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구광모 대표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고객가치 실천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일 LG에 따르면 특히 고객가치 실천을 위해 고객 전담 조직을 강화하는 등 조직개편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고객 트렌드에 민감한 B2C 비중이 높은 LG전자나 기업 고객이 많은 LG화학이 대표적인 경우. 각사 산하 연구조직들은 R&D, 상품기획, 고객관리 등 전방위적인 차원에서 고객가치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LG화학은 올해를 ‘고객의 해’로 선포하고 고객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고객가치를 혁신해 고객의 진정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LG화학은 석유화학 분야 고객사의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는 데 더해 첨단 기술력을 활용한 시장 개척까지 돕는 전문 조직 ‘CS(Customer Solution)캠퍼스’를 운영 중이다.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LG화학 CS 캠퍼스는 250여 명의 국내외 전문인력이 매년 200건 이상의 솔루션을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으며, 기술 지원을 받은 고객사는 전 세계 5000여 곳에 달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경영진의 전폭적 후원으로 한국, 중국, 미국, 유럽을 잇는 전 세계 지원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1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LG화학 CS캠퍼스는 내년까지 미국 오하이오주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CS센터를 완공하고 2025년에는 국내외 전문인력을 400여 명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CS캠퍼스는 고객사의 요구를 미리 파악하는 마케팅 사고와 생산공정에 대한 전문지식을 동시에 갖춘 ‘테크니컬 마케터’를 지향한다. 이를 통해 고객사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사항)'를 해결함과 동시에, 협력사와의 상생 경영을 위해 다양한 기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설립 이후 2200여 명의 고객사·협력사 임직원이 전문 교육과정을 이수하기도 했다.
CS캠퍼스는 LG화학에서 가소제(벽지를 부드럽게 만드는 첨가제)를 구매하는 벽지 제조업체가 황변 현상 때문에 매년 수천만 원의 손해를 떠안자, 실제보다 더 가혹한 조건에서 수차례 실험을 진행했다.
CS캠퍼스는 포장 비닐에 포함된 산화방지제가 공기 중 질소산화물과 반응하면서 내부 벽지 색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포장지 제조와 창고 관리 과정에 반영한 결과 지난해 해당 제조업체의 황변 불만접수는 0건이 됐다.
LG화학 CS캠퍼스는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를 고려해 고객사인 기저귀 제조업체에 친환경 고흡수성수지(SAP, Super Absorbent Polymer)를 신제품에 적용할 것을 제안했고, 그 결과 해당 제품 판매량 급증에 기여했다.
통상적으로 CS캠퍼스는 신제품 출시 지원 전 한 달 동안 300여 개의 기저귀 SAP를 구해와 성능을 살펴보고 경쟁사의 소재 제품을 분석하기 위해 미국,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쓰는 기저귀까지 뜯어보며 제품 개발을 지원했다.
LG전자는 구광모 회장의 ‘고객가치 경영’ 주문 하에 혁신 제품을 통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고객경험을 고도화하는 중이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는 올해 서울 서초구 소재의 LSR(Life Soft Research)실을 LSR연구소로 격상하고, 고객경험 데이터에 기반한 인사이트를 발굴해 사업에 기여한 LG전자권혁진 LSR연구소장을 상무로 발탁하는 등 미래 트렌드와 고객 중심의 사업 인사이트 발굴에 힘쓰고 있다.
LG전자의 LSR연구소는 1989년 설립 이후 제품이 아닌 고객만을 연구해 온 조직이다. LSR연구소는 새로운 생활 습관, 감성, 취향 등 고객의 다양한 생활 방식을 연구하고, 여기서 통찰을 얻어 상품기획 및 개발에 반영한다.
특히 고객의 생활 방식 및 시장 트렌드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LG전자의 제품 콘셉트 및 사업 방향을 제안하며,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채우는 것을 넘어 고객이 아직 느끼지 못하는 숨은 니즈까지 발굴하기 위해 노력한다.
LG전자의 LSR연구소는 한국, 미국, 독일의 물과 얼음에 대한 고객생활 연구를 통해 집에서 홈 바(bar)를 꾸미고 위스키나 칵테일을 만들어 먹는 고객들을 위해 동그란 구(球)형 얼음을 제조하는 ‘크래프트 아이스 냉장고’ 제작을 제안했다. 크래프트 아이스 기능을 탑재한 ‘디오스 오브제콜렉션’ 냉장고는 지난달 판매된 LG전자 얼음정수기 냉장고 중 9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LSR연구소는 한국과 중국의 고객연구를 통해 한국 고객에게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순환을 돕는 ‘LG 퓨리케어’ 공기청정기에 팬 형태의 ‘클린부스터’를 접목한 상품도 기획했다.
클린부스터는 실내 공기가 최대거리 7.5m, 최대 24% 더 빠르게 순환하게끔 하며, 이는 LG 퓨리케어 공기청정기에 단순한 공기 청정 기능을 넘어 공기순환의 역할까지 더해주는 등 고객의 숨겨진 니즈까지 찾아내 충족시킨다.
LSR연구소는 매년 LG전자 소셜 매거진 'LiVE LG'에 ‘트렌드 리포트’를 발간하며 고객 연구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2020년 말에는 뉴노멀 시대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인포테라피’, ‘초대면 소통’, ‘배타적 경험 구역’, ‘스페이스 온앤오프’, ‘소비하지 않는 소비’ 등의 다섯 가지의 키워드로 정리한 ‘2021 트렌드 리포트’ 시리즈를 발표하고, 2021년 말에는 필요(Needs), 욕구(Wants)의 시대를 넘어 욕망(Desire)이 중요해진 시대의 고객 트렌드를 '라이프스타일 쇼퍼', '의미 메이커스', '럭셔리 액티비스트'로 분석하여 '2022 트렌드 리포트'로 발표했다.
LSR 연구원들은 고객의 잠재적 니즈까지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 방식을 발굴하고 있다. 연구원들이 다양한 공유주거 브랜드에 입주하여 석 달간 살아보면서 MZ세대의 주거에 대한 의식과 상품/서비스 이용 행태 변화를 심도있게 관찰한 공유주거 에스노그라피(Co-Living Ethnography)가 대표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