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으로부터 거취 표명을 요구받은 김오수 검찰총장이 임기를 끝까지 마치겠다는 자진 사퇴거부 입장을 내놓으면서 정치권에 이어 검찰 내에서도 정권 이양기 신·구 권력 갈등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윤 당선인의 최측근인 ‘윤핵관’의 한명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지난 15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총장)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 않나”라며 자진사퇴를 압박한 지 불과 하루 만에 김 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는 짤막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사퇴 거부의사를 밝혔다.
김 총장은 당초 권 의원의 사퇴압박 했을 때만 해도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권 의원의 발언을 계기로 검찰 내부가 술렁이자 직접 응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이 이날 검찰 출입기자단에 보낸 “검찰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라는 ‘27자의 입장문’은 과거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재임시 부터 줄곧 강조해 왔던 ‘법과 원칙’의 주장을 그대로 반사해 법률이 정한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1일 취임한 김 총장은 검찰청법에 따라 임기 2년을 보장받을 경우 임기 만료는 내년 5월 31일까지다.
김 총장의 거취와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도 검찰총장 출신인 윤 당선인과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내편 네편’으로 극명하게 갈리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친윤’으로 알려진 한 차장검사는 17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총장은 검찰 권한을 축소하는 ‘검찰 개혁’에 한몫을 하셨던 분이라서 일선 검사들로부터 신임을 잃었다”면서 “현 정부와 보폭을 잘 맞춰 잘못된 부분에 대한 소신발언은 전혀 없었던 분이 중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하실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수도권의 한 검사는 통화에서 “이번 기회에 총장 임기제가 제대로 정착돼야 한다. 검찰의 진정한 독립성을 위해서라도 김 총장이 임기를 지켜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안팎에서는 권력 교체 과정에서 검찰 내분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않다”면서 “보복의 악순환이 벌어지면 안되지만 지금은 폭풍전야 같은 느낌이 든다”고 우려했다.
(CNB=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