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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CEO] 소통·상생·젊음…확 달라진 ‘구광모號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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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1.12.14 09:30:22

‘人和 LG’ 계승한 구광모, 재계 모범
소속·직급 넘어선 ‘수평적 문화’ 안착
사람 중시 기업풍토, ESG와 ‘앙상블’
그룹 전체 ‘도전’ 본능…글로벌 1위로

 

 

구광모 회장 취임 후 LG에서는 ‘넥타이 부대’가 사라졌다. 구 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9월 경기 평택시 LG디지털파크 내 LG전자 HE연구소를 방문해 임직원들과 자유로운 복장으로 대화하고 있다. (LG그룹 제공)
 

“놀라운 파격의 연속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최근 LG의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부친인 구본무 회장의 타계로 2018년 6월 그룹의 총수 자리에 오른 구광모(43) LG그룹 회장은 채 4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빠르게 LG를 변화시켰다. 과거 유순했던 LG의 모습은 이제 보기 힘들다. 특히 LG가 돋보이는 것은 ‘인화(人和)가 기업경영의 근간’이라 강조한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정신을 잇고 있다는 점. 그래서 혁신의 키워드는 상생과 소통이다. (CNB=도기천 기자)




“개혁의 속도가 ‘전광석화(電光石火)’다. 수십년 걸릴 일을 단 3년 만에 이룬 것 같다.” (LG 출신의 한 대기업 임원)

2019년 6월말 79조원이던 LG그룹 시가총액은 현재 140조원으로 늘었다. 불과 2년 6개월 만에 80% 가까이 성장한 것. 창사 63년째인 LG전자는 110년 역사의 미국 월풀(Whirlpool)을 누르고 마침내 글로벌 생활가전 1위 자리에 올랐다.

이같은 성장은 앞만 보고 달려서 이룬 게 아니다. 사람을 중시하는 LG가(家)의 오랜 철학을 계승한 구광모 회장의 ‘소통 리더십’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실용만을 앞세운 서구의 글로벌 기업들이 LG식 인본주의(人本主義)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변화는 형식을 깨는데서부터 시작됐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 임직원들에게 ‘회장’ 대신 ‘대표’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총수, 회장 같은 존대어 대신 일과 직결된 수평적 용어를 택한 것.

종전의 ‘넥타이 부대’도 사라졌다. 회장이 정장 차림으로 도열한 임원들과 서열 순으로 악수하던 예전 모습은 이제 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다.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의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구 회장과 소통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대세가 된 근래에는 수시로 임직원들과 전화·이메일을 주고 받는다.

 

LG화학 석유화학본부 인재육성팀 담당자가 아바타를 통해 신입사원과 소통하고 있다. (LG그룹 제공)
 

계열사별로는 임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아이디어 경진대회’ 형태의 행사를 열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별도 사무공간과 재정 지원, 컨설팅을 제공하며 사내 벤처들을 키우고 있다.

유튜브, 웹엑스, 줌, 팀즈, AI챗봇 등 IT 기반의 소통 채널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고 이끌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에서 탈피해 젊은 직원에게 배워나가자는 ‘리버스 멘토링’ 제도를 도입하고, 메타버스를 활용해 사내 교육을 진행하는 계열사도 늘고 있다.

이런 흐름은 LG그룹 전체를 젊게 만들고 있다. 특히 구 회장이 재계에서 가장 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1978년 1월생인 구 회장은 국내 10대그룹 총수 중 가장 나이가 적다.

최근 단행된 연말 인사는 ‘구광모표 젊은 LG’가 안착했음을 방증한다. 신규 승진 임원 132명 중 40대가 82명으로 62%에 이른다. 이 중 최연소 임원은 1980년생으로 올해 41세인 LG전자 신정은 상무다.

순혈주의 전통을 깬 과감한 인적 쇄신도 눈에 띈다. 데이비드 강 스페이스브랜드 글로벌마케팅 부사장을 LG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 전무로 발탁하는 등 LG그룹 사상 가장 많은 28명의 외부 인재를 영입했다.

