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앱 개발해 ‘등하교 도우미’ 자처
아이디어 대회 열어 폐부품 활용 기획
회사내에선 협력사와 연대해 탄소제로
거창한 비전보다 ‘생활속 ESG’로 성과
국내 최대 자동차부품기업인 현대모비스가 주특기를 살려 생활 속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실천하고 있어 주목된다. 거창한 비전을 내세우기보다 생활반경 안에서 ‘실속’을 찾고 있는 것. 폐부품을 재활용하고, 앱을 개발해 초등학생 등하교 안전을 돕는 식이다. ‘생활밀착형 ESG’의 표준이 되고 있는 비결을 들여다봤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차량 폐기물로 차박용 텐트를 만들면 어떨까?”
“폐차된 차에서 머플러를 뜯어내 캠핑용 난로 연통을 만들자!”
현대모비스가 최근 주최한 ‘제1회 ESG 아이디어톤 대회’에서 쏟아진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다. 전국에서 선발된 50명의 대학생들은 10개팀으로 나눠 서울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3주간 열띤 토론을 벌였다. 현대모비스 직원 10명은 각 팀 멘토로 참여해 팀원들의 아이디어 생성을 도왔다.
대회의 주제는 ‘ESG 관점에서 차량 폐부품을 활용하는 방안’. 학생들 입장에서 쉽지 않은 주제였음에도 협업을 통해 자료 및 현장조사는 물론 관계자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이를 통해 조별 프로젝트가 완성됐고 최종심사를 통해 우수 아이디어에 대한 포상이 이뤄졌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한둘이 아니었다. 교통 약자의 시설 접근성 향상을 위해 폐 판넬을 활용해 경사로를 설치하는 방안이 대표적. 상가 등 소규모 근린생활시설에 경사로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장애인 등 교통 약자들의 이동이 불편한 현실을 현장조사를 통해 파악하고, 구체적인 경사로 설계도까지 내놓았다. 폐차량에서 머플러, 에어백 등을 떼어내 화목 난로 연통과 차박용 텐트 등 캠핑용품을 만드는 방안도 시선을 끌었다. 현대모비스는 이 아이디어들을 실제로 상용화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나라 밖에서도 ‘ESG 현지화’
현대모비스는 이처럼 일상생활과 밀접한 ESG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작년 11월에 선보인 어린이 교통안전 앱 ‘학교가는 길’도 같은 맥락이다. 이 앱은 현대모비스의 최첨단 시선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어린이에게 등하굣길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상의 위험 교통 상황을 보여준 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전면 카메라로 눈동자 움직임을 분석하는 시선 인식 기술을 활용해 어린이가 이를 실제로 정확하게 인지했는지 확인하도록 설계됐다.
신도심, 구도심, 농촌, 공장가 등 총 4가지 유형의 등굣길 콘텐츠를 갖추고 있으며 앱을 통해 수집되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교통안전 정보를 제공한다. 지역별, 학교별, 학년별 교통사고 유발 포인트를 찾아낸 뒤 학교에 이러한 정보를 전달하는 식이다. 운전자 동공을 인식해 시선을 추적하고 눈·코·입을 통해 실시간으로 운전자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인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영감을 얻어 앱을 개발했다고 한다.
지난 봄에 시작한 ‘교실숲 프로젝트’도 ‘생활 속 ESG’ 중 하나다. 초등학교 교실을 공기정화 식물로 꾸미는 프로젝트다. 올해 안에 임직원들이 직접 키운 공기정화 식물 총 2500개를 전국 초등학교 교실에 기증할 예정이다. 미세먼지로 위협받는 아이들에게 맑은 공기를 선사하고, 친환경 학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우선 1단계로 지난 식목일날 현대모비스 본사와 연구소가 위치한 서울과 용인 소재 초등학교에 화분 1250개를 전달했다. 현대모비스 임직원들이 회사와 가정 등에서 한달 간 직접 키운 식물들이었다.
