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전제품 무료배송’ 돌입하자
이마트 ‘최저가격 보상제’로 맞불
롯데마트·마켓컬리도 최저가 참전
납품업체 단가인하로 불똥 튈수도
유통대기업들 간의 출혈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롯데마트, 이마트, 쿠팡은 전 제품 무료배송, 최저가 보상, 포인트 적립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내세우며 제대로 맞붙었다. 주도권 잡기 경쟁이 과열되면서 ‘제살 깎아먹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작용은 없는걸까. (CNB=김수찬 기자)
유통업계가 약 10년 만에 다시 최저가 전쟁에 돌입했다. 무료배송부터 최저가 보상책까지 다양한 혜택을 내놓으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방아쇠를 먼저 당긴 곳은 쿠팡이다. 쿠팡은 ‘전 제품 무료배송’ 서비스를 내세우면서 사실상 ‘배송비 무료’를 선언했다. 자사 로켓배송 상품을 구매하면 구매 금액에 상관없이 무료배송을 해준다. 그동안 쿠팡 로켓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와우 회원(월 회비 2900원)에 가입하거나 1만9800원 이상(로켓배송) 구매, 로켓직구는 2만9800원 이상을 구매해야 했는데 이 조건을 모두 없앤 것이다.
쿠팡 측은 “열심히 최저가를 검색했지만 막상 주문하려고 보면 배송비가 추가돼 더 이상 최저가가 아니었다는 소비자들의 경험담 때문에 시작하게 됐다”며 “이벤트 기간에 로켓 배지가 붙은 모든 상품에 적용되는 캠페인”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이마트도 질세라 맞불을 놨다. 내놓은 방안은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다. 타사에서 판매하는 가공·생활용품 상품 500개 상품의 가격이 이마트 제품보다 비쌀 경우 차액을 ‘e머니’로 적립해주는 서비스다.
예컨대 이마트에서 1500원에 구매한 상품이 쿠팡에서 1000원, 롯데마트몰에서 1100원, 홈플러스몰에서 1200원인 경우 최저가격 1000원을 기준으로 차액인 500원을 e머니로 돌려준다. e머니는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마트는 최저가격 비교 대상을 ‘쿠팡,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로 직접적으로 명시하며 대놓고 경쟁사를 자극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가격 전쟁에 참전했다. 롯데마트는 이마트가 제시한 500개 상품 가격을 자사 매장에서도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엘포인트 적립률도 5배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점이 있다면 이마트가 구매 당일 오전 9~12시 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실시간 최저가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 롯데마트는 주 단위로 가격 대응을 하기로 한 것이다.
마켓컬리까지 최저가 전쟁에 뛰어들며 판을 키웠다. 마켓컬리는 식품 상품군을 1년 내내 이마트와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밝혔다. 과일·채소·수산·정육·유제품 등 60여 가지 제품을 1년 내내 싸게 파는 ‘이디엘피’(EDLP, Every Day Low Price) 정책을 시행한다.
홈플러스만 다른 길을 택했다. 홈플러스는 최저가 보상제 대신 ‘신선식품 무상 A/S 제도’에 신경 쓰겠다고 했다. 가격 경쟁에 참여하기보다 자신들의 강점을 살리는 전략을 취하겠다는 의미다.
제2차 10원 전쟁…충성고객 잡기 ‘고육책’
유통업계의 최저가 경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대형마트 업체들은 식료품 등 갖가지 상품군의 가격을 10원이라도 더 낮추기 위해 이른바 ‘10원 전쟁’을 치렀다. 이마트가 12개 품목에 대해 가격 인하를 실시하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이 더 싸게 판매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형마트 모두가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성과는 없었고 오히려 피해만 커졌다. 출혈이 심해지자 업체들은 자발적으로 가격 경쟁을 그만두게 됐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가격 전쟁은 ‘제2차 10원 전쟁’으로 불린다. 역시 과거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유통기업들이 이러한 ‘고육책’을 쓰는 이유는 ‘충성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NB에 “소비자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하면 그 이후에도 기존의 것을 그대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효과를 이용해 충성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며 “온라인 유통사가 더욱 많아짐에 따라 대형 유통사는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가격 차별성을 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 차별화 경쟁 의미없어…적자 폭만 늘어날 수도”
문제는 이러한 경쟁이 되레 ‘제살 깎아먹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저가 경쟁을 벌였던 2010년 대형마트 3사의 영업이익은 곤두박질쳤다.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생산업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가격 경쟁이 과열돼 납품가를 낮추거나 ‘1+1’ 형태의 마케팅 참여를 요구할 경우, 제조업체의 수익성이 하락할 수 있다. 수익성 하락은 곧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익이 크지 않다. 이번 최저가 보상제는 유통사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을 대상으로 하지 않기 때문.
가격 차이가 큰 가전제품이나 주방용품, 신선식품 등은 포함되지 않으며, 대부분 가공식품과 생활용품으로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동일 제품의 가격 차이가 10~100원 단위일 경우 고객이 얻는 혜택이 미미하다.
더구나 상품 규격 판매 단위가 각자 달라 직접적인 가격 비교도 어렵다. 대형마트의 경우 1개 단위로도 판매를 하지만 쿠팡은 4~6개 들이를 최소 단위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직접 비교하면서 가격 절감 효과를 느끼기 어렵다.
한 경제전문가는 CNB에 “유통기업 간 최저가 경쟁이 치열해지면 납품단가 인하로 이어져 생산·납품업체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대기업 간 과다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겠다는 것이 공정거래법의 취지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