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 달성…‘1조 클럽’ 입성
비결은 고객 눈높이 맞춘 ‘책임경영’
글로벌 큰손들의 투자 잣대된 ESG
ESG 경영혁신으로 한걸음 더 진화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3년 더’ 재신임을 받아 ‘장수 CEO(최고경영자)’ 반열에 오른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가 경영 혁신과 ESG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서 주목된다. 특히 삼성증권은 올 상반기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하며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CNB가 증권가 지도를 흔들고 있는 삼성증권의 도전을 들여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삼성증권은 상반기 영업이익 7556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이미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6780억)을 넘어섰다.
이같은 기록적인 성장에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증시로의 ‘머니 무브’ 이후 주식 외 상품으로까지 수익원이 다변화되면서 자산관리(WM) 부문의 실적 성장이 지속된 데다, 투자은행(IB) 부문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한 것.
금융투자업계는 특히 시대 흐름에 맞춰 발빠르게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인 점이 돋보였다고 평가한다.
실제 삼성증권은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가입자가 자유롭게 국내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중개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출시했다. 또 국내 최초 IRP 수수료를 면제하는 ‘다이렉트 IRP(개인형퇴직연금)’ 등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고객의 ‘절세’ 욕구에 부응했다. ‘중개형 ISA’의 경우, 지난달말 기준 삼성증권에서만 50만개 이상의 계좌가 개설돼 업계 최고를 기록했다.
지속성장 기반은 ‘고객중심 서비스‘
팬데믹 상황에 맞춰 빠르게 디지털 영토를 넓힌 점도 주효했다. 비대면 고객들을 위해 디지털 부문을 신설하고 프리미엄 온라인 상담서비스인 ‘바로상담’을 강화했다. MZ세대(1980년대~2000년대초 출생자)를 위한 간편투자 앱 ‘오투(O2)’를 오픈한 것도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IB 분야의 성과 또한 돋보였다. 올 상반기에 롯데와 GS칼텍스 회사채 발행의 대표주관사로 선정됐으며, 롯데렌탈 인수금융 등에도 적극 참여했다. 하반기에는 기업공개(IPO) 대어인 ‘카카오페이’ 주관사로 선정됐다.
이밖에 ‘초고액 자산가 시장’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작년 7월 기관투자자급을 대상으로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패밀리 오피스’를 론칭해 초고액 자산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패밀리 오피스는 삼성증권 예탁 자산 중 100억원 이상인 고객을 대상으로 맞춤형 투자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하기 힘든 글로벌 투자은행 딜 등에 투자할 기회를 제공하는 식이다. 입소문을 타면서 출시 1년여 만에 고객잔고 10조원을 돌파했다. 패밀리 오피스를 포함해 삼성증권의 30억 이상 고액자산가와 법인고객의 예탁자산은 지난 6월말 업계최초로 100조원을 넘었다.
이같은 고속 성장의 배경에는 장석훈 대표의 리더십이 자리잡고 있다. 장 대표는 연세대 경제학 학사 및 위스콘신대 경영학 석사를 거쳐 2009년 삼성증권 전략인사실장, 2013년 삼성화재 인사팀 담당임원, 2018년 삼성증권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했다. 2018년 삼성증권 대표(부사장)에 취임하면서 오랜 금융업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혁신에 나선 상태다.
특히 장 대표는 최근 재계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가 되기 전부터 이 분야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왔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을 도입해 지속가능한 투명경영을 하자는 의미다.
이는 곧 회사의 실적과도 직결된다. 경영 비리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고객과의 소통을 중심에 놓기 때문이다.
탈석탄·친환경… ‘착한 투자’ 이어가
현재 삼성증권은 ESG 투자 규모 면에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는 올 상반기까지 2조2701억원을 ESG 관련 채권 등에 투자했다. 이 가운데 1위는 삼성증권으로 투자액이 8099억원에 이른다.
장 대표는 지난해 탈(脫)석탄 선언을 시작으로 ESG경영을 본격화했다. 작년 11월에는 증권업계 최초로 리서치센터 산하에 ESG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지난 6월에는 ‘지속가능경영’을 모토로 내걸고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신설해 본격적인 혁신경영의 닻을 올렸다. 위원회는 ESG 경영 전반에 대한 최고의사결정 기구다.
삼성증권은 특히 ESG의 중요한 한 축인 환경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생산, 친환경 건물, 대체운송수단 등에 투자하는 ‘트랜지션 펀드’를 출시했으며, 작년부터 회사 내에서 수거된 플라스틱 용기 등을 재료로 줄넘기, 크레용 등을 업사이클링해 일선 청소년 공부방과 아동센터에 기부해오고 있다.
삼성그룹 차원의 ‘생활 속 환경보호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텀블러 등 리필가능용품 사용을 권장하는 한편 재활용 캠페인을 전사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나눔 실천에도 적극적이다. 낙후된 사회복지기관 리모델링, 진로 개척을 지원하는 ‘청소년 공부방 꿈마루’ 사업, 각 지역 특성에 맞춘 ‘임직원 나누미봉사단’ 활동, 취약계층 청소년들을 위한 경제교육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최초로 ‘한국형 ESG’ 표준 제시
특히 삼성증권은 지난 5월 업계 최초로 글로벌ESG 평가기관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와 제휴해 ‘한국형 ESG’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MSCI는 현재 200명 이상의 ESG 전담 애널리스트를 두고 다양한 벤치마크 지수를 통해 글로벌 펀드들의 성과를 평가해오고 있는 기관이다. 평가 대상 기업은 전세계적으로 1만4000여개에 이른다.
MSCI 평가는 △환경 분야에서 탄소배출 전력낭비 등 4개 테마 13개 항목 △사회 분야에서 노무관리·제품 안전성 등 4개 테마 16개 항목 △지배구조 분야에서 이사회 투명성 등 2개 테마 6개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각 분야별로 AAA(탁월)에서 CCC(부진)까지 7개 등급으로 성적을 부여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 점수가 투자자들의 투자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주요 주주이기도 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지난해부터 ESG를 강조하면서, 모든 투자와 인수 결정에 있어서 ‘기후변화와 지속 가능성’을 가장 먼저 보겠다고 밝힌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한국빅데이터협회 구병두 부회장은 CNB에 “산업 전분야에 있어 ESG가 기업 성장의 중요 잣대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가령, 플라스틱 포장재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기업은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반대로 다양한 그린펀드를 조성하는 증권사는 고객 투자도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최근 경영혁신을 기반으로 한 삼성증권의 가파른 성장 또한 ESG를 떼어놓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CNB에 “ESG는 과거 사회공헌활동과는 차원이 다르며, 지속가능 경영의 기반이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삼성증권은 실적과 사회적 책임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