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빅3’, X마스 단장에 한창
외벽에 화려한 공연 띄운 신세계
설원으로 변신한 ‘화이트’ 현대百
화안한 표정의 방문객 “실감나네”
모이지 말고 움직임도 줄이고 마스크 없이는 대화도 금해야 하는 ‘자제의 시대’. 출타는 왠지 눈치 보입니다. 그래서 CNB가 대신 갑니다. 재밌고 새롭고 어쨌든 신선한 곳이라면 어디든가서 발과 눈과 손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해드립니다. 이번 편은 백화점에 먼저 찾아온 크리스마스 이야기 입니다. <편집자주>
“저기 좀 봐! 이제 시작한다”
지난 3일 오후 5시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중앙우체국 앞. 신세계백화점이 본점에 매일 저녁부터 연출하는 미디어 파사드 ‘매지컬 홀리데이’ 관람의 명당으로 알려진 이곳에서 50여 명이 일제히 카메라를 꺼내 겨냥했다. 조준점은 왕복 10차선 도로 건너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백화점 건물 외벽이 영화관의 스크린처럼 바뀌었다. 상영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관람객들은 대형 화면을 한눈에 담기 위해 멀찍이 떨어진 장소를 택한 것이다.
어슴푸레한 하늘 아래 3분짜리 마법쇼가 시작됐다. 캐럴 같은 배경음악이 자동차 경적과 뒤섞여 들려왔다. 영상은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리는 집이자 또 다른 차원으로 빨려 들어가며 출발한다. 마법사가 손짓을 하면 외발 자전거를 탄 광대들이 나타나 트럼펫을 불고 눈부신 조명이 폭죽처럼 터진다. 서커스에 빠질 수 없는 웅대한 코끼리가 활보하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그네처럼 탄 쇼맨들이 신비스런 몸짓을 선보인다.
이 모든 장면의 전환이 상당히 빠르다. 성탄 특선영화의 하이라이트만을 모아 놓은 듯이 속도 조절없이 질주한다. 막은 이내 숨을 고르듯이 차분하게 내린다. 까만 하늘에서 하얀 눈이 내리며 문구가 뜬다. ‘magical moments for you’. 황홀한 순간은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숨 돌릴 틈 없는 전개에 놓친 장면이 있어도 아쉬울 건 없다. 마법쇼는 연속 재생된다. 황홀한 순간의 반복 강림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CNB에 “영상은 일몰부터 자정까지 송출된다”고 설명했다. 해질녘 시작하는 마법쇼는 밤 깊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영상뿐만 아니다. 신세계는 본점 곳곳을 크리스마스 분위기 머금은 조명장치로도 밝히고 있다. 구관 앞 분수대에는 등을 둘렀고, 신관과 구관 사이 통로는 마법의 문처럼 반짝이게 꾸몄다. 두 곳에는 가던 길 멈추고 화안한 얼굴을 카메라 앵글에 담으려는 이들이 많다.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도 빛의 통로가 들어섰다. 은빛 배경에 푸른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생긴 등을 겹겹이 쌓아 길을 냈다.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나무를 통과하는 모양새가 된다. 퇴근길이라는 한정수씨는 “추운 겨울에 숲을 거니는 느낌”이라며 “크리스마스가 다가온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눈 덮인 왕국’으로 변신
사람이 의도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일기(日氣)다. 이를테면 특정한 날에 원하는 기상 상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 년 중 이루지 못할 소망을 크게 품어보는 날이 크리스마스다. 세상이 순백색이 되길 바란다. 그러나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익히 봐왔듯이 드물다.
하지만 연출의 힘을 빌리면 성취 가능하다. 현대백화점은 여의도 더현대서울 1층에 설국을 구현했다. 이 하얀 왕국에서는 모든 것이 희다. 나무, 곰, 사슴 할 것 없이 눈을 뒤집어썼다. 특히 2층에 머리가 닿을 듯이 큰 북극곰이 압권이다.
설원은 그 자체로 좋은 배경이다. 주인공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 70대 부부는 함께 한 장, 그리고 번갈아가며 독사진을 찍었다. “여기가 예뻐서 메신저 프로필 사진 바꾸려고요” 서로 찍은 사진을 신중히 확인하며 부부가 입을 모아 말했다.
5층에는 대형 트리가 설치됐다. 현대백화점이 세계적인 주얼리하우스 ‘티파니’와 연 팝업스토어 중심에는 지름 4m, 높이 7m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들어섰다. 별모양 조명들을 겉면에 촘촘하게 배치해 더욱 밝게 빛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연말을 맞아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티파니와 함께 특별한 팝업 매장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