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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청년희망적금이 ‘윤석열 정부’에게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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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2.03.24 10:18:52

文정부, 포부는 컸지만 ‘각론’ 부족

서민의 삶은 정책의 섬세함이 결정
새정부는 ‘디테일’로 민생 부응하길

 

 

(CNB=도기천 편집국장)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

‘신은 디테일(섬세함)에 있다’는 독일 속담에서 유래된 말이다. 총론(總論)은 화려하지만 각론(各論)에서 곤욕을 치른다는 뜻이다. 대충 보면 쉬워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청년들에게 혜택을 준 금융상품 하나가 딱 이 말에 해당된다. 일하는 청년에게 정부가 금리 지원은 물론 저축장려금까지 준다는 일명 ‘청년희망적금’. 금융당국의 당초 예측보다 5배 이상 많은 290만명의 신청자가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에 몰리면서 불과 2주만에 완판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디테일’에서 실패한 정책이다. 가입자격이 ‘2021년 총급여 3600만원 이하 19~34세 청년’인데, 국세청 홈택스에서 2021년 소득을 확인하려면 오는 7월경이 돼야 했다. 그래서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2020년 소득을 기준으로 가입자를 받으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하나. 2021년 소득이 있더라도 2020년 소득이 없으면 적금 가입이 안된다.
둘. 2021년 소득이 없더라도 2020년에 소득이 있으면 적금 가입이 된다.
셋. 2021년에 소득이 있더라도 2020년에 군(軍)에 있었다면? 역시 가입이 안된다. 군대에서 받은 월급은 국세청에서 소득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
.

결과적으로 2020년에 알바 한번이라도 하고 그후부터 쭈욱 백수 상태인 청년은 이 적금에 가입할 수 있고, 2020년에 군대에 있었고 이후 제대해서 지금까지 열심히 돈벌고 있는 청년은 가입이 안되는 기막힌 상황이 발생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2021년 소득이 확정되는 오는 7월에 다시 적금 신청을 받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단언컨대 7월에 이 적금이 다시 문을 열 일은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청년희망적금 보다 훨씬 강력한 ‘청년도약계좌’ 도입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둘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청년희망적금은 한 달에 최대 5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가입기간은 2년이다. 은행 금리 연5%에 정부 저축장려금 최대 36만원, 비과세 혜택 등으로 만기 때 최대 111만원의 혜택을 받는다.

반면 청년도약계좌는 10년 만기가 됐을 때 무려 1억원을 손에 쥘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상품이다.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이 있는 만19~34세 청년이 매달 70만원 한도 내에서 저축하면, 정부가 가입자 소득에 따라 월 10만~40만원씩 보태준다. 가입자는 10년간 정부 지원과 이자를 합쳐 최대 5754만원의 혜택을 받는다.

윤 당선자는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하는 경우 유사 제도와의 중복 가입이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청년희망적금과 청년도약계좌 둘다 가입할 순 없단 얘기다.

그렇다면 7월에 설령 청년희망적금이 다시 문을 열더라도 누가 가입하겠는가? 훨씬 혜택이 큰 청년도약계좌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청년희망적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식 당선증을 청년보좌역들로부터 수여받고 있다. 이 장면은 청년층을 잘 챙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이 보다 ‘디테일(섬세)’해야 한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제공)

이처럼 청년희망적금은 대선을 앞두고 청년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졸속으로 내놓은 실패한 정책이다. 

 

윤 당선인은 이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본인 공약인 청년도입계좌는 보다 디테일하게 설계해 억울한 청년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미 청년희망적금에 가입된 290만명을 청년도약계좌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방법, 10년간 최소 30조원이 소요되는 예산을 어떻게 만들지 등 고민할 지점이 많다.

코로나로 피해 본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책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처럼 우왕좌왕해서는 안된다. 정부의 소득 등재 시스템이 늦어 지원받지 못한 이들, 긴급대출 몇백만원 받으려고 은행과 국세청을 오가다 결국 포기한 소상공인들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된다.

솔직히 청와대 이전에서 보여준 ‘윤석열식 디테일’을 보면 별로 믿음이 안간다. 국민과 더 가까이 만나겠다는 총론이야 토달게 없지만, 국방부 주요 시설이 밀집된 용산으로 청와대를 옮긴다는 각론은 이해하기 어렵다. 막대한 소요 예산은 둘째로 치더라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곳들이 한데 모여 있다면 유사시 더 위험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도 백악관과 펜타곤(국방부 청사)이 떨어져 있지 않은가.

디테일 속에 신이 존재할지, 악마가 존재할지는 결국 사람 손에 달렸다. 귀를 열고 인재를 등용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디테일 윤(尹)통령’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CNB=도기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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