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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빙 로봇과 키오스크의 불편한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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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1.10.28 09:20:18

코로나19 유행 이후 식당에서 서빙 로봇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다만 음식을 꺼내는 건 손님의 몫이라 그 과정에서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다.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사진은 서울 한 식당에서 근무하는 서빙 로봇 (CNB포토뱅크)

 

더 늦기 전에 운동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건 식당에서였다. 로봇이 가져온 돼지국밥 접시를 무사히 꺼내다가 별안간 자부심이 생겼다. “팔이 조금 떨리긴 했지만 이만하면 괜찮지” 테이블에 한국인의 소울 푸드를 올리며 자찬했다.

기차 시간에 쫓겨 부랴부랴 찾은 역 근처 식당은 종업원이 음식을 나르지 않았다. 로봇이 싣고 테이블로 왔다. 층층마다 일인분에 해당하는 쟁반을 담아 손님을 찾았다. 로봇 서버가 오면 손님이 음식을 꺼내 자리에 내려놓아야 한다. 그다음 복귀 버튼을 누르면 제자리인 주방 앞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만 보면 대체로 이롭다. 종업원은 일하는 동선을 줄일 수 있어 몸이 편할 것이다. 종업원이나 손님 모두 최소 대면이라 덜 껄끄러울 것이다. 그런데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날 김치를 찢고 있는데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노부부가 앉은 자리 쪽에서 ‘탱’하는 소리가 났다. 은발에 자줏빛 베레모를 멋스럽게 얹은 남편이 로봇에서 접시를 꺼내다 숟가락을 바닥에 떨어트린 것이다. 국밥의 국물은 넘쳐 쟁반을 흥건히 적셨다. 떨리는 그의 손에 의해 국물이 계속 일렁였다. 식당에 있던 손님들의 시선이 떨리는 주름진 손을 따라다녔다. 종업원이 다가와 새 숟가락을 주고 흘린 음식물을 닦았다. 노신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연신 사과했다. “소란을 피워 미안하다”며.

하지만 그 식당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알았을 것이다. 그의 잘못이 아니란 걸. 인과 관계는 명확했다. 국그릇이며 깍두기, 부추, 양파, 고추 등을 담는 그릇의 용기가 놋이라 무거웠다. 누가 됐건 쟁반을 꺼낼 때 중량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양손으로 잡고 꺼내는데도 쟁반이 살짝 휠 정도였다. ‘끙차’ 하는 소리를 내는 이도 있었다.

원인은 서빙 로봇의 구조가 제공했다. 무게 때문만도 아닌 것이다. 서빙하는 로봇은 대개 선반이 층층이 쌓인 형태다. 키도 작다. 성인 남성 허리쯤 밖에 닿지 않는다. 쟁반을 넣는 공간 자체가 좁으니 수평으로 끌어내야 했다. 1cm가량 들어 올린 뒤 몸쪽으로 당겨야 무사히 꺼낼 수 있다. 마동석과 같은 완력을 자랑하지 않으면 힘들 수밖에 없는데 그런 사람이 어디 흔한가.

로봇이 사람이 하던 궂은일을 해주는 건 고무적이다. 서빙 로봇을 도입한 한 식당 관계자 인터뷰를 봐도 장점 투성이다. “무거운 물건을 로봇이 대신 이동시켜주고 움직여 주기 때문에 직원들의 피로도가 많이 감소된다. 나머지 시간에 고객에게 가치있는 서비스를 할 수 있어서 직원 입장에서도 고객 입장에서도 도움이 된다”

맞는 말이다. 대체로 이롭다. 다만 보완이 필요하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노년층과 장애인의 애를 먹이는 무인발권기(키오스크)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키오스크와 로봇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여러 서비스 현장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데, 그래서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최근에 시민사회단체들이 키오스크가 장애인들에겐 차별에 해당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는 일도 있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할 무인 자동화 시스템이 시각장애인에게는 또 다른 차별과 배제의 장벽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두루 포용하지 못하면 반쪽짜리란 걸 알아야 한다. 기계를 수월히 다루는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운동한 사람과 안 한 사람, 무거운 쟁반 정도는 한손으로도 너끈히 꺼낼 수 있는 마동석과 보통의 근력을 가진 사람들. 사람에게 평균값이란 없다. 그걸 헤아려 만들면 될 일이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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