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와 편의점이 손잡은 특화 점포
검정·금색의 향연…고급 이미지 강조
2층에 게임 피규어를 박물관처럼 전시
형형색색 굿즈와 상품들…이용자 유혹
모이지 말고 움직임도 줄여야 하는 ‘자제의 시대’가 저물어 갑니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을 맞는 기대감 때문일까요? 재밌고 새롭고 신선한 곳이 봄 새싹 나듯 생겨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움츠려서 아직 몸이 덜 풀렸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CNB뉴스가 먼저 가봅니다. 가서 발과 눈과 손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해드립니다. 이번에는 사막(?)이 조성된 편의점에 다녀왔습니다. <편집자주>
"하나 둘 고르다 보니 금액이 이렇게 됐네요. 비싸긴 한데 저에겐 소장가치가 있어서 과감하게 질렀습니다."
여우비 내리던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 선뜻 11만원을 결제하던 이모씨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뭘 집었기에 편의점에서 보기 드문 큰 액수가 나왔을까. 그의 장바구니에는 인형, 텀블러, 그립톡, 스티커, 삼각김밥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하나하나 따지면 고가로는 보기 힘든 상품들. "좋아하는 게임 굿즈라 마음에 드는 족족 집었어요. 생각보다 큰 돈 썼는데 만족합니다. 하하"
고즈넉한 경복궁 돌담길 옆, 외관에 금색 띠 촘촘히 박힌 편의점에서 벌어진 광경이다. 간판에 ‘24BLACK’이라 새긴 이곳은 게임사 펄어비스와 이마트24가 손잡고 선보이는 프리미엄 팝업스토어다. 청담동 명품 거리를 연상시킬 만큼 겉모습부터 화려하게 꾸며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기존 이마트24 삼청동점을 새롭게 단장한 팝업스토어는 오는 30일까지 운영된다.
전시도 보고 굿즈도 사고
이씨 같은 게임 이용자들을 홀리는 곳은 2층. 펄어비스의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MMORPG) '검은사막'을 모티브로 삼은 전시&체험 공간과 굿즈 판매 구역이다.
‘전시&체험 공간’은 박물관을 떠올리게 한다. 어둑한 실내에 집중 조명 받은 피규어들이 고운 모래를 딛고 서있는데, 전시된 모습이 마치 유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곳 맞은편에 있는 먹거리 판매대 또한 온통 어둡다. 양사가 협업해 출시한 제품들이 있는 곳이다. 이렇게 주제에 충실할 수가 없다. 매장 이름(24BLACK)과 영감 얻은 게임 제목(검은사막)처럼, 겉면에 검정색이 흘러 관통한다.
검은색 포장지로 둘러싼 것도 모자라 까만색 원재료까지 사용해 온통 새까맣다. 흑임자, 오징어먹물 등을 쓴 디저트, 파스타 등 9종은 모두 검디검다. 한쪽에는 내용물을 재현한 모형을 전시했는데, 까만 접시에 올려 진열했다. 역시 또 검다.
이번 팝업 스토어에서는 음식뿐만 아니라 ‘검은사막’ 관련 신상 굿즈도 대거 선보인다. 귀여운 외형으로 인기 높은 '파푸'와 '크리오' 인형을 비롯해 '검은사막 맥주잔&소주잔', '흑정령 발매트', '검은사막 이모티콘 스티커' 등 다양한 신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펄어비스 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기존 굿즈들도 판다.
‘검은사막’ 밟으려는 긴 행렬
신선한 기획에 찾는 이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마트24가 지난 17일 24BLACK 방문자 수를 집계한 결과를 보면 운영기간 2주(6월 2일~15일)동안 1만4000여명이 다녀갔다. 주말에는 하루 최대 1800여명까지 발 도장을 찍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오픈 후 이틀간 600~700여명을 기록했던 방문자수는 첫째 주말에 이르러 1300명을 돌파했다. 이후 게임 커뮤니티 및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평일 900명 이상, 주말에 2000명에 육박할 정도로 방문객이 급증했다.
늘어난 방문객은 매출로 직결됐다. 팝업스토어 운영 기간 동안 해당 매장 매출이 전년 대비 2배(101%)나 증가했다.
이마트24 측은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시기에 맞춰 이색적인 즐길 거리를 찾는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해 오프라인에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