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저출산 늘며 반려동물 전성시대
수입브랜드 맞서 속속 도전장 내밀어
유통사는 온라인몰 무기로 영토 확장
식품·뷰티사는 사료 고급화로 출사표
유통업계가 반려동물 산업에 속속들이 진출하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이 6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점찍은 것이다. 수입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점유율을 뺏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CNB가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펫 시장’ 속으로 들어가봤다. (CNB=김수찬 기자)
1인 가구 증가, 저출산 및 고령화, 팬데믹에 따른 ‘집콕족’ 증가 등에 따라 반려동물을 보유한 가구가 늘어나면서 ‘펫코노미(Petconomy)’ 시대가 도래했다. 펫코노미란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과 이코노미의 합성어로, 반려동물과 연관된 생산과 소비를 의미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2027년까지 6조원 이상의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1조9000억원 규모에서 2017년 2조3300억원, 2020년 3조4000억원까지 증가하며, 확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세를 간파한 국내 기업 다수는 펫 비즈니스에 진출하면서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문매장 출범·온라인몰 강화…이색 서비스까지
대형 유통사들은 반려동물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며, 온·오프라인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 매장을 출범하는가 하면, 전문 온라인몰 개관을 통해 수요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최근 펫 전문 매장 ‘콜리올리’를 선보였다. 롯데마트에서 운영해왔던 ‘펫 가든’이 반려동물 식품 및 용품 중심이었다면, 롯데마트 은평점에 오픈한 콜리올리는 반려동물 케어 및 관리 서비스를 다양화한 전문 매장이다.
특징은 반려동물 건강 기능식 특화존이다. 영양제, 기능성 간식, 보양식, 시니어 반려동물 식품까지 판매하면서, 보다 세분화되고 다양화된 건강식품에 집중한 것. 또한 반려동물 병원, 미용실, 보험, 장례 서비스부터 반려동물 인식표 맞춤 제작, 3D 피규어 제작 등 이색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세계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서비스 반경을 넓히고 있다. 계열사인 SSG닷컴(쓱닷컴)에 반려동물 전문관인 ‘몰리스 SSG’를 선보였다. 사료, 간식 등 식품류와 의류, 장난감 등 비식품 총 400만여종 상품을 판매하며 반려동물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반려동물 매거진’도 발행 중이다.
이마트의 기존 펫용품 전문 매장인 ‘몰리스’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하며 판매 채널을 온라인으로 확장했다.
GS리테일은 자회사 ‘어바웃펫’을 통해 반려동물 케어 상담, 양육 콘텐츠 제공, 최적화된 상품 큐레이션 등의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프리미엄 식품 종류를 강화하며 론칭 6개월여 만에 고객 규모가 6배 증가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반려동물 장례서비스 기업 ‘21그램’과 손잡고 반려동물의 장례 절차를 돕는 ‘반려동물 기초수습키트’를 출시하는 등 이색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반려동물 기업 인수 및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GS리테일은 지난해 7월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함께 반려동물 전문 쇼핑몰 ‘펫프렌즈’를 인수했으며, ‘도그메이트’, ‘펫픽’, ‘바램시스템’, ‘21그램’ 등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스타트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바 있다.
먹거리도 용품도 고급화…라인업 확장
다수의 식품업계와 유통사는 먹거리와 관리용품의 품질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고품질의 기능성 건강 사료와 케어용품 등을 출시하며, 경쟁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 고객 요구에 맞춰 프리미엄 상품군을 꾸준히 늘리는 일종의 고급화 전략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16년부터 펫케어 브랜드 ‘시리우스(Sirius)’를 론칭하며 반려동물 시장에 자리 잡았다. 브랜드 내에는 사료, 간식 등 반려동물 식품을 제조하는 ‘시리우스 윌’과 반려동물 생활용품을 제조하는 ‘시리우스 그룸‘이 있다.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 오리, 연어 등으로 만들어 간식 상품의 고급화를 이뤄냈으며, GS25,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에 입점시키면서 유통망을 늘렸다. 지난해 말에는 ‘시리우스 그룸’의 프리미엄 라인 제품격인 ‘시리우스 펫퓸(Sirius Petfume)’을 출시했다. 반려견을 위해 100% 식물첨가물 성분을 사용해 비건인증원에 등재된 제품으로, 식품에 사용되는 원료로만 제조했다.
애경산업도 펫 케어 브랜드 ‘휘슬(WHISTLE)’을 통해 반려동물 시장에서 성장 중이다. 현재 세정 제품과 위생 제품, 푸드 등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액상형 간식에는 ‘휴먼그레이드(사람이 먹어도 되는 수준의 안전성)’ 원료를 사용했으며 인공색소, 방부제 등도 배제하는 등 품질을 높였다.
아모레퍼시픽은 반려동물 관련 브랜드 ‘푸푸몬스터’를 새로 론칭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사내 스타트업 조직으로 선발돼 시작한 브랜드로, 론칭과 함께 비건 펫 샴푸를 출시했다. 펫 샴푸는 피부가 약한 반려동물의 특성을 고려해 중성 제품으로 만들어졌으며, 사내 수의사의 자문까지 받은 뒤 전문 조향사와 함께 100% 천연 에센셜 오일을 브렌딩한 향으로 만들었다.
동원 F&B는 참치와 연어, 크릴, 홍상 등의 원료를 활용해 다양한 펫푸드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반려묘 습식캔의 누적 판매량은 6억개를 돌파했으며, 매년 펫푸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2025년까지 펫푸드 부문 연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반려인들의 수요를 겨냥한다는 계획이다.
bhc는 사업 다각화 일환으로 반려동물 관련 프랜차이즈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7월에 반려동물용품 도소매·유통업·제조업, 반려동물 프랜차이즈업, 사료 제작 및 공급·유통·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며 출사표를 던진 것. 지난해 11월에는 반려견 간식 ‘멍쿠키’를 출시하면서 펫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BHC는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브랜드 장벽 넘을까
업계는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는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 예상한다.
더구나 반려동물 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큰 사료의 경우 ‘로열캐닌’, ‘시저’ 등 수입 브랜드가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 경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NB에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세에 따라 관련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계속 늘고 있으나 아직 주도권을 잡은 업체는 없다”며 “수입 제품과의 심화되는 경쟁환경에 맞서 차별화를 모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렴한 가격과 이색 서비스를 앞세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CNB뉴스=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