 


협력사의 협력사까지 챙겨…정부, 모범사례로 선정



여기까지가 LG 내에서의 변화라면, 회사 밖에서의 키워드는 ‘상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LG전자의 ‘상생결제’다. 이는 1차 협력사에 지급한 물품 대금이 2차 이하 협력사까지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행여나 자금 순환의 고리가 1차 밴드에서 끝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LG전자는 1차 협력사가 상생결제를 할 경우, 대출한도를 늘려주고 포상 및 평가에 있어 가점을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이 결과, 지난해 LG가 1차 협력사에 상생결제 방식으로 지급한 대금은 7조 1484억원인데 이중 5314억원이 2차 협력사에 전달됐다. 낙수율이 7.4%로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높다. 지난 6일 법무부·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등 5개 정부부처 주관으로 열린 ‘공정경제 성과 보고대회’에서는 LG의 상생결제가 모범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 CNS의 벤처 지원 프로그램 ‘스타트업 몬스터’가 진행되고 있다. (LG CNS 제공)

스타트업을 육성·지원하는 상생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LG CNS가 주관·지원하는 ‘스타트업 몬스터’는 LG CNS의 사업 영역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미래 전략적 파트너로 육성하기 위한 벤처 육성 프로그램이다. 기반 모임 관리 커뮤니티 플랫폼 ‘위밋플레이스’, 사내벤처로 활동하다 분사한 ‘폴리오컴퍼니’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했다.  

또 LG전자·LG화학은 2011년부터 친환경 사회적 기업 발굴∙육성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LG소셜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양사는 서류 전형, 현장 실사, 대면 심사 등을 통해 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있는데, 올해는 딜리버리랩, 루나써클, 리그넘, 리하베스트, 초록별 등 10개사가 낙점됐다.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소재와 제품, AI와 IoT를 접목한 재활용 및 푸드 업사이클링 등 다양한 친환경 사업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곳들로, 이들을 포함해 지금까지 LG로부터 지원받은 기업은 281개사에 이른다.

 


LG식 인본주의, 세계가 주목



LG의인상도 뻬놓을 수 없는 ‘LG와 사회를 잇는’ 연결고리다. 이 상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 구본무 회장의 뜻에 따라 2015년 제정됐다.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에는 사회 곳곳에서 타인을 위해 묵묵히 봉사와 선행을 다하는 일반 시민으로 수상 범위가 확대됐다. 현재까지의 수상자는 169명에 이르며, 국내 대표적인 선행 상(像)으로 자리매김했다.

 

2015년 제정된 LG의인상은 ‘국가·사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보답한다’는 LG가(家)의 창업정신을 담고 있다. LG의인상 수상자 중 매일 아침 등굣길 아이들에게 무료로 빵을 나눠온 제빵사 김쌍식씨. (LG그룹 제공)

김밥 장사로 평생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고 40여년간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해온 박춘자 할머니와 매일 아침 등굣길 아이들에게 무료로 빵을 나눠온 제빵사 김쌍식씨, 36년간 영유아 119명을 양육해 온 국내 최장기 위탁모 봉사자 전옥례씨, 48년간 무료진료 봉사의 길을 걸어온 고영초 건국대 교수, 수십년간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무료 반찬 나눔 봉사를 해온 우영순, 이상기씨, 55년간 무료진료와 무료급식 봉사를 펼치고 있는 박종수 원장과 30년간 보수 없이 무료급식소 ‘사랑의 식당’ 운영을 맡아 봉사하고 있는 조영도 총무이사, 95세의 고령에도 34년 동안 서울 영등포구 무료 급식소에서 주5일 하루도 빼지 않고 봉사를 이어 온 정희일 할머니, 응급 상황에 처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17년간 한국 응급의료 발전을 위해 헌신하다가 순직한 故 윤한덕 센터장 등 사회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며 큰 울림을 준 분들이 구 회장 취임 이후 확대된 의인상을 받았다.

 

법무부·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등 5개 부처가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경제 성과 보고대회’를 열고 있다. 이 자리에서 LG전자의 ‘상생결제’가 모범사례로 소개됐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구 회장이 추구하는 상생과 소통은 ‘인화(人和)’를 기업경영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LG가(家)의 전통과 닿아 있다. 이는 최근 들어 ‘LG식 ESG경영’으로 진화하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을 도입해 지속가능한 투명경영을 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LG 출신의 한 재계 관계자는 CNB에 “LG가 최근 빠른 변화와 성장을 이루고 있는데는 사람을 중시하는 기업 풍토가 뉴 노멀 시대의 새로운 글로벌 경영 트렌드인 ESG와 잘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며 “친환경·사회적 경영을 통해 궁극적으로 회사를 성장시키자는데 ESG의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LG의 글로벌 경쟁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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