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은 작지만 강한 모습을 띨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실을 현 ‘3실 8수석’ 체제에서 ‘2실 5수석’으로 슬림화된 체제로 개편한 인사안을 1일 발표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앞서 인선이 발표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와 함께 이날 서울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초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사진)을 임명하는 등 대통령실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장 실장은 경제수석에는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 사회수석에는 안상훈 서울대 교수, 정무수석에는 이진복 전 의원, 홍보수석에는 최영범 전 SBS 보도본부장, 시민사회수석에는 강승규 전 의원이 각각 임명됐다고 발표하면서 대변인에는 조선일보 출신인 강인선 당선인 외신 대변인이 임명됐다고 덧붙였다.
尹측 “슬림한 대통령실로 조율 역할 충실”
장 실장은 김 안보실장 내정자에 대해 “이론뿐 아니라 정책 수립, 집행 역량을 두루 갖춘 분이라며 ”국내외 안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국가·국민의 안위를 지켜내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국가안보실은 김 실장 내정자를 필두로 1차장 산하에 안보전략·외교·통일·경제안보 비서관이 설치되고, 2차장 산하엔 국방·사이버안보비서관과 위기관리센터장을 두는 등 ‘1실장·2차장·6비서관·1센터장’ 체제로 운영된다.
최 경제수석 내정자는 기획재정부 1차관을 역임한 정통 경제 관료 출신으로, 현재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로서 새 정부 경제 밑그림 설계에 참여했으며, 안 사회수석 내정자도 인수위 사회복지문화 분과 인수위원으로서 사회 정책 밑그림을 그렸다.
이 정무수석 내정자는 부산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으로, 대통령실과 여야를 이어줄 소통과 협치 역할을 맡게 됐으며, 강 시민사회수석 내정자는 언론인 출신 정치인으로서 윤 당선인의 대국민 소통을 돕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며, 최 홍보수석 내정자는 SBS 보도본부장 출신으로 2018년부터 효성그룹 부사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장 실장은 “작지만 강하고 민첩한 대통령실을 만들 것”이라며 ‘슬림한 대통령실’ 기조를 재확인했다.
50년지기 초등 동창에 MB맨·캠프·인수위 출신 전진배치
새 대통령실 인선에는 ‘50년지기’ 초등학교 동창을 비롯해 이명박 정부 출신‧대선 캠프·인수위 출신 인사들이 전진 배치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김 내정자는 윤 당선인과는 대광초등학교 동창으로 ‘50년 지기’로서 대선 기간 윤 당선인의 ‘외교·안보 과외교사’ 역할을 했으며, 대선 캠프에 이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외교·안보 분야 좌장(해당 분과 간사)을 맡아 윤 당선인의 외교·안보정책 설계를 주도한 인물로서 특히 윤 당선인의 대통령 당선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를 유선 보안 전화가 아닌 김 내정자의 개인 휴대폰으로 통화했을 만큼 막역한 사이다.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위원인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도 국가안보실 1차장에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정부의 ‘안보 실세’로 꼽혔던 인물로서 지난 2012년 6월 한일정보보호협정인 ‘지소미아(GSOMIA) 밀실처리’ 논란,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장 사건 연루 의혹의 당사자로 알려져 있다.
최 경제수석 내정자는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를 지냈고, 안 사회수석 내정자는 대선 당시 윤 당선인의 사회복지 분야 정책을 담당했으며, 강 시민사회 수석 내정자는 지난 대선 당시 선거대책본부의 조직강화단장을 지낸 바 있다.
안철수가 건의한 과학교육수석, 또 ‘패싱’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제안했던 대통령실 과학교육수석 신설이 무산되면서 또 다른 ‘패싱’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당사자인 안 위원장은 “과학교육수석의 필요성을 계속 건의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과학교육수석 신설은 지난 대선 당시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이 후보 단일화 때 약속했던 ‘윤-안 공동정부론’과 맞닿아 있으나 이미 국무위원 인사 과정에서 안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공동정부론은 상당히 유명무실화 됐다는 평가가 나온 상황이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은 “향후 차관급·대통령실 직제 인사는 안 위원장 쪽의 추천을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게다가 안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기자들을 만나 자리에서 “다음 정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것이고 특히 4차 산업혁명 인재들을 키우는 일”이라며 “과학교육수석 신설을 윤 당선인께 간곡히 말씀드렸다”고도 얘기한 바 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이날 ‘2실-5수석’ 체제의 대통령실 주요 인선을 발표해 결과적으로는 안 위원장은 초대 내각 구성에 이어, 초대 대통령실 인선에서도 ‘패싱’ 당한 셈이다.
장 실장은 이 같은 안 위원장 ‘패싱’논란에 대해 “대통령실은 대통령을 직접 모시는 부서로서 누구 추천, 누구 추천 이런 것이 의미가 없다”면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완전히 합당을 해서, 우리 정권의 뿌리를 합친 상황으로 안 위원장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좋은 분들을 추천을 해주시고 가장 적재적소라고 생각하는 인사를 임명하기 때문에 그렇게 (안철수 패싱) 생각할 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장 실장은 대통령실 인선 발표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도 “교육비서관도 있고, 과학비서관도 있어서 굳이 과학교육수석을 따로 만들 시점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과학기술 쪽 수석이 필요하다는 국민 요구가 많아지면 (신설을)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