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톱은 신호탄일 뿐… ‘찐’은 지금부터
글로벌 연합군 구축해 ‘하늘 나는 車’ 도전
메타버스·가상쇼호스트…쇼핑 시공간 초월
신동빈 “꿈꾸는 미래는 혁신에서 비롯된다”
재계에서 ‘M&A 승부사’로 통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혁신의 고삐를 죄고 있다. 최근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를 인수하며 편의점업계 3위로 올라선데 이어, UAM·메타버스·모빌리티 등을 신사업으로 낙점해 먹거리 영토를 넓히고 있다. 순혈주의 깨고 외부 인재를 대규모 수혈하는 등 조직혁신 또한 전광석화(電光石火)다. 롯데의 미래 청사진은 어떤 모습일까. (CNB=도기천 기자)
“새로운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 (최근 사장단 회의 발언 중)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시대의 변화를 읽고 미래지향적인 경영을 통해 신규 고객과 시장을 창출하는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데 이어, 지난달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에서 열린 2022년 상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에서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가장 쉽지만 그렇게 해서는 우리가 꿈꾸는 미래를 만들 수 없다.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고 혁신의 롯데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오늘을 새롭게, 내일을 이롭게’라는 새 슬로건을 선포했었다.
최근의 한국미니스톱 인수는 이런 새 물결 속에서 거둔 올해 첫 수확이다.
지난달 21일 롯데그룹은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를 3133억원에 인수했다. 한국미니스톱은 일본 이온그룹의 자회사 미니스톱이 1997년 국내 진출해 설립한 회사다. 국내 편의점 최초로 즉석식품 판매를 시작하는 등 편의점 업계의 식문화를 선도해 오다 이번에 매각됐다.
롯데는 이번 인수로 2600여개 미니스톱 점포와 12개 물류센터를 품으며 막강한 네트워크를 갖게 됐다. 관련업계에서는 미니스톱이 롯데의 기존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점포수 1만1173개)과 시너지를 내게 되면 업계 1·2위인 CU(1만4900여개)와 GS25(1만4600여개)를 넘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011년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뒤 10여년 간 무려 20여건의 크고 작은 M&A(인수합병)를 성공적으로 성사시켰다.
롯데렌터카가 2015년 KT렌탈을 인수해 업계 최강자로 도약했으며, 같은해 롯데케미칼은 삼성의 화학 계열사를 품어 국내 선두 화학기업의 자리를 굳혔다. 코로나19가 들이닥친 시기에도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2020년 중고나라를 시작으로 두산솔루스·한샘 등의 인수전에 참여해 성과를 거뒀다.
승부사의 다음 타깃은 ‘항공’
신 회장의 다음 목표는 디지털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것. 롯데는 이미 UAM·메타버스·모빌리티·바이오 등을 신사업으로 낙점한 상태다.
UAM(Urban Air Mobility)은 하늘을 이동 통로로 활용하는 미래의 도시 교통 체계다. 활주로 없이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개인 항공기’라 생각하면 된다.
이는 도심 교통 문제를 해결할 미래혁신사업으로, 미국의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는 2040년 UAM 시장이 1조5000억 달러(약 1795조5000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을 만큼 유망한 시장이다. 이미 현대차·SK·한화 등 국내기업들이 지방자치단체 및 글로벌 기업들과 손잡고 교두보를 확보한 상태다.
롯데는 2024년 UAM 상용화를 목표하고 있다. 롯데지주와 롯데렌탈을 주축으로 미국 스카이웍스 에어로노틱스, 모비우스에너지, 인천광역시 등과 ‘연합군’을 형성했다. UAM은 항공과 지상 관제 시스템 구축, 비행, 지상 모빌리티, 자율주행, 당국의 규제완화 등 다양한 분야가 결합돼야 원활한 서비스가 가능하기에 협업 체제가 필수적이다.
롯데는 국내 1위 유통기업으로서의 인프라를 UAM과 접목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관광객들이 UAM을 타고 잠실 롯데월드몰-롯데면세점-롯데호텔 등을 순환하는 최첨단 관광벨트를 구상하고 있다.
메타버스 세계에 우뚝 선 ‘가상 롯데’
롯데는 또 비대면 시대에 발맞춰 가상현실(VR)장비를 통해 오프라인 쇼핑을 체험하는 ‘메타버스’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7월 메타버스 스타트업 칼리버스를 인수한 롯데정보통신은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HMD(Head Mounted Display : 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기반의 메타버스를 최근 세계 가전 전시회(CES)에서 선보였다. 조만간 결제 기능을 갖춘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해 2분기 중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다.
롯데는 이런 기술력을 토대로 롯데백화점·롯데하이마트 등 오프라인 점포와 비슷한 ‘버추얼 스토어’를 만들어 메타버스에서 의류·TV·세탁기·정수기 등을 직접 둘러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움직임, 음성 표현 등을 인간과 비슷한 수준까지 높인 가상 쇼호스트(디지털 휴먼)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조만간 전기차 모빌리티 시장에도 진출한다. 최근 롯데는 전기차 충전 업체인 중앙제어의 지분 71%를 인수했는데, 이 회사를 통해 충전기 제조에서부터 충전소 운영에 이르는 충전 토털 서비스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다.
카이스트와 손 잡나? '협업설'까지
이 같은 롯데의 첨단산업 선점은 그간 신 회장의 행보로 볼 때, 상당히 빠르고 공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롯데지주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4조원이 넘는 유동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실탄(투자금)이 넉넉한데다. 지금이 포스트 코로나로 가는 전환기라는 점에서 신동빈 회장이 과감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신 회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찾아 이광형 총장과 만났다. 미래학자인 이 총장은 전산학과 교수 시절 김정주 넥슨 회장 등 1세대 벤처 창업가들을 다수 배출했으며,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맨이라는 점에서 학생들로부터 ‘괴짜 총장’으로 불린다.
신 회장은 지난해 롯데지주에 디자인경영센터를 신설하고 배상민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를 센터장(사장)에 임명한 바 있다. 이번에는 신 회장이 직접 이 총장을 찾아갔다는 점에서, 재계에서는 롯데그룹과 KAIST 간 협업 가능성이 회자되고 있다.
배 센터장은 두 사람의 만남 소식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하며 “롯데의 열정과 카이스트의 혁신이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기대해주세요”라고 적기도 했다.
(사)한국빅데이터협회 구병두 부회장은 CNB에 “롯데의 미래 영토 확장이 사업다각화라는 측면도 있지만, 기존 1위 유통기업의 위상을 더 단단하게 하겠다는 의지 또한 강해 보인다”며 “과거 오프라인 중심 쇼핑을 의미하는 ‘유통’이 지금은 4차산업혁명과 결합하면서 메타버스와 AI(인공지능) 기반으로 급속히 진화하고 있는데다, 신동빈 회장의 도전정신이 워낙 강해 롯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