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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6월항쟁 34년…여전히 청년들은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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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1.06.10 09:43:00

(CNB=도기천 편집국장)

 

 

아버지는 아직 아들의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스물세살 꽃다운 청년이 300kg 철판에 깔려 숨졌지만 아무도 용서를 구하는 이가 없다. 사과를 받기 전엔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아버지의 눈에는 핏기가 서려 있다.

군에서 전역한 청년 이선호는 생활비를 벌려고 평택항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4월 22일 컨테이너 해체 작업에 보조로 투입됐다가 참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이씨는 지게차 기사의 지시로 나뭇조각을 줍고 있었다. 고정돼 있어야할 안전핀은 풀려있었고, 수신호를 해야할 직원은 없었다. 다른 지게차가 움직이자 이 여파로 철제가 그를 덮쳤다. 현장책임자는 숨져가는 이씨를 보고도 119보다 윗선에 먼저 보고했다. 사측은 고인이 안전모를 쓰고 있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안전모를 썼다면 300kg 철제벽 밑에서 살 수 있었을까?

오늘은 6월 10일. 1987년 6.10민주항쟁이 일어난 지 꼭 34년 되는 날이다.

이날의 항쟁은 이날 일어난 게 아니다. 5월 광주를 총칼로 짓밟고 집권한 군부독재에 대한 오랜 저항이 6월항쟁으로 결실 맺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젊은이가 민주주의 재단에 바쳐졌다. 고문 당해 죽고 맞아 죽고 스스로 몸을 불살라 죽고…. 그 고귀한 피의 대가로 마침내 대통령직선제를 쟁취했다.

당시 6월항쟁은 7·8·9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이어졌고 업종별, 사업장별로 민주노조(사측이 만든 어용노조와 대비되는 의미)가 설립되기에 이른다. 이처럼 독재에 대한 항거에서 비롯된 시민항쟁은 마침내 ‘일하는 사람 세상’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정비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열아홉살 김군의 5주기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당시 사고 현장에 김군의 친구가 쓴 것으로 보이는 추모 메시지가 국화와 함께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백,수천의 이선호에 답할 차례

하지만 34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꽃다운 청춘들이 스러지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실에 제출한 ‘산업재해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에만 청년 7명을 포함해 노동자 238명이 산재로 숨졌다. 지난해에는 882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 중에서도 구의역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다가 숨진 열아홉 김군, 현장실습을 하다 숨진 고등학생 이군,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스물넷 김용균 같은 10~20대 산재 사망자가 2020년 42명, 2019년 51명에 달한다.

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에는 산재 사건의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넘쳐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산재사망을 연 500명 이하로 줄이겠다 공언했지만 달라진 건 별로 없다.

그나마 노동계가 어렵게 일궈낸 ‘중대재해기업처벌법’마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누더기가 됐다. 말단 현장관리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사업주는 피해갔던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회사와 사업주를 처벌한다는 점에서 한걸음 나아간듯 했지만, 5명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에서 제외되고 5~49명 사업장은 2년간 적용이 유예됐다. 올해 1~3월에 발생한 산재 사망의 79%는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지만, 재계는 오히려 경영주의 형사처벌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수백만 시민들이 거리를 달궜던 그해 6월, 이들이 꿈꾼 미래는 지금 같은 세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억울한 죽음이 계속되고, 죽음 앞에서 용서를 구하는 이가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여전히 우리는 80년대에 갇혀있다. 당시는 거대한 독재의 벽이 청년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면, 지금은 사람이 기계 부속이 되어 사지(死地)로 내몰리고 있기에.

34년전 오늘의 외침은 ‘더불어 사는 세상’을 향한 몸부림이었다. 그래서 민주화의 열매는 국민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일하며 살고 싶다, 살아서 일하고 싶다”는 현장노동자들의 외침에 우리가 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CNB=도기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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