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숨 소설가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의 대화가 인간을 통찰하는 과정이었다는 작가적 견해를 전했다.
28일 문학계에 의하면 김숨 소설가는 지난 21~22일 서울국제작가축제의 ‘작가, 마주보다’ 코너에서 프랑스의 바네사 스프링고라 소설가와 함께 ‘역사의 상흔을 넘어서’를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이 대담의 진행은 이다혜 씨네21 기자가 맡았다.
김숨 작가는 지난해 ‘부유하는 땅’으로 동인문학상과 김현문학패, 김정한문학상을 받았다. 이후 올해 5월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중편 ‘듣기 시간’을 단행본으로 발표했다.
‘듣기 시간’의 집필에 대해 김 소설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인식을 갖기 전까지 스스로 괴롭히고 저주하는 가장 슬픈 행위를 해온 것 같다”며 “그런 행위를 반복함으로 입과 목소리를 상실하고 침묵 속에 잠겨 있다가, 다시 입과 목소리를 되찾고 나도 피해자라는 말을 세상에 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뵐 수 있었던 할머니들께서는 20살 이전에 인생이 왜곡되고 인간으로서 존엄성과 인권을 박탈당하고 평생 회복하려고 노력했다”며 “세대가 다른 여성들과 연대하면서 그들의 인권도 회복시켜주려고 노력한 분들의 말을 들으며 선물처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피해 할머니는 IS 피해 여성을 보듬어준 점을 사례로 꼽았다.
아울러 김 작가는 “쓰는 행위를 하는 자들은 인간에 대한 통찰을 계속해야 한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을 뵙고 듣고 글로 옮기는 과정이 나를 통찰하고 들여다보며 인간들에 대해 통찰하는 과정이었다”고 술회했다.
자각이라는 이번 서울국제작가축제의 주제와 관련해서 ‘듣기 시간’에서 좋은 구절로는 “그녀는 목구멍을 갖고, 입을 갖고, 혀를 갖고, 목소리를 갖는다. 그리고 말을 갖는다. 침묵 후, 자신을 저주한다”라는 구절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