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포집 등 친환경 신기술 ‘총력’
사우디기업과 손잡고 수소 시대로
개발도상국 돕는 나눔활동도 활발
ESG평가서 최다·최고 ‘우수’ 기록
국내 4대 정유사 중 하나인 에쓰오일(S-OIL)이 글로벌에너지 기업답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보폭을 넓히고 있어 주목된다. 대주주인 사우디 기업 아람코와 석유화학 신기술(TC2C), 저탄소(lower carbon) 에너지 연구개발(R&D) 등 매머드급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국내 생산공장은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친환경설비로 바꾸고 있다. 이미 가시적인 성과도 상당하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포부는 점차 현실로 다가온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에쓰오일은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와 함께 4대 정유사로 불린다. 1976년 쌍용양회가 이란국영석유공사(NIOC)와 5:5 합작으로 설립한 한국이란석유주식회사가 회사의 기원이다. 이후 쌍용정유주식회사가 되었고, 국내 여러 곳에 정유공장을 세우며 한때 ‘쌍용 신화’를 창출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위기에 몰린 쌍용그룹이 사우디 기업 아람코에 지분을 매각해 이때부터 아람코가 최대주주가 됐다.
이처럼 에쓰오일은 태생 때부터 지금까지 정유·석유화학제품의 제조·판매·수출입을 영위해온 기업이다. 더구나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와 연계해 시너지를 내고 있어 존재 자체가 ESG의 ‘E(환경·Environment)’에 해당된다. 에쓰오일의 에너지 혁신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단 지금까지의 ESG 성적표는 동종업계에서 가장 우수하다.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에서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우수기업상을 9회나 수상해 국내 상장사 중 최다 수상 기록을 세웠다.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평가에서도 2010년부터 12년 연속으로 DJSI 월드 기업에 선정됐다. 이런 기록은 아시아 지역 정유사 중 에쓰오일이 최초이자 유일하다.
이밖에도 국내 대표적인 기업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신용평가의 녹색채권 인증평가에서 최고등급인 ‘그린(Green) 1’을 획득해 ESG 채권 발행 때마다 완판 기록을 세웠다.
‘그린비전 2050’ 국내·해외 양날개 펼쳐
에쓰오일은 크게 국내와 해외, 양대 축으로 ESG를 실행하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을 도입해 지속가능한 투명경영을 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에쓰오일은 기업 특성상 이 중에서도 ‘E’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국내에서는 지난해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해 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의 기본 정책, 전략, 로드맵을 체계적으로 평가·관리하고 있다. 전략관리총괄 사장이 ESG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경영전략본부장 ▲관리·대외부문장 ▲안전환경부문장 ▲공장혁신·조정부문장 ▲Treasurer ▲준법지원인 등 총 7명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분기마다 정례회의를 열어 ESG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 평가,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에쓰오일은 정부의 탄소배출 넷제로(net zero)에 호응해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그린비전 2050’을 전사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8년 온산공장 연료를 LNG로 전환했으며, 작년에는 대기오염물질 배출 저감을 위한 친환경설비인 유증기 소각설비와 잔사유 수소 첨가 탈황설비 신·증설 공사를 완료했다.
잔사유 수소 첨가 탈황설비는 원료인 고유황 잔사유를 고온·고압의 반응기에서 수소 첨가 촉매 반응으로 불순물을 제거해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환경친화시설이다. 이번 증설로 잔사유 처리량이 하루 3만4000배럴에서 4만배럴로 18% 증가했다.
유증기 소각설비는 저장 탱크에서 배출하는 유증기를 포집, 완전 연소해 유해물질의 대기 배출을 방지하는 친환경설비다. 저장 탱크 19기 등에 설치된 배출시설을 개조해 총7㎞의 배관을 새로 설치했다.
“기후변화를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에쓰오일은 중소기업과의 친환경 분야 상생에도 힘쓰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최근 온산공단 내 산업용 가스 제조 업체인 동광화학과 사업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에쓰오일은 수소 제조 공정에서 배출되는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포함된 부생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동광화학에 공급하고, 동광화학은 탄소포집 기술로 부생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뽑아내 산업·식품용 액화탄산과 드라이아이스를 생산한다. 이를 통해 에쓰오일은 연간 20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에쓰오일은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인 GRI 표준(Global Reporting Initiative Standards)에 따라 2008년부터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매년 발간하고 있다. 지난 7월 발행된 15번째인 보고서에는 ESG경영과 관련된 27개 이슈가 담겼는데, 모두 이해관계자인 C.E.O(고객·임직원·주주)의 관심이 높은 사안들이다. 또 보고서에 담긴 성과 지표는 변화 추세를 파악할 수 있도록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의 자료를 담았다.
한편 해외에서는 그린·블루 수소 등 친환경 수소 생산과 관련된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 및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다양한 사업 모델을 발굴해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대주주인 아람코와 석유화학 신기술(TC2C), 저탄소(lower carbon) 에너지 연구개발(R&D), 대체 에너지 벤처 투자 등을 공동 진행키로 한 것. 양사는 올해 초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양국의 에너지산업 관련 정부 관계자와 경제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친환경 수소와 암모니아를 국내에 들여와 저장·공급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이와 관련된 각종 연구개발(R&D)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수소 생산 및 탄소포집과 관련된 신기술 개발, 탄소중립 연료인 이퓨얼(물을 전기분해로 얻은 수소에 이산화탄소와 질소 등을 합성한 연료) 연구,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개발 등이다.
지난 8월에는 한국-사우디 합작기업인 에프씨아이(FCI)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수소 연료전지 연구를 통한 사업화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암모니아 분해를 통한 수소 생산공정 개발, LNG·LPG·암모니아·수소 등 연료 맞춤형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제품 기술, 연료전지를 활용한 이산화탄소 포집과 재이용 기술 등이 연구 대상이다. FCI는 연료전지 기반으로 청정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40여건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이같은 에너지 기술혁신 노력 외에 글로벌 사회공헌활동에도 열심이다. 2019년부터 미얀마에 고효율 쿡 스토브를 무상 보급해 연간 1만톤 가량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했고, 지난해에는 방글라데시의 청정개발체제(Clean Development Mechanism) 사업체인 ‘글로리엔텍’에 투자해 연간 1만3000톤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함과 동시에 현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달에는 월드비전 본부에 방글라데시 식수 위생사업 후원금 700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CNB뉴스에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을 위기가 아닌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친환경 에너지사업 등을 핵심과제로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며 “ESG 경영의 일환으로 스타트업 기업과의 협력, 개발도상국 주민의 삶의 질 개선 등에도 더 많은 투자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