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공식 출시 앞두고 미리 써보니
열쇳말은 셋…‘예쁘고 빠르고 선명해’
사용시간 늘고, 사진 찍는 재미 커져
큰 변화 없는 디자인은 2% 아쉬운점
뭐든 해봅니다. 대리인을 자처합니다. 매일같이 새로운 문물이 쏟아지는 격변의 시대. 변화를 따라잡기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CNB뉴스가 대신 해드립니다. 먹고 만지고 체험하고, 여차하면 뒹굴어서라도 생생히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앞으로 시장을 잠식할지도 모를(?) 접는 스마트폰을 써봤습니다. <편집자주>
삼성전자가 차세대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시리즈(플립4·폴드4)를 오는 26일 국내 공식 출시한다. 지난 2020년 첫선을 보인 Z 시리즈는 작년에만 800만대가 팔리며 ‘접는폰’의 성공 가능성을 시사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 사업부장(사장)은 지난 10일 열린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새롭게 출시하는 갤럭시 Z 폴드4와 Z 플립4로 폴더블폰의 진정한 대중화를 앞당긴다”고 자신했다. 삼성전자의 야심작은 얼마나 진화했을까. 정식 판매에 앞서 Z 플립4를 3일간 미리 써보니 세 개의 열쇳말이 튀어 올랐다.
“예쁘다” 액세서리 같은 깔끔한 디자인
삼성전자의 Z 시리즈는 두 가지 형태다. 가로로 접는 ‘폴드’와 위아래로 접는 ‘플립’이다. 그중에서도 세련된 화장품 케이스를 닮은 플립은 출시되자마자 기현상을 낳았다. 전자기기인 스마트폰이 액세서리가 되는 시대를 연 것이다.
구매자들은 이 제품을 과시하듯 가방끈에 부착하거나 허리춤에 걸고 다니곤 했다. 전자제품이 주머니나 가방 속에서 밖으로 해방했다는 점에서 1990년대 애용되던 무선호출기(삐삐)와도 닮았다. ‘몸에 치장하는 전자제품’이란 유행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둘은 공통분모가 있다. 이 같은 현상의 이유는 원초적이다. 예쁘니까 품 안에 감추지 않고 밖으로 내보낸 것이다.
신작 플립4 역시 예쁜 디자인은 여전하다. 하지만 그래서 아쉽다. 변화의 폭이 적다. 힐긋 보면 플립3와 플립4는 엇비슷하다. 눈에 띄는 차별점을 찾자면 두 가지가 있다. 둥글던 테두리가 각이 졌고, 유광이던 면이 무광으로, 프레임은 전작과 달리 유광 금속으로 처리됐다.
전작들의 흥행을 이끈 디자인 정체성을 이어간 것은 안정적인 전략으로 읽힌다. 그럼에도 대동소이한 외형이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과감한 변신의 부재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빠르다” 충전도 카메라 모드 실행도
폴더블폰은 기본적으로 접힌 상태서 출발한다. 제대로 사용하려면 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빨리 뭔가를 해야 한다면? 예컨대 갑자기 사진 촬영을 해야 한다면? 이때를 위한 기능이 생겼다. '퀵샷(Quick shot)'이다.
이 기능으로 스마트폰을 열지 않고 커버 디스플레이에서 고화질 후면 카메라를 활용해 촬영할 수 있다. 음량 버튼을 빠르게 두 번 누르면 실행된다. 퀵샷은 인물 모드를 지원하기 때문에 수준 높은 셀피가 가능하다.
체력 보충도 빨라졌다. 초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25W이상 충전기 사용 시 0%에서 최대 50%까지 약 30분 만에 도달할 수 있다.
빨라서 약점으로 지목받던 점도 개선됐다. 빠르게 닳던 배터리다. 전작을 쓰는 사용자들은 “보조 배터리 없이 외출은 꿈도 못 꾼다” “숨만 쉬어도 떨어지는 배터리를 보면 늙는 기분” 같은 평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유하곤 했다.
플립4는 배터리 용량이 전작 대비 약 12% 커졌다. 3700mAh 배터리(Typical)를 탑재해 사용 시간이 크게 늘었다. 실제로 이 제품을 수령하고 처음 12시간 가량 인터넷 사용, 동영상 시청 등 쉴 새 없이 썼는데도 70% 이상 남아 있었다. 전작에 비해 지구력이 월등해진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어서 또한 빠르다. ‘유용한 기능’에 들어가 ‘실험실’을 선택하고 ‘밀어서 분할 화면으로 변경’을 설정하면 화면을 2개로 나누어 쓸 수 있다. 예컨대 한 화면에 메신저 창을 띄우고, 다른 화면에서는 카메라를 실행해 사진을 촬영하고 메신저로 보낼 수 있다. 멀티태스킹(동시 작업)이 가능해져 유용하다.
“선명하다” 디스플레이도 야간 촬영에서도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한다.
플립4의 이미지 센서는 전작보다 65% 커졌다. 이를 통해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어두운 환경에서도 선명한 화질로 촬영 가능하도록 성능이 개선된 것이다. 실제로 암흑에 가까운 공간에서 ‘야간’으로 설정하고 책 표지를 찍어보니 활자가 뚜렷이 보일 만큼 선명한 결과물이 나왔다. 카메라 성능으로 이름난 갤럭시 S22 울트라와 견줘도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화면을 보다 쨍하게 볼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더 밝게’를 설정하면 최대 밝기를 뛰어넘으며 선명해진다. 특히 밝은 대낮에 야외에서 이 기능을 실행하면 화면 보기가 수월해진다. 다만 단점은 선명도가 최대치를 향해 갈 때 배터리 소모량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것. 때와 장소를 봐가며 켤 필요가 있다.
모양새와 만듦새, 둘다 잡다
총평하자면, 인기의 주요 요인은 계승하면서 군데군데 살을 붙인 격이다.
손에 알맞춤하게 들어오는 디자인은 그대로이다. 커버 디스플레이에 사진, GIF, 동영상 등을 띄워 개성을 표현하는 기능도 유효하다.
이미 인정받은 외형은 살리면서도 내구성은 강화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프레임과 힌지 커버에 아머 알루미늄을 적용했고, 커버 스크린과 후면 글라스에 코닝의 고릴라 빅투스 플러스를 적용해 외부 충격에 강하다. 모양새와 만듦새를 동시에 잡은 셈이다.
한편 갤럭시 Z 시리즈는 첫발을 가볍게 뗐다. 이동통신사들이 갤럭시 Z 폴드4와 갤럭시 Z 플립4의 사전판매 첫날(16일)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전작보다 조금 많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선호도는 플립4가 다소 앞선다. SK텔레콤은 폴드4와 플립4 예약 비율이 4 대 6 가량, KT는 3.5 대 6.5 정도라고 밝혔다. 예쁜 외모가 선택한 이유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적잖은 영향은 끼쳤을 것이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