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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강남’에 휘청이는 언론…‘약자에 대한 예의’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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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2.05.19 09:40:30

(CNB뉴스=도기천 편집국장)
 

강남이 끌고 용산이 밀고…서울 아파트값 상승 전환
강남·용산 한달새 3~4억↑…尹정부 출범 신고가 행렬
‘용산 시대’ 尹정부, 이촌 한강맨션 8억3000만원 상승
규제 ‘풍선효과’… 반래퍼 80억·반포자이 69억 신고가
“한달 만에 4억 뛰었다” 자고 나면 ‘신고가’ 찍는 강남


윤석열 정부 탄생을 전후해 이런 류의 기사들이 마구 쏟아지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금리로 서민들의 주머니는 나날이 얇아지고 있는데도, 강남·용산을 앞세워 ‘자고 나니 몇억 올랐다’는 식의 부동산 기사가 넘쳐난다.

부동산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언론이 갖춰야할 최소한의 예의를 말하고 싶다. 언론학에서 말하는 기자정신의 제1항목은 비판기능이다. 독자에게 정보를 전달할때 정보의 진실 여부를 판단해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인터넷신문위원회(인터넷신문 자율심의기구) 윤리강령에는 “언론은 사실성·정확성·균형성을 추구해야 하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보호에 앞장선다”고 적혀있다. 또한 “인종 민족 국적 지역 신념 나이 성별 직업 학력 계층 지위 등에 대한 편견과 차별, 혐오를 배제한다”고 명시돼있다.

일단 위 제목의 기사들이 사실성·정확성·균형성을 갖췄는지부터 따져보자.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47건으로 1년전(4만7446건)에 비해 26.5% 증가했다. 특히 대선 직후인 지난 3월10일(4만9539건)과 비교하면 21.2%나 매물이 늘었다.

거래량은 절벽 수준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매매 거래량은 1431건으로 지난해 동월(3762건)에 비해 절반도 안된다. 4월 거래량은 신고기한이 남아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추세를 보면 3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최근 한달 간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100)을 한참 밑도는 90~91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매매수급지수가 100을 밑돌면 시장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매매가격도 시세보다 낮은 급매 위주로 거래되고 있으며, 서울 중심부에도 미분양이 발생하는 등 분양 시장도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이처럼 갈수록 부동산 하향 곡선이 뚜렷해지고 있는데도 강남·용산의 일부 신고가 거래를 앞세워 마치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전체 부동산 시장이 출렁이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언론윤리규정에 명시된 ‘차별 금지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지 돌아보자.

현재의 부동산 상황은 지방이 더 어렵다. 19일 기준 경기도 아파트 매물은 11만6104만건으로 1년전(7만6603건)에 비해 무려 51.6%나 증가했다. 아파트값이 6개월째 하락하고 있는 대구의 경우, 올해 분양에 나선 8개 단지 모두 미분양이 발생했다. 극심한 거래절벽 속에 일부 지방에서는 고점 대비 수억원씩 하락한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남이 끌고 용산이 밀고” “반래퍼 80억·반포자이 69억” 따위의 기사를 바라보는 지방 서민들의 심정이 어떨까? 과연 이런 기사들이 지역 차별 금지 원칙을 지켰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강남구 구룡마을 너머로 초고층 단지들이 우뚝 서 있다. 언론은 어느 쪽에 서야 할까.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언론이 ‘사회적 약자’ 편에 서 있는 지도 생각해보자.

최근 몇년 동안의 부동산 폭등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들은 누가 뭐래도 무주택자다. 집 안사고 기다리다가 나도 모르게 가난해졌다는 의미에서 이들은 ‘벼락 거지’로 불린다. 치솟는 금리와 물가에 밤잠 설치고 있으며, 매일 부동산 뉴스를 검색하며 주택가격이 안정되기 만을 기다리고 있다.

치솟는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전세를 월세·반전세로 전환한 이들은 더 벼랑 끝에 다가섰다. 금리 인상분만큼 월세가 올라가고 있는데다, 물가마저 치솟아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상대적 약자인 이들 앞에서 “자고 나니 몇억 올랐다”는 강남 중개업소발 기사를 쏟아내는 것이 옳은 일인가. 이러니 기레기 소리 듣는 것 아닌가.

욕망을 자극해 클릭수를 올리고, 건설사와의 공생 관계 때문에 이러는 것이라면 당장 멈추기 바란다. 서민주거안정을 돕는 기사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최소한 인간에 대한 예의만큼은 지켰으면 좋겠다.

“강남은 대장주가 아니다. 대장주는 땀흘려 일하며 내집 마련을 꿈꾸는 서민들이다”

(CNB뉴스=도기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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