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실수”로 불리는 명작
10년 넘게 쓰는 이들도 있어
이름 비슷한 S22가 위용 넘을까
“대한민국은 IT강국”이란 말은 이제 잘 쓰지 않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가 가장 클 텐데요. 그만큼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세계에 이름을 날려 왔습니다. 날로 고도화되는 기술,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혁신적인 제품들이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결과물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IT 이야기’, 줄여서 [잇(IT)야기]에서 그 설을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약정 끝났는데 안 바꾸니?”
“아직 쓸 만해”
“요즘 번호이동하면 거의 공짜라는데 안 바꾸니?”
“아직 쓸 만해”
“액정에 금 갔는데 안 바꾸니?”
“아직 쓸 만해”
“그만 좀 보내줘라. 쟤 입장도 생각해”
“아직 쌩쌩한데 어떻게 버려!”
친구와 2010년대 초반부터 약 6년 간 나눈 대화입니다. 그 친구는 갤럭시 S2가 출시되자마자 구입해 꽤 오랜 세월을 함께 했습니다. 아마 7년은 사용했을 겁니다. 휴대전화를 2년 쓰면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짙어지던 때였는데 세배 넘게 쓴 셈입니다.
저는 괜한 오기가 생겼습니다. 신형 기기가 많이 나왔고 통신사를 옮기면 가격 부담이 적으니 갈아타라고 끈질기게 권유했습니다. 친구는 매번 거절했죠. 상태가 좋아 버리기 아깝다면서요.
그의 구체적인 변은 이랬습니다. “게임 잘 돌아가고 모양도 예뻐서 다른 기종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엇보다 고장이라도 나야 바꿀 명분이 설 것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멀쩡한데 버리면 왠지 벌 받을 것 같다나요.
S2를 끈질기게 쓴 건 그 친구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몇 년 전, 아니 지금도 온라인 스마트폰 관련 커뮤니티에 S2를 여전히 사용하는 게시물이 올라오면 “노인 학대 그만”이라는 댓글이 달립니다. 보통 수명인 2살보다 훨씬 오래 살았는데 아직도 쓰고 있으니 노인 학대를 그만하라는 거죠.
구독자 206만을 보유한 IT 전문 유튜버 ‘잇섭’은 “얘(S2)는 막 던져도 거의 깨지기가 힘들다”며 “어찌 보면 요즘 스마트폰들이 S2에 비해 내구성이 약하다는 게 아쉽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만큼 S2가 역대급 건강함이란 뜻일 겁니다.
튼튼해서 망작
사람들은 S2가 삼성의 망작(망한 작품)이자 실수라고 합니다. 물론 우스개입니다. 바꾸고 싶어도 못 바꾸게 만들었으니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팔아야 하는 삼성 입장에선 손해라는 거죠. 혹시 그거 아시나요? 현재도 사용자가 펌웨어를 수정하는 커스텀 롬(Custom Rom)을 통해 게임 전용폰으로 쓰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S2가 2011년에 세상에 나왔으니 10년 넘게 현역인 셈이네요.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는 2007년 첫 출시돼 혁명적 반응을 일으킨 아이폰의 대항마로 나왔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역사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이고 약 3년이 흐른 뒤였습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달고 야심차게 나온 갤럭시 S1은 iOS라는 독자 OS를 장착한 아이폰에 비해 아쉽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2로 넘어가며 크게 진보해 혹평을 뒤집었습니다.
우선 프로세서가 전작에 탑재됐던 삼성 엑시노스 3 Single에서 삼성 엑시노스 4 Dual로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삼성 최초의 듀얼코어 스마트폰이 S2입니다. 메모리는 512MB RAM에서 1GB DRAM, 화면 크기는 4.0인치에서 4.3인치, 카메라 화소는 후면 기준 500만에서 800만으로 전체적인 스펙이 껑충 뛰었습니다. 현재 나오는 모델들과 비교하면 웃음이 나겠지만 당시 시장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디자인도 각광받았습니다 이전 모델의 특징인 둥근 모양과 달리 투박하게 각진 형태로 나와 더욱 단단하면서도 세련돼 보인다는 호평을 끌어냈습니다. 이후 모델인 S3는 대놓고 둥그스름한 ‘조약돌’ 콘셉트를 표방했는데, S2의 열혈 지지자들은 왜 회귀했는지 모르겠다며 힐난하기도 했습니다.
노태문 사장 “S22는 역대 가장 주목받는 제품될 것”
사람들은 역대 S 시리즈 중 최고로 S2를 꼽습니다. 사용한 결과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는 평과 함께요. 이는 스펙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기종이 출시될 때마다 ‘스펙업’은 늘 있어 왔습니다. 새로운 무언가, 즉 썸띵뉴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겁니다. 튼튼한 차의 대명사 볼보와 같은 강인함이 S2가 높은 인기를 자랑한 이유 입니다. 처음부터 삼성이 S2의 내구성을 부각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 내밀한 차이와 진보는 소비자들이 써보고 알아챈 거죠. 튼튼하구나. 이게 이 모델의 강점이구나.
갤럭시 S22가 오는 10일이면 공개됩니다. 삼성전자 MX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은 신모델 출시를 앞두고 자신했습니다. 노 사장은 지난달 21일 삼성전자 뉴스룸에 기고문을 올리면서 "역대 갤럭시 S 시리즈 중 가장 주목받는 제품이 될 것"이라며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이 같이 말했습니다. “신제품은 최고의 모바일 경험을 한데 모은 제품”이며 “사용자들은 야간에도 밝고 선명한 사진과 영상을 자신 있게 촬영할 수 있으며, 강력한 배터리와 실행 속도, 유용한 기능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기고문을 종합해보면 S22에는 갤럭시 노트에만 탑재되던 S펜이 적용될 것으로 예측되며, 사용자경험(UX)을 대폭 고도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나 스펙업은 유효합니다.
S22 출시가 가까워지면서 갑자기 소환된 것이 바로 S2입니다. 이름이 한 자 빼고 같은 이유도 있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눈도장 콱 찍는 명기 한번 보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그 패는 곧 보게 될 것입니다. 시간이 흐른 뒤 실사용자들은 S22에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합니다. 베일을 벗은 S22의 썸띵뉴는 무엇일까요? S2처럼 10년 뒤에도 언급되는 명작이 탄생할지 기대가 모아집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