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앞두고 3일 동안 써보니
“S펜이 팬심 잡네” 손맛 상승
저조도·원거리 극복하는 카메라
뭐든 해봅니다. 대리인을 자처합니다. 모이지도 말고 움직임도 줄이고 마스크 없이는 대화도 금해야 하는 ‘자제의 시대’. CNB가 대신 먹고 만지고 체험하고, 여차하면 뒹굴어서라도 생생히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번 편은 갤럭시S22 삼형제 중 가장 궁금증을 자아내는 ‘울트라’ 사용기입니다. <편집자주>
“역대 가장 강력한”이란 수식어를 단 삼성전자의 갤럭시S22 시리즈가 오는 25일 공식 출시된다. 총 3종(S22·S22+·S22울트라)으로 선보이는 라인업 중 가장 관심받는 모델은 노트와 S 시리즈가 결합한 '갤럭시S22 울트라'이다. 한때 단종설이 돌며 마니아층 두터운 ‘노트 팬’들을 가슴 졸이게 만들었으나 S라는 새 옷을 입고 화려하게 돌아왔다. 과연 갤럭시S22 울트라(이하 울트라)는 집 나간 줄 알았던 노트의 금의환향일까? 출시에 앞서 사흘 간 미리 써봤다.
“사각사각” 필기감 높인 S펜
노트의 상징과도 같은 S펜 얘기부터 안 할 수 없다. 아래쪽 둥근 부분을 누르자 ‘딸깍’ 소리와 함께 삽입된 펜이 나왔다. 납작한 펜대에 둥그스름한 펜촉을 지녔다. 흔히 쓰는 볼펜에 비해 작고 얇아서 쥐는 느낌이 불안정했지만 쓰는 감촉은 안정적이었다. 의도대로 그림을 그리거나 평소 필체 그대로 화면에 쓸 수 있었다.
아이젠 붙은 신발을 신고 미끄러운 길을 걷는 기분이다. 하얀 빙판을 닮은 매끈한 디스플레이 위에 펜이 날카롭고도 정교한 스케이트 날처럼 흩뿌려졌다. 곡선은 빙판을 내달리는 쇼트트랙 선수처럼 부드럽게, 직선주로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처럼 빠르게 질주했다. 뭣보다 사각사각하는 효과음이 종이에 글을 적는 듯한 착시를 줘 필기감에 사실감을 더했다.
비결은 향상된 순발력이다. 이전 제품에서는 지연되는 감을 지울 수 없었다. 펜을 움직이면 글자가 아주 미세한 시차를 두고 한발 늦게 각인돼 따라오는 느낌이었다. 울트라는 기존 제품 대비 반응 속도가 약 70% 빨라졌다. 삼성전자 측은 “역대 'S펜' 중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사용자 의도대로 필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노트8부터 추가된 빠른 ‘공책 펼치기’도 여전하다.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 펜 버튼과 화면 버튼을 누르면 바로 노트를 쓸 수 있는 수첩으로 전환된다. 급히 메모가 필요한 상황에서 요긴한 기능이다.
“어두워도 멀어도 나는 안 울어”
스마트폰으로 촬영할 때 우려되는 두 가지 상황이 있다. 환경이 지나치게 어둡거나 피사체가 너무 먼 곳에 있을 때 그렇다. 울트라는 이러한 핸디캡을 극복한다.
간밤에 방을 밝히던 불을 껐다. 익숙한 공간이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낯선 곳으로 바뀌었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미세한 가로등 불빛이 가구들의 윤곽만을 얼핏 비췄다. 암실로 변한 방안을 울트라로 촬영 후 몇 초간 기다렸다. 자체 보정을 거쳐 이내 결과물이 나왔다. 깜깜해 보이지 않던 공간이 내가 아는 방으로 돌아왔다. 수면등을 켠 것보다 약간 더 밝은 수준이었다. 조도가 낮은 환경에서는 노이즈가 발생하거나 사물의 테두리가 장마철 장판처럼 울게 나오기 마련인데, 포토스튜디오처럼 잘 갖춰진 상황에서 찍은 듯한 사진이 나왔다.
