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40년 지기’ 막역한 지인으로 알려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들의 입시 특혜 논란을 비롯해 아들의 병역의혹 등이 불거졌지만 ‘정면돌파’를 택했다.
정 후보자는 자신이 경북대 병원의 고위직으로 있을 때 딸과 아들이 경북대 의대 학사편입 시험에 연달아 합격해 일종의 ‘아빠 찬스’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으나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회견문 외에 별도로 각종 의혹과 이에 대한 입장을 담은 23쪽 분량의 Q&A 자료집을 기자단에 배포, 조목조목 해명하고 나섰다.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부원장)으로 근무하던 지난 2016년 12월, 딸은 당시 33명 모집에 338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10.24 대 1이었던 ‘2017학년도 경북대 의과대학 학사편입 전형’에 합격했다.
그리고 정 후보자의 아들은 지난 2017년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장이 된 ‘2018학년도 경북대 의과대학 학사편입 전형’에서 합격했다. 대구·경북 지역 고교 또는 대학 출신자만 지원할 수 있는 특별전형은 당시 33명을 선발했는데 특별전형에서 17명을, 일반전형에서 16명을 뽑았다.
이처럼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고위직으로 재직할 때 두 자녀가 모두 경북대 의대에 잇달아 학사 편입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정 후보자는 이날 딸, 아들의 경북대 의대 학사편입 과정에 “불법 또는 편입은 없었다”며 집중적으로 해명하고 오히려 교육부 조사를 요청했으며, 또한 아들의 논문 연구자 참여와 병역 등급 판정 논란, 자신의 미국 친목 출장 등에 대한 의혹 등도 전부 부인했다.
정 후보자는 ‘두 자녀를 모두 경북대 의대에 보내 의혹의 소지가 있지 않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빠가 졸업한 학교를 가고 싶었겠죠”라고 답했으며, ‘후보자가 병원장으로 재직하는 학교에 자녀를 편입시킨 것 자체가 ’묵시적 청탁‘ 아니냐는 질문에는 “서울대 교수라고 해서 서울대에 자녀를 못 보내나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정 후보자의 각종 논란이 이미 ‘조국 사태 닮은꼴’로 비화한데다, 본인이 기자회견에서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아버지가 병원장, 부원장일 때 자녀들이 편입학에 합격했다’는 것은 국민적 의혹이 커진 상황이어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경북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정 후보자 자녀의 특혜 의혹과 관련한 교육부 감사를 요청했으며, 교육부도 공식 조사 요청이 오면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교육부 감사를 통해 의혹이 규명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현직 대학교수로 구성된 교수단체인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입장문을 통해 “전임 정권보다 한 차원 높은 도덕성을 갖고, 품격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은 국민 공동 과제인데 (정 후보자의 의혹에 대해)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인의 억울함이 있더라도 대의를 보고 한발 물러서서 명예로운 자진사퇴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고 경북대 학생들 사이에서도 “허탈하고 화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7일 대학 익명 게시판을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 ‘에브리타임’ 경북대학교 페이지에서는 정 후보자의 아들과 딸의 경북대 의대 편입과 관련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글이 다수 눈에 띄었다.
이 게시판에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사태와 정호영 후보자 두 자녀의 ‘아빠 찬스’ 의혹이 판박이다. 둘 다 똑같다” 등의 글이 올라왔으며, 이밖에도 “수사를 받아야 한다”, “경북대 이름에 먹칠한다”, “아빠 찬스 용납 못한다” 등의 글도 잇달았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