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은 은행 경계 넘은 종합플랫폼”
디지털 혁신 통해 서민금융영토 확장
중·저신용대출 확대로 포용금융 강화
사상 최대 실적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카카오뱅크가 플랫폼 강화와 중·저신용자 공략을 새해 혁신 전략으로 내세웠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 명실공히 종합금융플랫폼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것. 이 야심찬 플랜의 수장은 첫 출항부터 지금까지 ‘카뱅함(艦)’을 이끌고 있는 ‘전략통’ 윤호영 대표이사다. (CNB=도기천 기자)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실적은 놀랍다. 3분기까지의 누적 당기순이익이 1679억원에 이르는데, 전년 같은 기간(859억원) 보다 무려 95.6% 올랐다. 3분기에만 당기순이익 520억원, 영업이익 712억원을 실현했다.
성장의 배경은 한마디로 ‘대중성(大衆性)’이다. 영업점 없는 모바일 은행, 국민 소통 수단 ‘카톡’을 활용한 서민금융, 청소년까지 아우르는 ‘Z세대 금융’… 이런 친근함이 18만 고객으로 시작해 불과 5년 만에 1800만명이 이용하는 거대 플랫폼이 된 ‘카뱅 신화’를 만들었다.
‘신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카카오뱅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월 1회 이상 접속하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Monthly Active User)가 분기당 60~70만명씩 증가해 최근 1600만명을 돌파했다. 경제활동인구 중 절반 이상이 이용하는 셈이며, 국내 뱅킹 앱 중 1위다.
플랫폼 부문의 수익도 증가세다. 청소년 대상 금융서비스 ‘카카오뱅크 미니(mini)’의 이용 증가와 함께 40대 이상 중장년층 또한 꾸준히 유입된 덕분이다. 특히 증권사와 연계한 주식계좌개설이 급증하고 있다. 2020년말 300만좌 규모였는데 1년도 지나지 않아 계좌수가 2배 가까이 늘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CNB에 “20~30대 중심의 은행에서 전 연령층을 위한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절반 카뱅 시대…기업이념은 ‘포용 금융’
올해는 금융플랫폼 영토를 더 확장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평소 “기술혁신을 통해 금융과 고객이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기존의 신용대출, 예적금 등 은행사업뿐 아니라 신용카드 제휴, 증권 계좌 발급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혀 모바일에서 완결되는 금융서비스를 실현하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이런 소신은 오랜 경험에서 비롯됐다. 윤 대표는 대한화재를 거쳐 ERGO다음다이렉트 경영기획팀장, 다음커뮤니케이션 경영지원부문장, 카카오 모바일뱅크 TFT 부사장을 역임한, 금융과 ICT를 연결해 온 전문가다.
구체적인 방향은 ▲플랫폼 사업 파트너 확장 ▲뱅킹 라이선스를 활용한 펀드‧보험‧자산관리(WM) 제공 ▲MAU를 활용한 신규 커머스 사업 확장 등이다.
실례로 카카오뱅크는 최근 교보그룹(교보문고·교보증권·교보생명보험)과 데이터 협력 및 다양한 금융플랫폼 사업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교보문고가 보유한 고객들의 도서 구매 이력 등 비금융데이터를 연구·분석해 신용평가모형 고도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교보증권·교보생명보험과는 증권계좌 개설 등 다양한 연계금융상품 및 서비스 개발을 추진한다.
지난달부터 앱 하나로 다른 금융회사 계좌 간 이체가 가능한 오픈뱅킹(Open banking) 서비스를 확대한 점도 눈에 띈다. 별도의 탭(tap)을 통해 진입할 필요 없이, 카뱅 앱의 첫 화면에서 오픈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강화했다.
“더 넓게 더 두텁게” 중저신용 영토 확장
혁신경영의 다른 한 축은 중·저신용 고객을 위한 ‘포용 금융’ 확대다. 이는 카뱅의 기업이념과 맞물려 있다.
윤 대표는 ‘은행이 중심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경영철학 하에 서민금융 영토를 확장해 왔다. 카뱅 심볼(symbol)에 뱅크(Bank)의 ‘B’와 ‘나’를 뜻하는 ‘I’를 합친 ‘내가 중심이 되는 은행’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도 이 때문이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중저신용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카뱅은 이미 작년 6월부터 ‘중·저신용 고객 대출 확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과거 대출 데이터와 통신사 정보 등을 결합한 새로운 신용평가 모형을 적용하고 있다. 2500만건에 달하는 누적 대출 신청 데이터에 통신정보 등을 반영해 머신러닝 방법으로 개발한 이 방식은 신용점수가 낮은 대출 신청 고객들의 신용평가 변별력을 높이는데 활용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을 기반으로 대출 가능 고객의 범위를 KCB 신용점수 기준 600점대에서 500점대로까지 넓혔다. 또한 중저신용자 대출 한도를 최대 1억으로 확대하고 가산금리도 대폭 인하했으며, 더 나아가 최근에는 기존 중신용대출보다 더 낮은 신용점수를 가진 고객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중신용플러스 대출과 중신용비상금 대출을 출시했다.
그 결과 작년 3분기에만 중저신용 고객에게 6797억원을 빌려줬는데 이는 직전 분기(1998억원) 대비 무려 3.4배나 증가한 수치다. 전체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 중 중저신용 고객 비중 또한 2분기 14.6%에서 9월말 기준 41.5%로 증가했다.
올해는 이런 흐름을 더 강화한다. 특히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관련 대출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시행 중인 전월세보증금대출에 이어 올해 1분기 중에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선보일 예정이며 현재 상품 출시를 위한 내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가계대출 위주인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개인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 기업대출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카뱅의 이런 전략은 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카뱅이 작년 8월 한달간 중저신용대출을 실행한 고객을 분석한 결과, 비은행권 대출이 있던 고객 10명 중 6명은 대출금 전부 또는 일부를 고금리 대출을 상환하는데 사용했으며, 이로 인해 평균 7~30점 가량 신용점수가 상승했다.
카뱅은 중‧저신용대출 비중을 작년 20.8%에서 올해 말까지 30%로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기업과 데이터 협업 등을 통해 신용평가 모형을 고도화하고, 대안정보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카뱅 관계자는 CNB에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해 꾸준히 중저신용 고객의 대출 기회를 확대한 결과, 대출 상품과 금리 경쟁력 등에서 시중은행보다 한발 앞서 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멈춤없이 도전하고 투자해 미래 혁신금융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