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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금호석유화학 ‘3세 시대’ 활짝…금호家 수난사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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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1.06.30 09:34:57

금호 신화 박삼구·찬구, 역사 저편으로
금호석화·금호건설 3세 경영시대 돌입
옛 금호그룹 영광 재현할지 재계 주목

 

최근 금호석유화학 경영 전면에 나선 박찬구 회장의 아들 박준경(43) 부사장과 딸 박주형(41) 전무. (금호석유화학 제공)
 

조카와 삼촌 간의 경영권 갈등, 아시아나항공의 쇠락과 경영진 구속 등 바람 잘 날 없던 금호가(家)에 전환점이 마련되고 있다. 오너 2세들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사실상 3세경영 시대가 도래한 것. 창업주의 손자·손녀인 박준경(43)·주형(41) 남매가 금호석유화학그룹의 사령탑 자리에 올랐는데, 옛 금호그룹의 영광이 재현될지 주목된다. (CNB=도기천 기자)


 


30일 재계에 따르면,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사남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최근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박 회장의 자녀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전무와 박주형 구매·자금 담당 상무가 각각 부사장과 전무로 승진했다.

박 신임 부사장은 작년 7월 전무 승진 이후 11개월 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것. 박 전무는 2015년 상무로 입사한 지 6년 만에 그룹의 중책을 맡게 됐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 15일 임시주총에서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이런 흐름으로 볼때, 금호석화는 사실상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변화는 박 회장이 조카인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와 이른바 ‘조카의 난’을 겪은 것과 무관치 않다.

박 전 상무는 박인천 창업주의 차남인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금호석화 주식 9.13%를 가진 최대주주다.

내분은 올해 초 박 전 상무가 삼촌인 박 회장과의 ‘특수관계인 관계 해소’를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박 전 상무는 박 회장에게 경영진 교체, 획기적인 고(高)배당 등을 요구했다. 그는 모친과 장인(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까지 동원해 회사주식을 장내매수하며 박 회장과 맞섰다.

양측의 지분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팽팽한 대결이 예고됐지만, 3월 정기주총에서 박 전 상무 측이 완패했다. 주총 직후 금호석화는 박 전 상무와의 고용계약을 해지했다.

따라서 박 회장이 이번에 자녀들을 경영 전면에 세운 것은 오너 경영 입지를 단단히 만들어 두 번 다시 경영권 분쟁을 겪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삼촌’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조카’ 박철완 전 상무. 두 사람은 올해 초 경영권을 두고 크게 부딪혔다. 재계에서는 이를 ‘조카의 난’으로 부른다. (사진=CNB포토뱅크,연합뉴스)
 

‘아시아나’ 간판 떼낸 금호家



옛 금호그룹의 또다른 한 축인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도 최근 큰 변화가 있었다. 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넘어가 재계 60위권 밖 중견기업으로 쪼그라든 것.

박찬구 회장의 형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판 자금으로 회사 빚을 청산하고 그룹을 재건할 심산으로 2019년 12월 HDC현대산업개발과 2조5000억원 규모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매각 협상이 결렬됐고,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작년 11월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넘겼다. 결과적으로 박 전 회장은 한푼도 못건지고 아시아나를 날린 셈이 됐다.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검찰은 횡령·배임 혐의로 박 전 회장을 지난달 구속기소했다. 박 전 회장은 계열사 자금 3300억원을 불법 인출해 산은 등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지분을 사들이는데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아시아나 기내식 사업권을 저가에 양도해 배임 의혹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아시아나항공과 지회사들의 주식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박 전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으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회장 자리도 지난 3월 사임했다.

박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장남 박세창(46) 사장이 올해부터 금호건설(옛 금호산업)을 이끌며 그룹 재건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금호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은 한진그룹(대한항공)으로 넘어갔다. 지난 1월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난의 역사, 영욕의 세월 ‘끝’


 

사실 금호그룹의 수난사는 최근 사건들(조카의 난, 아시아나 매각, 구속과 재판 등) 훨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호는 1946년 박인천 창업주가 전남 광주에서 택시 2대로 시작한 기업이다.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화의 모(母) 기업인 금호산업(현 금호건설)은 60~70년대 경부선과 호남선 고속버스 사업에 뛰어들어 ‘금호 신화’를 창조했다. 이후 토목·건축을 비롯해 공항․물류시설, SOC, 환경, 주택, 도로 등 건설 전 분야에서 활발한 사업을 펼쳤고, 2000년대 초반에는 재계서열 7위까지 올라갔다.

창업주의 두 아들인 박삼구·찬구 형제는 한때 재계에서 ‘형제경영의 모범’으로 칭송 받았지만 2006년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견해 차이를 보이며 틀어졌다. 대우건설 등의 인수는 그룹 전체를 뒤흔드는 유동성의 위기를 불러왔고, 금호산업이 워크아웃 되기에 이른다.

이후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화의 계열분리를 시도하며 형과 지분 경쟁을 벌였고,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이로 인해 박찬구 회장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검찰에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박삼구 전 회장도 40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후 2015년 대법원 판결로 금호석화 등 8개 계열사가 그룹에서 완전 분리되기에 이른다.

이런 와중에도 박 전 회장은 채권단에 넘어간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여기에 자금을 쏟아붓다 그룹 전반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아시아나항공이 금호 품을 떠나 대한항공으로 넘어갔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오른쪽)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지난 2007년 금호그룹의 발전을 기원하는 팽나무를 함께 식수하고 있다. 이들 형제는 80~90년대 금호 신화의 주역이었지만, 대우건설 인수 등으로 유동성 위기가 닥치면서 갈라졌다. (사진=CNB포토뱅크)
 

시련 딛고 ‘3세 경영’ 개막



이런 시련 끝에 금호건설·금호석화 모두 3세 경영에 돌입했다는 점에서 재계의 이목이 쏠린다.

금호석화를 이끄는 박준경 부사장과 박주형 전무, ‘아시아나항공이 사라진 금호’를 물려받은 박세창(박준경·주형의 사촌) 사장이 금호가(家)의 명맥을 이으며 옛 금호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특히 이들이 아버지 시대의 갈등 관계를 딛고 관계 개선에 나설 지도 주목된다.

일단 실적 면에서는 순조롭다. 금호건설은 부동산 경기 활황에 힘입어 작년에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46.3%(257억원) 급증했고 올해도 순항 중이다. 박 사장은 앞으로 건설을 주력으로 그룹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박삼구 전 회장의 뒤를 이어 금호그룹을 이끌고 있는 금호가 3세 박세창(46) 금호건설 사장. (금호건설 제공)

금호석화도 2015년 12월 계열 분리 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6년 매출액 3조9704억원, 영업이익 1571억원, 당기순이익 808억원을 기록했는데, 작년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각각 4조8095억원, 7422억원, 5830억원으로 불어났다. 5년새 덩치가 몇 배나 커진 셈이다.

한국재벌사연구소 이한구 소장(수원대 명예교수)은 CNB에 “삼성, 현대차, LG 등 대부분 재벌그룹에서 1·2세대 시대가 끝나고 3·4세가 그룹을 이끌고 있으며, 금호에서도 이제 막 3세 경영이 닻을 올렸다”며 “40대 오너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경제적 실익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제살깎아먹기식 경영분쟁을 치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비록 금호그룹의 상징 같았던 아시아나항공이 사라졌지만, 금호가 원래 건설·에너지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기업이라는 점에서 그룹 재건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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