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2.12.06 10:56:32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차기 당대표 조건으로 수도권과 MZ세대(20·30대)의 표심을 이끌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최근 대구 수성대에서 열린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 토론회에서 “지역구 의석의 절반이 수도권인 만큼 (차기 당대표는) 수도권에서 (총선) 대처가 되는 대표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길 수 있고 MZ세대에 인기가 있으며 공천 잡음을 일으키지 않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원내대표는 현재 당권주자로 분류되고 있는 권성동, 김기현, 안철수, 윤상현, 조경태 의원을 비롯해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황교안 전 대표,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당대표에 출마했거나 출마가 예상되고 있지만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확신이 있는 사람이 안 보인다는 게 당원들의 고민”이라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가 공개 석상에서 당권 주자들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발언으로 차기 당대표의 조건으로 ‘수도권 확장성’을 꼽는 당내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인 가운데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근 당내에서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말 ‘윤핵관 4인방’ 및 당 지도부 만찬 회동 이후 전당대회 시간표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대구에서 5선을 한 주 원내대표가 수도권 출신의 당대표를 강조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차기 당 대표 조건과 관련해 실명이 포함된 구체적인 언급이 현 지도부를 통해 돌출하면서 당 안팎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6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통령실과의 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당권 주자들에 대해 쓴소리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제3의 당대표 후보가 언제든 나올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주 원내대표는 기자들이 ‘차기 당대표 관련해서 MZ세대에게 지지를 얻을 인물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한동훈 법무장관을 의미하는 것이냐’고 묻자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다”라며 ‘한 장관 당대표 차출설’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두 번 관저를 갔다 왔다. 주 원내대표는 아주 신중하신 분이다”며 “지금 당대표로 나온 사람들 성에 차지 않는다. 한 장관은 당 대표에 나오지 않고 내후년 총선에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기류가 바뀌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현재 당권주자 후보군 중에서는 안 의원이 출신은 부산이지만 수도권에서 주로 정치 활동을 펼쳐왔고 윤 의원과 나 부위원장 등도 수도권에 각각 기반을 두고 있는 반면, 권 의원은 강원 출신이며, 김·조 의원 등은 영남에 기반을 두고 있어 특히 영남권 주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성남 분당갑에 지역구를 둔 안 의원은 최근 자신의 SNS에 “변화를 상징할 수 있는 사람, 뚝심을 갖고 한국 정치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온 사람, 수도권과 중도와 젊은 세대의 지지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당의 얼굴이 돼야 유권자에게 변화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찬성했다.
그리고 인천 출신인 윤 의원도 SNS에 “전적으로 (주 원내대표 발언에) 동의한다”면서 “보수층 지지만으로 이길 수 없다. 중도와 2030 세대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수도권 민심을 아는 대표가 나와야 한다. 선거전략을 아는 대표가 나와야 한다”고 역시 맞장구를 쳤다.
또한 충청 출신인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지난 5일 비대위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상식·공정·정의의 가치를 바탕으로 시시비비를 가려내는 MZ세대, 젊은 세대들에게 공감하는 그런 지도부가 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차기 지도부 역시 MZ세대, 미래세대, 새로운 물결에 공감하는 지도부가 탄생하길 바란다”고 주 원내대표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울산 출신인 김 의원은 SNS에 “지역주의에 편승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지난 네번의 총선 결과를 보더라도 최소한 수도권 당 대표를 내세워야 총선에서 승리한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반박했다.
부산 출신인 조 의원도 지난 5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주 원내대표를 향해 “당원들이 봤을 때는 원내대표가 성에 차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한다”면서 “자꾸만 편 가르기 하는 느낌을 주는 것은 저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직격했다.
한편 주 원내대표는 ‘성에 차지 않는다’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당원들이 그런 얘기를 하는 것 아니겠느냐. 제가 성에 차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은 아니다”라고 거듭 해명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