 신세계,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을 제치고 가장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이유는 미래를 이끌어나가는 ‘성장 서사’가 의도된 적자라는 타이틀로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데 있다. 외형과 숫자가 아닌 미래의 성장 서사가 곧 기업 가치인 시대이다.”

기업 가치 평가의 대가이자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재무학 교수인 애스워드 다모다란은 숫자로만 평가한 기업의 가치는 반쪽짜리에 불과하고 이에 기반한 투자 의사결정 또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행동경제학의 석학인 예일대학교 로버트 쉴러 교수 또한 스토리의 힘에 주목한다. 쉴러 교수는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열광한 이유는 ‘고루한 관료주의자들의 반대편에 있는 멋지고 근사해 보이는 대도시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 대표는 특히 스토리 구현에 있어 리더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조직의 리더는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행동(투자)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하기에,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최태원 회장이 모든 경영인은 스스로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정세현·조세훈 공저 《파이낸셜 스토리 디자인》표지.

저자들은 책에서 스토리 디자인의 여러 사례들과 함께 파이낸셜 스토리를 만드는 8개의 플롯을 제시했다. ▲초라한 시작에서 비범한 성장으로, ‘미운 오리 새끼’ ▲고난 끝에 성공 신화, ‘신데렐라는 있다’ ▲천방지축들이 합심하여 우승을 만드는 플롯 ▲갈등과 협업으로 완성되는 버디물 ▲험난한 여정에서 보물찾기 ▲거대 세력과의 싸움, 언더독에 대한 응원 ▲나의 뿌리 찾기 ▲억울함에 대한 복수 플롯이다.

정 대표는 “이제는 매년 엄청난 변화가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기업은 아예 없어질 수도 있다”며 “그렇기에 어떤 기업이 살아남고 지속성장이 가능한지 설득하는 과정이 기업 생존에 매우 중요해졌다. 스토리를 중심에 놓는 경영이 과거에는 선택 사항이었다면 이제는 필요충분조건이 됐다”고 강조했다.

“매력적인 기업은 사실 나열식 서사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숫자 이면에 보이는 패러다임 변화와 이를 관통하는 사업 아이템, 인력들의 창의성 등이 맞물리면서 설득력 있는 스토리로 재탄생한다. 어찌 보면 사기꾼과 혁신가 사이를 줄타기하는 듯 보이지만, 이 고개를 넘으면 막대한 투자금으로 꿈이 현실이 되는 일이 나타난다.”(저자 ‘서문’ 중에서)

(CNB뉴스=도기천 기자)

 

 

● 지은이

정세현
20년 경력의 경영컨설턴트이다. 삼일PwC, IBM 등을 거쳐 현재 컨설팅 자문사 티볼리컴퍼니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연세대학교와 영국 노팅엄 트렌트 대학교(Nottingham Trent University)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LG, SK 등 대기업에서 강연과 워크숍을 통해 임직원들의 전략적 사고 함양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이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을 상대로 자문업무를 하고 있다. 프로젝트 수행 중 목격한 비즈니스와 스토리의 접점에 착안해 책을 기획·집필하게 됐다. 경영 우화 《사파리》, 사내정치를 다룬 《당신은 정치력이 있습니까》, 음모론 소설 《더 픽서》(전2권) 등을 집필했다.

조세훈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스핌〉을 거쳐 자본시장 전문매체〈더벨〉에서 금융부, M&A부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카카오에서 일하고 있다. 3년간 인수합병(M&A)시장과 사모펀드를 취재하며 기업의 가치평가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상세하게 지켜봤다. 많은 투자자와 기업인들을 만나며 기업마다 지닌 성장 스토리가 기업 성장의 성패를 나누는 척도임을 알게 됐다.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책을 집필했다. 저서로는 공저 《100조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264쪽/ 2022년 12월 9일 발행/ 월요일의꿈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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