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자유 민주주의에 공감하면 진보든 좌파든 협치하고 타협할 수 있지만,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데 이어, 여권도 연일 야권을 겨냥한 ‘이념 공세’를 펼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방컨벤션센터에서 취임 후 첫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초청 오찬간담회’를 진행한 자리에서 “나라 안팎으로 경제가 어렵고 안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이런 때일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확신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이같이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북한발(發) 안보 위기가 점점 고조되는 상황에서 강경 보수 스탠스로 핵심 지지층을 결집, 지지율 반등 동력을 마련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때마침 국민의힘도 문재인 정부 당시 벌어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본격화에 발맞춰 야권의 대북·안보관 등을 겨눈 파상 공세를 연일 펼치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실과 여당이 ‘주파수를 맞췄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지난 19일 논평에서 “북한의 ‘화전양면’ 전술에 기꺼이 응하고 신기루와 같은 종전선언을 위해 대한민국을 뿌리부터 흔든 세력들이 있다”며 “지난 5년간 대한민국을 망친 검은 그림자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며 야권과 전 정부를 겨냥했다.
여기에 더해 당 대표 출마를 앞둔 국힘 주자들도 지지층 결집을 위해 색깔론에 가세하고 나섰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민주당의 주류인 586 세력의 이념은 무엇인가. 왜 문재인 대통령은 5년 내내 욕설을 퍼부은 김정은 김여정 남매에게 고개 한번 들지 못했느냐”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기현 의원도 자신의 SNS에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친북 성향의 대북관을 가진 ‘안보 불감증 3종 세트’”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역시 차기 당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이른바 ‘원조 윤핵관’으로 알려진 권성동 의원은 “젊은 시절 ‘반전반핵 양키고홈’을 외쳤던 운동권 세력이 정치권에 들어와서 무엇을 했느냐”며 “만약 국가보안법조차 없다면 어떻게 되겠나. 통진당의 이석기 같은 자들이 여전히 국회의원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당과 대통령실이 ‘친북·종북’, ‘주사파’, ‘좌파 이념’ 등 과거 색깔론 공세를 떠올리게 하는 강경 발언들을 쏟아내자 당내에서는 중도층 확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힘의 한 당협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종북주사파’ 발언을 두고 “굳이 왜 저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당도 전반적으로 굉장히 우클릭하는 메시지들이 많이 나오는데 (정부에 대한 지지가) 감소한 유권자층을 대충 분석해 봐도 상대적으로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이 많아 이대로 간다면 도로 한국당보다 더 못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당협위원장도 21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21대 총선 참패 이후 ‘태극기 부대’로 대표되는 극우 세력과 결별을 선언하고 중도 확장을 지향했던 모든 노력이 사라질 수 있다”며 “강경 보수층이 듣고 싶은 말만 한다면 ‘영남당’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1대 총선 참패후 비대위를 결성해 태극기 세력과 결별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 다시 돌아간 것”이라며 “지금 현실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철 지난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이렇게 가면 총선도 다 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