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럴 줄 알았다. OO에 투자했어야지”
“난 이런 뻔한 결과를 예상했어. 현금화하라고 했잖아”
주식·부동산·코인 투자를 하다 보면 타인에게 가장 많이 듣는 훈수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모두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하고, 예상한 것이 맞아떨어졌다고 자화자찬한다. 그러면서 전지전능한 신처럼, 앞일을 알고 있는 예언자처럼 충고를 시작한다.
투자 전까지는 아무 말도 없더니만, 결과가 나온 이후에는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단다. 정말 얄밉기 짝이 없다.
타인만 그럴까? 투자자 본인(나)도 마찬가지다. 이익을 보면 ‘역시 내 예상대로’라며 뿌듯해하고, 손해를 보면 ‘아..알고 있었는데 왜 미리 대응을 못 했을까?’라며 아쉬운 반응을 보인다. 전부 결과가 나온 후에야 분명해지는 감정들이다.
이처럼 결과가 발생한 후에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하는 현상을 ‘사후 확신 편향’이라고 한다. 사후 확신 편향은 우리의 예측력이 실제보다 우월하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켜 여러 가지 실패를 겪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이는 투자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선택에 대한 결과를 수치와 그래프 등으로 명확히 보여주고, 눈에 확실히 각인시켜주기 때문. 투자자는 자신의 선택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결과를 분석하고 합리화하기 바쁘다.
투자에서 사후 확신 편향이 위험한 이유는 잘못된 판단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투자 계획이나 과정을 수립하기보다는 결과의 좋고 나쁨에 따라 판단하도록 유도하고, 이는 의사 결정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친다. 또, 과정이 아닌 결과만을 중점으로 보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도 낮아진다.
여기에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 현상인 ‘확증 편향’과 특정 분야에 대해 조금 공부한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더닝 크루거 효과’까지 합쳐지면, 그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투자자는 왜 이렇게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을 할까? 심리학에서는 “인간은 어떤 사건의 결과가 밝혀지면 그 일이 왜 발생했는지 설명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투자에서는 감각적인 본능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성공한 투자자들의 투자 원칙과 냉철한 판단을 참고하면서 공부를 시작해보자. 엄청난 이익을 보진 못하더라도 손해는 줄어들 것이다. 연구와 분석을 통해 합리적인 투자 전략과 자신만의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다만 유튜브나 블로그에 상주하고 있는 자칭 전문가들의 “상승이 점쳐지나 하방 압력이 있어 불안한 상황이며, 횡보할 가능성도 있다”는 식의 전망은 듣지도 말자.
(CNB=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