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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층간소음’ 어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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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1.10.21 10:44:01

(사진=연합뉴스)

“역시 내 집이 제일 편하다”

세상에서 가장 평안하고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곳. 외부의 그 어떤 침입도 용납될 수 없는 공간은 집이다. 그러한 주거지가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부터 침해당하고 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층간소음’ 문제다.

소음·진동관리법, 공동주택관리법 등에 따르면 ‘층간소음’이란 공동주택의 입주자 또는 사용자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이나, 음향기기 사용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다른 입주자·사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말한다.

단, 욕실·화장실·다용도실 등에서 급수·배수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은 제외된다.

뛰거나 걷는 동작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직접충격 소음은 주간에 1분간 평균 43dB(데시벨), 야간 38dB인 경우 및 57dB 이상의 소음이 1시간 이내에 3회 이상 발생하면 층간소음으로 인정된다. 또한, 텔레비전, 음향기기 등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기전달 소음은 5분간 평균 주간 45dB, 야간 40dB을 넘을 때 층간소음에 해당된다.

층간소음으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노웅래(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도부터 2021년 8월까지 환경부에 접수된 층간소음 신고 건수는 17만1159건에 달한다. 2016년 총 1만9495건이었던 신고량은 매년 늘어나 지난해 4만2250건으로 2.2배 폭증했다.

올해는 코로나19 탓으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8월까지 2019년보다 1.22배를 기록해 역대 가장 많은 신고가 접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장 안락해야 할 주거공간이 듣기 싫은 불쾌한 소리로 인해 지옥으로 변하고 있는 것.

층간소음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상대측과 대화를 시도해봤지만 풀지 못한다면, 관련법에 따라 관리주체(관리사무소장, 주택관리업자, 임대사업자) 등에게 알리고, 관리주체는 피해를 끼친 입주자 등에게 중단토록 하거나 차음(소리차단) 조치를 권고토록 요청할 수 있다.

이 정도로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소음이 계속되는 경우,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등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웃사이센터에서는 전화상담 외에도 상대세대가 응할 경우, 양측에 대해 방문상담을 진행해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고, 소음측정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적인 영역이다 보니 직접적인 개입에는 한계가 있어 이웃사이센터의 고객만족도는 2017년 56.6%, 2018년 57.8%, 2019년 59.4%에 불과하다.

이후 ‘중앙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데, 위원회의 결정에 상대가 수긍하지 않더라도 강제력이 부여되지는 않는다.

결국, 끝까지 간다면 민사소송을 통해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수밖에 없는데,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이 경제적·시간상으로 큰 부담이 따르는 등 현실적 제약은 물론 피해를 입증해야 하기에 녹록지 않다.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10만원 이하의 벌금이 매겨질 수 있지만, 이 또한 다분히 고의적이고 소음의 정도를 증명해야 한다.

즉, 현재로서는 입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측정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이웃사이센터에서 2017년~2021년 6월까지 소음을 직접 측정한 1654건 중 1분간 평균 주간 43dB 등 기준을 초과한 것은 122건(7.4%)에 불과했다.

한국환경공단에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층간소음 현장진단을 접수한 6만61건 중 층간소음 발생원인의 67.6%를 ‘뛰거나 걷는 소리’가 차지하고 있는데, 환경부의 ‘층간소음 상담매뉴얼 및 민원사례집’에 따르면 ‘아이 뛰는 소리’가 만들어내는 층간소음은 40dB이다.

이처럼 대다수 사례가 층간소음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꼴이다.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이를 증명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층간소음 측정결과는 소음 관련 분쟁 및 조정과 피해보상의 근거자료로 활용된다. 따라서 층간소음으로 규정되지 않아도 많은 피해가 호소되고 있는 실정이라면, 기준을 재조정해야 함이 타당하다.

차음 조치를 위한 정부 지원도 과감히 고민해 볼 수 있겠다.

2014년 5월 7일부터 시행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건축물 건축시 공동주택 세대 내의 층간바닥은 일정한 기준(콘크리트 슬래브 두께 210㎜, 라멘구조 150㎜ 이상)과 각 층간 바닥충격음은 경량충격음 58데시벨 이하, 중량충격음은 50데시벨 이하를 충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이전에 건설된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소음에 대한 기준이 완화돼 있다. 2019년 통계청이 조사한 주택 건축연도 및 노후기간에 따르면 공동주택(아파트) 1128만7000호 중 2015년 이전에 지어진 공동주택이 939만2000호로 83.2%에 달한다.

이와 관련 바닥충격음을 줄이는 비용을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토록 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됐었지만, 단독주택과의 형평성 및 재원마련 부담 등으로 폐기된바, 일부 경비라도 보전해 주는 등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공동주택에 층간소음 방지를 위한 자치기구 구성도 활성화돼야 하겠다.

건설사에도 책임을 지워야 한다. 감사원이 2018년 11월~2019년 1월까지 입주예정 아파트 191세대에 대해 시공 후 층간소음 차단성능을 측정한 결과, 114세대가 최소성능기준(경량 58dB, 중량 50dB)에도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바닥충격음 차단구조의 성능에 대한 현행제도는 소음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사전에 인정받은 바닥구조로 시공하면 공사가 끝난 후 공동주택이 층간소음 기준을 만족했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사전인정제도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부실·하자시공에 따른 층간소음 발생이 명백할 경우 건설사에게 책임을 묻고 피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법이 정비돼야 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에서는 2022년 7월부터 3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 대해서 단지별로 일부 샘플 세대(5%)의 성능을 확인하는 ‘사후 확인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성능 확인결과, 권고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보완 시공 등 개선을 권고할 수 있도록 했는데 실효성이 있을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

누구나 층간소음의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가해자 또한 피해자다. 항의에 시달려 자기 집임에도 불구하고 좌불안석으로 조심조심하며 살아야 하는 아이러니다. 따라서 배려와 소통은 기본이다.

예민의 척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개개인 마다 더욱 민감하기도 하고 둔감하기도 하다. 주관적임에 따라 모두가 만족할 순 없다. 확실한 해결책이 없는 한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기본적인 가치를 내세울 수밖에 없다.

무 자르듯 단칼에 결론 낼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때로는 원론적인 방법이 가장 주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같이 사는 세상! 그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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