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문가 김 대표, 지휘봉 잡아
흑자전환 이어 밀착형 앱으로 승부수
치열해진 시장 경쟁은 넘어야 할 산
‘해결사’ ‘전략통’으로 불리는 김재영 하나손해보험 부사장이 최근 정기주총을 통해 신임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그동안 공들여온 하나손보의 디지털화가 가속 패달을 밟고 있다. 하나손보는 ‘종합 디지털 손보사’ 도약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전사적으로 혁신에 나선 상태다. CNB가 변화의 갈림길에선 이 회사의 앞날을 내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최근 하나손보의 사령탑에 취임한 김재영 대표는 부사장 시절 포트폴리오 다각화, 디지털 혁신 등에 기여해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킨 ‘해결사’로 통한다.
1989년 서울은행에 행원으로 입사한 김 대표는 하나금융 인사총괄 상무, 하나은행 IT통합지원단장, 하나은행 신탁사업단장 등을 거쳐 2020년 5월부터 하나손보에 몸담고 있다.
그는 하나은행에서 IT통합지원을 펼친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손보의 새로운 시스템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회사를 종합 디지털 손보사로 성장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된다.
특히 김 대표가 부사장이던 지난해 하나손보가 흑자 전환에 성공해 그룹 내 호평이 자자하다. 하나금융그룹 경영관리위원회은 김 대표를 사령탑에 낙점하면서 “은행에서 IT통합지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데 이어 하나손보에서 부사장을 역임하며 다양한 협약 및 제휴, 시스템 개발을 경험했고, 특히 모바일 전자서명 시스템개발과 콜센터 고도화 등을 이끌었다”며 “이러한 경험이 기존 자동차보험에 편중되었던 하나손보의 보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기반이 됐다”고 평가했다.
하나금융지주가 2020년초 더케이손보를 인수해 출범시킨 하나손보는 출범 초기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인수 당시 더케이손보의 손해를 그대로 떠안으면서 2020년 16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에 김 대표는 빠르게 변화를 추진했다. 주력 상품이었던 자동차보험을 줄이고, 대신 여행, 레저 등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보장받는 ‘원데이보험’을 메인 상품으로 내세웠다.
원데이보험은 보험가입 및 보장 단위를 단순화해 필요한 상품과 날짜를 직접 선택하고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이에 ‘스마트한 투자’를 선호하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초 출생자)가 호응하며 작년 12월 기준 원데이앱 다운로드 및 접속자수가 전년 대비 30% 이상의 증가했다. 매출 실적도 2020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실용성에 기반을 둔 ‘김재영표 디지털화’ 전략이 통한 것이다.
‘원데이보험’ 앞세워 변화 ‘속도전’
이런 여세를 몰아 김 대표는 올해를 ‘100% 디지털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김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새로운 보험시장질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디지털 기반의 B2B2C(다른 기업의 서비스를 소비자에 제공하는 전자상거래) 확대, D2C(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전자상거래) 채널 강화를 통해 기존사업의 효율적 성장과 IFRS(새 보험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맞춘 자본과 손익의 관리 등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김 대표는 원데이보험을 더욱 고도화해 시장 활로 개척에 나서고 있다. 원데이보험과 연계된 원데이앱은 최근 ‘스마트앱어워드 2021 보험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이미 우수성이 입증된 상태다. 스마트앱어워드는 국내인터넷전문가들이 가장 혁신적이고 우수한 모바일앱을 선정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평가 프로그램이다. 김 대표는 원데이보험을 디지털 영토 확장의 핵심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구성원들, 머리부터 발끝까지 ‘디지털’
조직문화 혁신도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김 대표는 취임사에서 “개방적인 소통과 화합을 통해 혁신과 활력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확산해 나가겠다”고 선포했다.
조직문화 혁신의 방점은 역시 '디지털'에 찍혀있다. 하나손보는 최근 디지털비즈본부를 디지털비즈기획팀, 데이터지원팀, 디지털채널팀, 제휴영업팀,옴니채널팀, 생활보험팀으로 세분화했다
또 회사 내 임직원 교육, 보험상품 홍보 영상제작, 임직원 공지, 사내 행사 등에 AI(인공지능) 휴먼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구성원들부터 디지털이 몸에 배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밖에도 김 대표는 고객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맞춤형 상품들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아동학대와 학교폭력피해를 보상하는 ‘슬기로운 자녀생활보험’, 건강지표를 활용해 산출한 건강등급별 위험률 32종을 보장하는 ‘하나Grade건강보험’, 항암양성자 방사선치료비 보장을 업계 최초로 탑재한 ‘하나 가득담은 암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궁극적으로는 이런 생활밀착형 상품을 디지털로 전환해 소비자와의 밀착도를 높이겠다는 것이 김 대표의 구상이다.
하지만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점은 김 대표가 헤쳐나가야 할 과제다.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에 이어 BNP파리바카디프손보가 신한금융으로 대주주 변경 절차를 밟고 있다. 카카오페이 역시 지난 1월 디지털 손보사 본인가를 신청하면서 출범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CNB에 “하나손보를 새롭게 이끌고 있는 김재영 대표가 오랫동안 디지털사업을 이끌어온 IT 전문가라는 점에서 예상보다 (하나손보의) 변화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보험업계 최대 키워드는 디지털 혁신과 신상품 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