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감성 물씬한 도트 그래픽
화려한 비주얼…3D 효과 극대화
앙증맞은 캐릭터·드릴 액션 독특
리니지와 닮은 점은 아쉬움 남겨
뭐든 해봅니다. 대리인을 자처합니다. 모이지도 말고 움직임도 줄이고 마스크 없이는 대화도 금해야하는 ‘자제의 시대’. CNB가 대신 먹고 만지고 체험하고, 여차하면 뒹굴어서라도 생생히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귀여운 리니지’라는 평을 받는 엔씨소프트의 신작 ‘트릭스터M’을 체험해봤습니다. <편집자주>
트릭스터M은 원작 PC 게임 ‘트릭스터’를 모바일 버전으로 탈바꿈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다.
2018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작년 4분기에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와 내부 사정 등으로 오픈이 계속 미뤄졌다. 유저들의 기다림이 길어지면서 기대감도 커졌던 탓일까? 사전예약 참여자 수가 500만명을 돌파했다.
500만명 중 한 명이 되어 사전예약에 참여했고, 다운로드를 마쳤다. 엔씨가 자신있게 ‘귀여운 리니지’라고 언급한 대목에 주목했다.
‘귀여움 인정’…눈·귀 즐거운 레트로 감성
“귀엽긴 귀엽네.”
게임 로딩이 끝난 후 메인 화면을 보자마자 입에서 나온 말이다. 앙증맞은 캐릭터 일러스트와 밝은 색감은 한 편의 잘 만든 애니메이션을 떠오르게 했다.
캐릭터를 생성한 후 실제 게임 화면으로 진입하면 귀여움이 배가 된다. 아기자기한 2D ‘도트’ 그래픽 때문. 트릭스터M은 컴퓨터 화면을 이루는 작은 픽셀(화소) 단위인 ‘도트’로 캐릭터와 배경 그래픽 등을 제작했다. 게임 내 모든 사물을 최대한 간결하게 표현한 것이다.
과거 고화질 그래픽이 불가능하던 시절에 사용하던 기술 중 하나여서,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긴다. 원작 ‘트릭스터’의 특성을 잘 살렸다는 느낌도 받았다. 또한, 도트 그래픽 특성상 높은 사양을 요구하지 않아 로딩이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비주얼적인 측면은 더 발전했다. 동작 프레임은 더욱 정밀해졌고, 공격 및 스킬 사용 시 3D 이펙트 효과가 활용돼 더욱 화려한 연출이 가능하다.
사운드도 훌륭했다. 맵마다 다르게 나오는 BGM은 원작 음원을 새롭게 편곡한 것으로, 특유의 밝은 분위기와 잔잔하면서도 신나는 느낌을 준다. 수많은 게임을 하면서 음원이 좋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신기한 경험이었다. 실제로 트릭스터M OST ‘With your everything’를 듣고 게임을 시작한 사람이 있다는 글도 커뮤니티에 종종 올라올 정도다.
기본에 충실…‘드릴 액션’ 차별화
트릭스터M은 엔씨소프트 고유의 MMORPG 감성이 녹아있다. 캐릭터의 성장, 컴퍼니원(길드원)과의 협력, 경쟁 요소 등에 매우 충실하다. 스토리에 맞춰 다양한 미션을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레벨업이 이뤄지며, 레벨에 따라 캐릭터는 더욱 강력한 능력을 지니게 되는 전형적인 MMORPG다.
캐릭터는 격투가, 복서, 주술사, 사서, 엔지니어, 고고학자, 자산가, 크리에이터 등 총 8개로 나뉘며, 외형과 특성이 명확히 구분된다. 캐릭터별로 착용할 수 있는 무기와 패션도 다르며, 역할도 뚜렷해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파티플레이를 전략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공통점은 모든 캐릭터가 귀와 꼬리를 착용하는 등 동물 복장을 하고 등장한다는 것.
캐릭터의 성장을 돕기 위한 ‘아카데미’ 기능도 눈에 띈다. 총 5개의 전공(보석학, 제련학, 세공학, 기계공학, 특별학) 과제를 달성해 새로운 버프(이점) 효과를 받을 수 있다. 과제는 게임을 진행하며 획득하는 아이템으로 자연스럽게 달성 가능하다. 일정 수준의 학점 포인트를 모으면 스탯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레벨업에 따른 ‘스탯 찍기’로 육성하는 기타 게임과는 차별화된 지점이다.
트릭스터M의 가장 차별화된 점은 ‘드릴 액션’ 시스템이다. 드릴을 통해 땅을 발굴하고 보물(아이템)을 찾아낼 수 있는 방식으로, 원작의 콘텐츠를 그대로 계승했다. 발굴을 위해서는 마우스 버튼을 연타하면서 수동으로 드릴 세기를 조절해야 하는데, 자동 기능도 지원해 조작에 어려움은 없었다. 또, 특별한 장소를 찾는 ‘다우징’ 스킬을 활용하면 ‘트레저 스팟’에서 희소성 높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장비 강화 실패 시 아이템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도 특이했다. 강화에 실패하더라도 일부 재료를 돌려주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티켓이 지급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패션이나 펫을 소환할 때도 높은 등급으로의 합성에 실패하면 티켓을 지급해 확정 소환의 기회를 제공한다. 게임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도전 중 실패에 대한 일종의 완충 장치를 마련한 점은 고무적이다.
리니지 기반? 비슷한 느낌 “아쉬워”
트릭스터 원작을 즐겼던 게이머와 밝고 가벼운 감성을 즐기고 싶은 유저에게는 적극 추천할 수 있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엔씨의 대표 IP ‘리니지’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세계관과 그래픽만 다를 뿐 리니지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각종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아이템 종류, 스탯 등 능력치, 과금 모델, UI(유저 인터페이스)의 배치구조 등이 ‘리니지2M’과 지나치게 비슷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드릴 액션을 제외하고는 자사 게임의 자기 복제 수준이라는 평이다. 차별화된 요소를 가미해 게임성을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서버 안정화도 시급해 보였다. 특정 서버에 접속을 시도할 경우 네트워크 오류가 빈번하게 일어나거나, 캐릭터 생성이 가능한 서버임에도 생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CNB에 “단기적으로 봤을 때 아이템이나 과금 모델에 대한 부분이 비슷해 리니지와 유사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 같다. 다만 트릭스터M은 PVP(이용자 간 대결)에 집중하지 않고, 강화 시 장비가 소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리니지와 차별화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피소드 퀘스트 등 차별화된 콘텐츠로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드릴 것”이라며 “이용자 반응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업데이트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CNB=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