이같은 생활밀착형 ESG 캠페인은 나라 밖에서도 활발하다. 지난 7월에는 회사 창립 45주년을 맞아 한달간 한국을 비롯한 미주와 유럽, 아시아 등 현대모비스 국내외 전 사업장이 동시에 참여한 ‘글로벌 사회공헌 Week’가 진행됐다. 이 행사는 현지 직원들이 각 나라별, 지역별 특성을 살려 내놓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가령 스페인에 있는 부품 사업장 직원들은 산티아고 성지 순례길 환경보호 활동을, 헝가리 사업장 직원들은 우크라이나 난민 구호 활동을, 인도 지역에서는 저소득 임산부에게 영양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국내에서는 지역결연기관과 연계한 배식 봉사, 장마철 방역활동 등이 진행됐다.
이는 현지 직원들이 지역사회가 현재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한 결과다. 현대모비스 이현복 ESG추진사무국장은 “이번 활동을 계기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역별로 특화된 사회공헌 모델을 발굴하고, 사업장별 대표 프로그램을 개발해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현대모비스는 국내에서 임직원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달리기를 하면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기부런 행사와 굿사이클링 캠페인, 과학 꿈나무 육성을 위한 주니어 공학교실 등 다양한 임직원 참여형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모두 일상생활과 밀접한 친환경 캠페인들이다.
수소·전기에너지의 중심…존재 자체가 ‘E’
여기까지가 회사 밖에서 펼쳐진 ‘일상 속 ESG’라면, 회사 내부에서는 주로 ‘E’(환경·Environment)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차 모듈 양산 설비를 갖추고 현대차그룹의 수소전기차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수소와 전기가 인류의 가장 중요한 친환경 에너지라는 점에서 현대모비스는 존재 자체가 ESG의 ‘E’에 해당된다.
현대모비스는 2050년까지 기업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글로벌 캠페인 ‘RE100’보다 10년 앞당겨 2040년까지 RE100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에선 최초 시도다.
현대모비스가 최근 공개한 ‘넷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철강재 대체 원자재인 알루미늄 소재는 적용 시 차량 부품을 통상 30~40% 경량화할 수 있으며 경량화 10% 달성 시 연비 3.8% 개선과 배기가스 5% 저감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는 기존 철강재 부품에 알루미늄 재질을 적용해 20~30% 가량 부품 경량화를 이뤘으며, 지속적으로 알루미늄 재질 확대를 모색 중이다.
경량화와 더불어 친환경 소재 개발에도 열심이다. 바이오소재와 리싸이클 소재를 개발하고 있으며 친환경 소재가 적용된 부품 비율을 늘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식물성 자원을 원료로 한 바이오 플라스틱인데, 내장부품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자원 재활용에도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2년 환경부와 ‘플라스틱 폐기물 회수 및 재활용 자발적 협약’을 체결해 플라스틱이 함유된 5개 AS용 부품의 소재 재활용률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에만 국내 AS부품사업장에서 발생한 1만 6431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회수해 재활용률 55.1%를 달성했다
포장재도 친환경 물질로 바꾸고 있다. 친환경 종이 포장재 비율이 작년 기준 43%인데, 2023년까지 70%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2030년까지 국내외 사업장 모두 ‘폐기물 매립 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워뒀다.
혼자서는 불가능…‘사회적 공유’가 기반
이러한 장대한 프로젝트는 현대모비스 혼자 가능한 게 아니다. 협력사와의 긴밀한 공조가 필수적이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ESG경영의 한 축인 안전보건 분야에서 상생 발전을 이루고자 협력사와 함께 안전보건 활동 계획을 수립해 사업장별로 정기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또 협력사에 신기술 개발 지원, 품질 개선 방안 교육지원 등 여러 차원에서 상생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현대모비스는 협력사, 지역사회를 연결짓는 방대한 탄소중립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미 협력사 등 공급망의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를 위한 IT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며, 국내외 사업장과 협력사를 대상으로 새로운 안전보건 국제규격인 ISO45001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여러 노력들을 종합해보면, 현대모비스의 ESG 경영 전략은 윤곽이 뚜렷하다. 회사 밖에서는 생활 속 ESG를 실천하며, 회사 내에서는 협력사와의 상생을 기반으론 한 ‘탄소배출 제로’가 목표다. 이는 사회적 기여를 통한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이라는 기업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CNB뉴스=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