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매출은 늘었지만 실적은 그닥
기존IP 앞세운 게임사들은 흥행 성공
테라·루나 사태로 블록체인 게임 주춤
지난 1분기 게임업계는 희비가 엇갈렸다. 게임업계 선두그룹인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중 넥슨과 넷마블은 신작 부재와 인건비 증가 등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진했다. 반면 엔씨소프트와 2K(카카오게임즈·크래프톤)는 기존 IP(지식재산권) 상승세와 신작 흥행 등으로 활짝 웃었다. 이른바 ‘실적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 것. 2분기에는 판도가 바뀔까. (CNB=김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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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맏형 격인 넥슨은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올 1분기 매출액 9434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992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지난해에 비해 영업이익이 다소 줄었으나, 넥슨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주요 PC 온라인 게임들의 기록적인 성과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성공적 론칭, 중국 지역 ‘던전앤파이터’와 동남아 등 기타 지역 ‘메이플스토리’ IP의 매출 호조에 힘입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망치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넷마블은 성적표가 더 나쁘다. 1분기 영업손실 119억원, 당기순손실은 51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신작 일정 지연과 인건비가 30% 증가하면서, 지난 2012년 이후 10년 만에 분기 적자 전환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긴 것. 다만 매출액은 63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했다.
컴투스그룹 역시 적자의 늪에 빠졌다. 컴투스는 1분기 영업손실 26억원, 당기순손실 43억5300만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그나마 긍정적인 요인은 역대 1분기 최고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3% 증가한 1333억200만원을 기록했다.
컴투스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컴투스홀딩스(구 게임빌)도 1분기 영업손실 3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 역시 지난해에 비해 25% 감소하며 240억5700만원을 기록했다. 컴투스 측은 “사업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력 확충 등 여러 투자로 인해 일시적 이익 감소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펄어비스도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 914억원, 영업이익 52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4%, 60.3% 감소했다. 펄어비스의 부진은 중국 시장에 출시한 ‘검은사막 모바일’의 흥행 실패 때문으로 보인다.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는 이에 대해 “서비스 첫날 중국 현지 회선 장애가 발생해 초기 흥행 효과를 누리지 못했고, 현지 규제 등으로 초기 사업모델을 약하게 설정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라고 밝혔다.
엔씨·카카오게임즈·크래프톤 ‘함박웃음’
반면 엔씨소프트(엔씨)는 증권가 전망치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활짝 웃었다. 올 1분기 매출액 7903억원, 영업이익 2443억원을 달성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4.22%, 영업이익은 330.41%나 증가했다.
엔씨가 1분기 호실적을 거둔 이유는 대표 IP ‘리니지 시리즈’의 흥행 때문이다. 특히 ‘리니지W’는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약 5개월간 730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이름값을 제대로 입증했다. ‘리니지M’도 전분기보다 31% 매출이 증가하면서 카니발리제이션(신제품이 기존 주력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 우려를 잠재웠다.
‘2K’라 불리는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도 날아올랐다. 대표 IP 덕을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은 1분기 매출액 5230억원, 영업이익 3119억원, 당기순이익 245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5%, 전분기 대비 17.8% 증가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다. 특히 1분기 영업이익은 영업 비용 감소 및 주식 보상 비용 같은 일회성 비용 등이 제거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37%, 전분기 대비 626%로 대폭 늘어났다.
PC분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 콘솔은 274%, 모바일 게임은 5% 증가하면서 모든 플랫폼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대표 IP ‘배틀그라운드’의 무료 서비스 전환으로 신규 이용자가 늘고 매출이 확대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카카오게임즈는 1분기 매출액 2663억원, 영업이익 421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105%와 169.7% 증가했다. 카카오게임즈는 “기존 모바일·PC온라인 게임 매출 안정화, 효율적인 비용 집행, 개발력 내재화가 이뤄지면서 비게임 부문인 기타 매출의 약진이 전체 매출에 유의미한 영향를 미쳤다”라고 설명했다.
실적을 견인한 것은 역시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다. ‘오딘’은 국내 매출 안정화와 대만 시장 출시에 힘입어 1772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카카오게임즈에 따르면 오딘은 지난 3월 말 대만 출시 후 한 달 동안에만, 약 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작으로 ‘위기 타파·성장 지속’…루나 사태는 변수
게임업계는 차기 신작으로 2분기에 성장세를 이어가거나 반등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마비노기 모바일’, ‘HIT2’ 등 쟁쟁한 라인업을 준비 중이다. 넷마블은 2분기 이후부터 ‘제2의 나라: 크로스월드’ 글로벌을 시작으로, ‘골든 브로스’, ‘디즈니 미러 가디언즈’, ‘챔피언스 어센션’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엔씨는 ‘TL(쓰론 앤드 리버티)’와 ‘프로젝트E’의 트레일러 영상을 공개하며, 출시 예정 소식을 알렸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최고 기대작인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우마무스메’를 곧 선보일 계획이다. 크래프톤은 ‘프로젝트M’과 ‘칼리스토 프로토콜’ 등 신작 게임의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곧 출시 일정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사전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
컴투스그룹은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을 출시하고, ‘워킹데드: 아이덴티티’, ‘낚시의 신: 크루’, ‘미니게임천국’, ‘크리티카’ 등을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C2X 생태계에 합류시켜 돌파구를 모색한다.
다만, P2E(Play to Earn) 게임 사업을 진행 중인 넷마블과 컴투스 그룹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테라·루나 폭락 사태 여파로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CNB에 “코인 가치가 폭락하면 게임 내 경제 시스템도 붕괴돼 이용자가 대거 이탈하는 현상이 벌어진다”며 “관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게임 자체의 작품성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CNB=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