어두워도 울지 않게 만든 기능은 이번 갤럭시S22 시리즈 출시와 함께 큰 화제를 모은 '나이토그래피(Nightography)'이다. 대폭 강화된 AI 기술을 결합해 야간에도 피사체의 디테일까지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
카메라 성능 개선에 들인 공은 이뿐만 아니다. 울트라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이미지센서 중 가장 큰 2.4um 크기의 1억800만 초고화소 카메라와 슈퍼 클리어 글래스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강한 빛이 카메라 렌즈에 반사돼 난반사가 일어나면서 빛 잔상이 화면에 남는 현상인 플레어(flare) 없이 보다 부드럽고 선명한 촬영이 가능하다.
시야도 대폭 확장했다. 12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 각각 광학 3배와 10배의 1000만 화소 망원 카메라 2개 등 쿼드 카메라로 원거리를 일순 근거리로 만들 수 있다. 디지털 줌까지 활용하면 최대 100배까지 당겨서 촬영 가능하다.
궁금해서 당겨봤다. 어디까지 볼 수 있을까. 하늘이 뿌옇던 지난 14일, 높은 고개에 있는 서대문구 창천동 골목공원에 올랐다. 그곳에서 맞은편에 멀리 우뚝 선 궁동공원을 확대해 찍어봤다. 거리는 약 1.1km. 대략 50배에서 남색 옷을 입고 산길을 오르는 사람이 비교적 뚜렷하게 보였다. 100배까지 당기자 그 사람이 입은 옷의 브랜드 로고까지 보였다. 대규모 공연장에서, 탐조(探鳥)할 때 진가를 발휘할만한 기능이다.
날렵한 디자인을 배반하는 묵직함
전체적인 모양새는 날렵하다. 완만함과 날카로움, 그 사이에 있다. 특히 옆선이 깎아 지르는 듯하면서도 둥글게 떨어져 중용의 미를 완성한다. 과거에는 디자인을 두고 말이 많았다. 갤럭시는 조약돌 같은 둥근 형태가 진리라는 주장과 네모반듯하게 말쑥한 디자인이 옳다는 여론이 팽팽히 맞섰다. 울트라의 경우 둘의 의견을 두루 포용한 것처럼 보인다.
호오(好惡)는 무게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갤럭시S22가 167g, 갤럭시S22플러스가 195g인데 비해 울트라는 228g이다. 전작이라 할 수 있는 갤럭시S21 울트라의 경우 무게가 227g이라 오히려 더 무거워진 셈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확실히 손에 쥐고 계속 사용하다보니 손목이 빨리 지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노트 시리즈의 강점인 화면 크기를 생각하면 감수할 만하다. 6.8형인 울트라는 크기가 163.3mm x 77.9mm x 8.9mm(세로x가로x두께)로 다른 S22 시리즈와 비교해 크다. 그만큼 시원시원하게 보는 맛이 있다는 뜻이다.
‘가격 동결’ 승부수 던져
총평하면 밝고 선명한 화질을 만들어내는 야간촬영, 그림자와 빛 반사를 지워주는 AI지우개, 종이에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는 S펜의 필기감은 우수하다. 다양한 취향을 고려해 팬텀 블랙, 팬텀 화이트, 그린, 버건디 등 총 4가지 색상으로 선보인 것 또한 장점. 흠이라면 묵직한 무게감 정도 꼽을 수 있겠다.
또 다른 장점은 가격이다. 갤럭시S22는 99만9900원, 갤럭시S22+는 119만9000원, 갤럭시S22 울트라는 12GB RAM·256GB 내장 메모리 모델이 145만2000원, 12GB RAM·512GB 내장 메모리 모델이 155만1000원으로 전작과 비슷한 수준이다.
당초 반도체 공급난과 높아진 원자재 가격으로 인해 출시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삼성전자는 S21과 동일하게 맞췄다. 가격 경쟁력 확보를 통해 더 많은 소비자층을 유입하려는 시도로 읽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더 많은 소비자들이 ‘갤럭시S22’ 시리즈의 혁신적인 카메라와 최첨단 프로세서 등을 즐기실 수 있도록 여러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전작과 동일한 가격으로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