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표 키워드는 ‘젊음·소통·상생’
만년 2위 벗어나 1위 리딩금융 올라
“혁신에 마침표 없다” 쉼 없이 도전
“ESG가 경쟁력” 상생으로 미래 개척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걸까? 3연임에 성공한 장수 CEO, 소통의 달인, 역대급 실적의 주인공…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을 지칭하는 수식어는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영원한 청춘 CEO’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68세(55년생) 나이에 프로야구 시구를 하고 백팩을 메고 출근하며, VR체험존에선 스스럼없이 헤드셋을 쓴다. KB가 공들이고 있는 스타트업 투자, 디지털 혁신도 윤 회장의 젊은 사고에서 비롯된 듯하다. 그의 도전의 끝은 어디일까? (CNB뉴스=도기천 기자)
“브랜드가 상품의 대명사가 된 ‘포스트잇’이나 ‘버버리코트’처럼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 고객에게 선택받는 대한민국 금융의 대명사로 거듭나야 한다.”
지난달 29일 열린 ‘KB금융지주 창립 14주년 기념식’에서 윤종규 회장은 시종일관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세계적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 현상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과 산업·업종 간 경계가 급속히 사라지는 ‘빅 블러’를 오히려 기회로 삼자”며 모빌리티와 디지털 자산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신사업 진출을 예고했다. 또한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빠르고 신속한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조직 쇄신을 주문했으며, KB헬스케어, KB부동산, KB차차차, 리브모바일 등 4대 비금융 서비스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윤종규표 소통, 기적 일구다
돌이켜보면 2008년 9월 닻을 올린 KB금융의 지난 14년은 격랑 속에서 기적을 일군 시기였다.
윤 회장이 첫 취임한 2014년 10월은 노조와 경영진 간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때였다. 또 회장-행장 간 수개월 다툼을 벌인 ‘KB 사태’ 직후이기도 했다.
그래서 윤 회장은 모든 KB 구성원이 하나로 뭉쳐 시너지를 창출하자는 ‘원(one) KB, 원펌(one-firm)’ 운동에 돌입했다.
윤 회장의 무기는 ‘소통’이었다. 자신이 직접 참석해 그룹의 경영전략, 성과 등을 직원들과 공유하며 토론하는 ‘타운홀미팅’을 정기적으로 열었다. MZ세대(1980년대~2000년대초 출생자) 직원들과는 육아와 결혼, 워라밸 등을 주제로 ‘e-소통라이브’를 가졌다. 또 사내 인트라넷에 ‘CEO와의 대화’를 개설해 경영 메시지를 수시로 전하고, 익명 게시판 ‘핫이슈 토론방’ ‘원 KB 톡톡’에서 대화했다. 윤 회장은 백팩을 메고 다니며 직원들과 격없이 얘기하고, 회사 인근 식당에서 직원들과 같이 밥을 먹기도 했다.
그 결과 노조와 경영진 간의 높은 벽이 조금씩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변화에 속도가 붙었다.
윤 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2020년 푸르덴셜생명을 잇달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비은행 강화 전략을 추진했다. 이 결과 은행·비은행 부문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이 완성됐고, ‘만년 2등’을 벗어나 마침내 국내 1위 리딩금융그룹으로 올라섰다.
현재는 소매·상업금융부문에서 독보적 1위를 유지하고 있고 투자금융에서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증권-카드-보험 모두 탄탄한 금융지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실적 성적표로도 확인된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 2조75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1년 전보다 11.4%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다. 특히 비이자이익이 1조9693억원으로 순영업이익(7조4111억원)의 26.6%를 차지할 정도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
‘젊은 KB’의 뿌리는 ‘가치경영’
윤종규표 리더십의 키워드는 ‘젊음’이다. 여기에는 소통과 디지털, 사회적가치 같은 단어들이 겹쳐진다. 고객·직원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내고, 그러면서도 ‘따뜻한 금융’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는 의미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고객의 믿음에 보답하겠다”는 윤 회장의 평소 지론은 이런 뜻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윤 회장은 창립 14주년 기념식에서도 “차별화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을 통해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공존과 상생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성장과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며 ‘일일신우일신(日日新又日新·날마다 새로움)’을 주창했다.
이같은 윤 회장의 젊은 리더십이 잘 발현된 예가 스타트업 투자다.
KB금융은 2015년 금융권 최초로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KB스타터스’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지난 8년간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만 1200억원에 달하며 수백개 혁신기업들을 지원했다.
스타트업 지원·발굴조직인 KB이노베이션허브는 비즈니스 모델의 매력도·차별성, 기술역량, 협업·성장·글로벌진출 가능성 등을 종합평가해 매년 상하반기로 나눠 혁신 스타트업들을 선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21곳, 하반기에는 23곳이 ‘KB스타터스’로 선정됐다. KB금융은 현재 177개사인 지원 기업을 2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스타트업 투자는 해외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KB금융은 지난달 싱가포르에 KB이노베이션허브의 첫 글로벌지점인 ‘KB 글로벌 핀테크랩’을 열었다.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해외에 별도 거점을 마련한 민간기관은 KB가 처음이다.
올해 3월에는 또다른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스타(Star)’를 론칭하기도 했다. ‘스타’ 프로그램에 의해 선정된 업체들은 기존 ‘KB스타터스’의 혜택과 함께 최대 3억원을 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으로부터 지원받는다.
윤 회장의 스타트업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지원·육성 차원을 넘어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윈윈’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실제 윤 회장은 지난달 28일 KB금융그룹 전시관에 마련된 ‘KB VR(가상현실)체험존’을 방문해 “KB금융그룹이 제공하는 각종 디지털 라이프를 메타버스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KB스타터스들과 협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윤 회장은 직접 VR헤드셋을 쓰고 송금서비스를 시연하기도 했다.
“상생으로 세상을 바꾸는 금융 되자”
이같은 윤 회장의 젊은 리더십은 ESG경영과 잘 맞아떨어진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을 도입해 지속가능한 투명경영을 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윤 회장이 혁신기업에 주력하는 데는 이러한 ESG 정신이 배경이 되고 있다. 대·중소기업이 함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라 믿기 때문. 윤 회장은 그간 “혁신기업에 대한 지원은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해왔다.
KB금융은 혁신기업에 대한 지원 외에도 전사적인 차원의 탄소 배출 저감 운동, 친환경 금융상품 라인업 강화, 영세∙중소기업 금융지원, 사회적 가치 창출에 사용되는 ‘ESG 채권’ 확대 등 가치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윤 회장은 1973년 외환은행에서 행원 생활을 시작해 국내 1위 금융지주의 수장에 올랐다. 한평생 쉼없이 새로운 길을 개척해 왔다는 점에서 ‘젊은 KB’를 향한 그의 여정에 마침표는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진짜 혁신은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
“변화를 두려워 말자. 고객과 사회와 동반성장하는 상생의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세상을 바꾸는 금융을 실현하자” (창립 14주년 인사말 中)
(CNB뉴스=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