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효과’로 건강 관심 높아지자
제약사들, 유튜브 콘텐츠로 구독자 늘려
웹드라마·아트 콜라보·게임영상 등 다양
숏폼 콘텐츠 익숙한 MZ세대 반응 좋아
“남자의 고독은 선택이다.”
가을에 어울리는 이 말은 한 제약사가 만든 웹드라마 속 대사다. 요즘 제약사들은 웹드라마 뿐 아니라 아트 캠페인, 영화제 영상 등 개성이 강한 콘텐츠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이를 담아내는 공간은 유튜브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제약사들의 유튜브 콘텐츠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의학 정보뿐만 아니라 재미도 잡으면서 소비자와 소통하는 메신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광동제약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5만 9000명(10월 13일 기준)을 넘었다. 광동제약은 ‘광동 TV’라는 시리즈를 통해 자사 제품을 활용한 모히또나 마들렌 등 다양한 식음료를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제공하고 있다. ‘경옥고’ ‘비타 500’ ‘옥수수수염차’ ‘제주 삼다수’ ‘헛개차’ 등 인기 제품의 CF와 메이킹 필름도 재미있다.
‘광동 프릭스’ 코너도 있다. 광동제약은 e스포츠 프로게임단인 ‘광동 프릭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 LoL) 팀이 활동하는 모습과 e스포츠 음료인 ‘온 더 게임’을 시음하는 영상 등이 눈길을 끈다.
동아제약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2만 3000명 수준. 동아제약은 ‘박카스 29초 영화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대상을 받은 국범근 감독의 작품은 어두운 식당에서 일하는 평범한 소시민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오쏘몰 이뮨 아트 캠페인’은 미술을 다루고 있다. 이 캠페인은 ‘이상적인 에너지, 이례적인 시간’을 슬로건으로 하는데, 라이브 드로잉으로 유명한 김정기 화백 등 작가 40명의 작품을 콜라보레이션 영상으로 담았다. ‘[新드롬보고서] 현대인이 겪는 신종 증후군’ 시리즈는 감각적인 영상으로 프레임강박증, 결정증후군 등에 대해 의학 정보를 전달한다.
보령(옛 보령제약)의 유튜브 채널 이름은 ‘어서 와 보령’이다. 구독자가 1만명에 달하는데, 의학 정보에 대한 콘텐츠가 많다. ‘닥Q멘터리 : 보령이 알려주는 건강 이야기’ 코너는 만화 스타일의 그림과 함께 의사들이 의학 지식을 전달해준다. ‘암유어닥터 : 암 전문의에게 직접 물어보령’ 시리즈는 암 전문가가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암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풀어준다.
‘보령 의사 수필문학상’ 낭독 영상도 인상적이다. 의사가 직접 쓴 수필을 래퍼에게 들려주거나, 췌장암 말기 환자를 만난 사회초년생인 레지던트, 방광암 환자를 돌보는 의사의 이야기를 부드러운 영상과 음악으로 접할 수 있다.
유한양행의 유튜브인 ‘건강의 벗’은 구독자가 12만 1000명에 이른다. 우선 ‘건강 백과사전’은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강황과 참깨 등 식재료의 효능에 대해 알려주고, ‘닥터유의 건강 이야기’ ‘약은 김 약사’ ‘치과의사 이수진’은 의사와 약사들이 의학 지식을 영상으로 전달한다.
‘건강의 벗’은 힐링 콘텐츠에도 집중하고 있다. ‘힐링로그’는 제주도 바다와 비가 내리는 숲속 풍경을 조용한 음악과 함께 제공하고, ‘힐링 뮤직’은 몸과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장작 타는 ASMR(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백색소음) 등으로 치유 기능을 준다. ‘행복이몽, 서로 다른 기준’은 연인이나 친구 등의 생각 차이를 토크쇼 형태로 만들었다.
종근당건강의 유튜브 구독자는 2만 4000명이다. 이 채널의 이름은 ‘당당당’으로 ‘건강에 당당해지는 집’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건강 VLOG’는 김연경, 박서준, 스테파니, 오윤아, 조이, 태연 등이 출연한 CF 촬영장의 비하인드 영상을 보여준다. ‘건강한 광고’에서는 그동안 종근당건강이 스타들과 함께 만들어온 CF들을 감상할 수 있다.
건강 콘텐츠도 충실하다. ‘건강 인사이트’ 시리즈는 애니메이션 방법으로 혈관 관리, 눈 밑 떨림 증상 등에 대한 유익한 지식을 알려준다. ‘헬스케어 연구소’에서는 KT의 인공지능(AI) 스피커 기가지니와 함께 한 간편주문 서비스, 편의점 CU의 제페토(메타버스 플랫폼) 지점에 입점한 협동 사업에 대해 볼 수 있다.
HK이노엔 유튜브 구독자는 1만명 수준이다. 최근 HK이노엔은 웹드라마 ‘환생연애’를 만들어서 인기를 얻었다. 이도현, 고민지 배우가 출연한 ‘환생연애’는 소개팅을 하는 남녀를 주인공으로 한다. 소개팅에서 술을 마신 남자는 다음 날 아침에 스마트폰 앱에서 ‘컨디션 환’ 버튼을 터치하고, 계속 같은 시간으로 돌아간다. 특정한 시공간에서 같은 사건이 되풀이되는 스토리로 완성도를 높였다.
가수 전소미의 팬미팅 영상도 눈에 띈다. HK이노엔은 올해 전소미를 ‘컨디션’의 브랜드 모델로 선정하고,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컨디션 브랜드 데이와 팬싸인회 행사를 열었다. 전소미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팬들을 만나 포옹을 나누는 등 뜨거운 현장의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건기식 오남용은 유의해야
제약사들이 유튜브 콘텐츠에 집중하는 이유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초 출생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다. ‘제약’이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나 MZ세대의 감성에 맞춰 브랜드를 홍보하자는 전략이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에 대한 정보를 친근한 유튜브 영상으로 전달하자는 목적도 있다.
하지만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의 오남용은 오히려 건강에 부담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제공하는 제약사와 관계당국, 소비자의 주의도 필요하다.
한 대형제약사 관계자는 CNB뉴스에 “최근에 유튜브가 고객들과 소통하는 채널로 각광을 받고 있어서 이를 제작하는 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며 “MZ세대가 숏폼 콘텐츠(짧은 영상)에 익숙해서 웹드라마와 CF뿐만 아니라 의사와 약사가 등장하는 건강 정보 영상도 많이 만들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