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윤기자 | 2022.05.25 11:47:58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최근 개최한 제10회 암 수기 공모전에서 총 28편의 수기가 접수된 가운데, 최우수작 1편과 우수작 2편을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서ㅇ범 씨는 수기를 통해 "후두 수술을 세 번 받고 후두내시경 검사를 하던 중 악성종양으로 진단됐다. 나는 그렇게 암환자가 됐다. 예순이었다. 암은 사물을 보는 방식과 느낌을 미묘하게 변화시킨다"고 밝혔다. "암 선고를 받기 전, 내가 바라보던 세계와 인생은, 연기자의 연기도 연출도 소재도 진부하기 짝이 없는 통속극이었다. 설렘도 기대도 신비도 없었다. 암 치료를 끝낸 뒤의 나의 인생은, 새로운 발견과 지식을 잔뜩 담은 천체물리학의 두툼한 전문서이다. 모르는 것 투성이고, 신비롭고, 다채롭다. 인생은 암 선고를 받기 전과 받은 후로 나뉜다. 요즘 나는 소년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새벽마다 눈을 뜬다"며 긍정적인 마음과 주변의 도움으로 암을 극복한 투병기를 담았다.
우수상을 수상한 한ㅇ옥 씨는 "남편과 나는 인공 장루 부부이다. 남편 대장암 4기 말기, 도무지 손을 못 댈 정도로 상태가 악화돼서 당장 수술을 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암을 잘 극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7년 전 남편의 증상과 너무나도 똑같은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남편이 치료를 받느라 다녔던 낯익은 병동과 선생님들, 치료 방법까지 낯설지 않은 상태에서 나는 이제 보호자가 아닌 환자로 병원을 가게 됐다. 1년 여의 항암 치료가 끝나고 나는 남편과 똑같이 인공항문인 '장루'를 단 70대의 부부이다"고 밝혔다. "남편을 따라 매일 산을 다니고, 손주들의 커가는 모습을 챙겨주면서 서로 어떤 음식과 식단이 더 좋다고 남편과 매일 투닥거리면서 서로를 의지하고 미워하고 위로한다"며 소소한 행복의 의미와 항암치료 이후 다시 주어진 인생의 달콤함에 감사하고 있다고 부부의 투병기를 썼다.
우수상을 수상한 피ㅇ호 씨는 "병원을 갔다 온 뒤로 나의 모든 시간은 편도암이라는 단어에 집중됐고 야간 출근을 해서도 일보다는 편도암이 무엇인가에 모든 것이 집중됐다. 막상 나에게 이런 시련이 닥치니 어찌할 줄 몰랐고 시간은 걱정으로만 쌓여갔다"며 암 확진 이후의 상황을 생생하게 담았다. 또 "3차 때는 항암치료의 영향으로 입원 뒤 잠을 잘 수 없는 고통도 있었다. 나의 가족과 직장동료들의 응원 덕분에 잘 이겨내며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절실히 느끼는 시간들이었다"며 "훌쩍 어른스러워진 아들과 딸은 여수, 순천을 돌아다니는 동안 내 위주로 음식을 추천했고 나를 웃게 하기 위해서 싱거운 웃음거리도 자아냈다. 마지막 방사선 치료를 하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직도 눈에는 원자력 병원 내 구석구석을 거닐며 암과 싸웠던 순간순간이 기억난다. 'ㅇ호야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살자'"며 5년 뒤 완치의 시간을 기다릴 것이라 전했다.
한편, 암 수기 공모전 수상작은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블로그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