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유택배차 사용제한에 맞춰
화물용 전기수소차로 빠르게 변신 중
업계에선 ‘울며 겨자먹기’라는 반응도
물류업계에 친환경차 바람이 불고 있다. 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 등 ‘빅3’ 택배사 모두 화물용·업무용 차량을 전기차나 수소차로 바꾸고 있다. 이미 시범운행을 마치고 실전에 투입된 차량도 꽤 있다. 올 하반기 이후에는 거리에서 달라진 택배차량들을 쉽게 만날 전망이다. CNB가 빅3의 친환경택배차 전략을 살펴봤다. (CNB=이성호 기자)
CJ대한통운, 2030년까지 100% 전기차
친환경화물차는 택배업계의 주요 화두다. 앞다퉈 도입을 꾀하고 있는데 시장 1위 사업자인 CJ대한통운의 움직임이 가장 발빠르다.
택배사업을 비롯해 국내 운송사업에 총 3만여대의 다양한 차량을 운영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은 이미 2016년부터 물류업계 최초로 제주도에 전기화물차 2대를 도입, 택배 배송 테스트를 진행했다. 현장에서의 여러 상황이나 데이터를 축적하고 향후 이를 활용한다는 목적에서다.
이어 2020년 환경부와 전기화물차 도입을 위한 ‘전기화물차 보급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30년까지 모든 화물차를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같은 해 환경부·산자부·국토부와 함께 수소화물차 보급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물류 노선에 시범적으로 운행해 현장 테스트를 시작하고, 2023년부터 택배간선차량, 수송차량 등 각 사업에서 운행중인 10톤 이상 대형차량을 수소화물차량으로 교체키로 했다.
보여주기식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2020년 11월, 실제 배송현장인 경기도 군포와 울산에 두 대씩 총 4대의 1톤 전기화물차를 투입했다. 한 번 충전에 180km 주행할 수 있으며 특히 하루 100km 주행시 경유 대비 연간 170만원의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전기 충전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경기도 군포, 울산 택배서브에 EV충전소를 설치했고, 앞으로도 전기택배가 도입되는 사업장 위주로 추가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외부 일반차량도 신용카드, 후불교통카드 등 다양한 결제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올해 들어서도 CJ대한통운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군포와 울산에서 4대를 운용해 본 결과, 전기를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면 일반 화물차와 제원이 같아 출력이나 운행거리 등 택배 배송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 이에 경기도 분당, 강원도 동해, 경남 창원, 대구광역시, 광주광역시 등에 총 13대의 전기택배차를 추가했다.
차량은 기아자동차 봉고3EV로, 1회 충전에 200km를 주행할 수 있고, 100kW 충전기로 1시간이면 완전 충전이 가능하다. 연말까지 15대를 더해 올해 28대를 도입할 예정이므로 총 34대를 운용하게 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무공해차 100% 전환’을 선언하며 의지를 다졌다. 지난달 환경부가 주관하는 ‘2030 무공해차 전환100’ 제3차 선언식에 참석, 오는 2030년까지 보유한 차량 100%를 전기·수소차로 전환할 것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자사가 직접 보유하거나 외부 임차하고 있는 화물차, 업무용 승용차 등 총 1600여대를 2030년까지 전기·수소차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전기화물차는 경유화물차에 비해 2배 가량 비싸지만 구매보조금이 지원되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CNB에 “전기차를 실제 운용해 보니 경유차 대비 크게 스펙이 빠지는 것이 없고 운행비가 적게 들어가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2030년까지 우선적으로 직영택배·간선차·업무용차 등 직접운영차량 1600대를 전기·수소차로 전환하고 전국적으로 갖춰진 택배인프라를 통해 충전소도 확충해 나갈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전체 3만대에 대해 친환경차로 바꾸도록 유도·추진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택배기사 소유 차량에 대한 회사 자체 지원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고보조금 등 정부정책과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탓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전기화물차 빠르게 확대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친환경차 전환에 적극 편승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톤 전기택배차인 ‘칼마토EV’를 대전지역 현장 배송업무에 투입한 바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는 CJ대한통운과 같이 지난 5월 ‘2030 무공해차 전환100’ 제3차 선언에 참여했다.
특히, 직접 콜드체인(Cold Chain) 전기화물차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롯데마트 온라인 전용센터를 운영 중인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특장차 제조기업 일진정공과 협업해 냉장·냉동 전기화물차를 선보였다.
회사측에 따르면 콜드체인 전기화물차는 차량과 냉동탑이 독립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모두 전기에너지를 사용한다. 전기냉동탑은 정차 등 무시동 상태에서도 작동하며 내부온도가 –20℃~10℃에서 사전 설정된 온도로 일정하게 유지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테스트 운영을 마치고 배송에 정식 투입하고 있다. 올해에 100대, 내년에는 200대로 확대·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전기차 충전소도 구축했다. 김포에 위치한 롯데마트 온라인 전용센터에 100kW급 급속 충전기 5대를 설치해 충전기 1대당 케이블 2개로 전기화물차 10대가 동시 충전이 가능하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CNB에 “콜드체인 전기차는 기존 차량에 비해 공회전을 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냉동기능이 가능하다”며 “점진적으로 타 사업장에도 인프라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 시범운영 끝…올 하반기 본격 투입
한진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량 두 가지 카드를 저울질하고 있다.
최근 제주도에서 3개월간의 전기·하이브리드 택배 차량 시범운행을 마쳤다. 이빛컴퍼니와 1톤 택배 차량 1대를 전기차로, KAIST와도 협력해 택배 차량 1대를 경유·전기 하이브리드차로 각각 개조한 것.
이 차들을 시범운영하며 연비 측정, 최대 주행거리 비교, 배터리 성능, 온도 변화에 따른 차량 성능, 택배적재량에 따른 주행성 측정, 도로 경사도, 굴곡 등 안정성 체크, 진동과 소음으로 인한 택배기사 피로도 및 작업 여건 개선 여부를 테스트했다.
현재에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의 운행 결과를 비교 분석하고 있으며, 올해 3분기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하고 택배 터미널 내 전기차 충전소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한진 관계자는 CNB에 “기본적으로 전기차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하이브리드카도 함께 들여다보는 등 시범운영 결과를 산출해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조만간 구체적인 도입안을 수립해 올해 내에 현장에서 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점차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기존 차를 개조하는 방식이 될지, 아니면 완성차를 구매할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러한 택배 ‘빅3’의 친환경차 바람은 규제와 무관치 않다. 정부는 2030년 무공해차 보급목표인 385만대를 달성하기 위한 전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 대비 이산화탄소(CO2), 미세먼지(PM), 질소산화물(NOx) 등 대기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효과가 높아 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2023년 4월 3일부터는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경유택배차 사용이 제한된다.
증차 또는 대폐차(차령이 만료되거나 운행거리를 초과한 차량 등을 다른 차량으로 대체하는 것)의 경우에 경유택배차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신규 등록을 원천차단한 것.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차원의 강도 높은 친환경 정책에 따라 사업자 입장에서는 자의든 타의든 순응하며 그 방향성에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나”라는 속내를 비치기도 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