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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비즈] ‘전시장+판매장’ 현대백화점의 이색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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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1.04.01 09:31:22

유명작가 작품 150점이 한곳에
코로나에 지친 심신 ‘감성 충전’
꼭대기·1층 효과, ‘예술’에 양보

 

현대백화점이 판교점에서 진행하는 '판교 아트 뮤지엄'은 백화점과 미술관을 결합한 이색적인 형태다. 관람뿐 아니라 작품의 구매도 가능하다. 건물 내 두 곳에 큰 전시장을 마련하고 관람객을 맞는다. (사진=선명규 기자)

 

모이지 말고 움직임도 줄이고 마스크 없이는 대화도 금해야하는 ‘자제의 시대’. 출타는 왠지 눈치 보입니다. 그래서 CNB가 대신 갑니다. 재밌고 새롭고 어쨌든 신선한 곳이라면 어디든가서 발과 눈과 손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가보니 알게 된’ 또 다른 오감의 영역이 안방으로 배달 갑니다. 이번 편은 예술작품을 전시하고 판매도 하는 백화점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광장에 마련된 하얀 갤러리



사실 뭘 팔아도 놀랍지 않다. 백가지 상품을 판다고 해서 백화점이니까. 헌데 이번에 나온 건 유별나다. 일반적인 상품이 아니다. 그림, 판화, 사진 등 예술품이다. 대중적인 작품부터 억소리나는 고가품이 진열돼 구매와 관람을 기다린다. 현대백화점이 다음달 11일까지 판교점에서 진행하는 ‘판교 아트 뮤지엄’은 전시장이자 판매장이다. 살 수도 있고 감상만도 가능하다. 백화점과 미술관의 결합은 어떤 모습일지 지난 29일 층계를 오르내리며 살펴봤다.

배치의 색다른 시도가 신선하다. 오랜 관념을 뒤틀었다. 백화점이 고객유입과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쓰는 전략을 분수효과와 샤워효과라 한다. 이목을 끌만한 요소를 맨 위층이나 1층에 배치해 고객이 오르락내리락하게 만드는 거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수처럼 올라가고 샤워기의 물줄기처럼 내려오는 모양새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용어다. 그렇게 전층 쇼핑을 유도하는 것이 하나의 공식처럼 여겨졌다. 할인율이 큰 행사장이나 입소문 난 맛집이 주로 첨병 역할을 맡았는데, 이번엔 예술품이 그 자리를 차지해 새롭다. 1층과 꼭대기인 10층에 대규모 전시장이 들어섰다.

정문으로 들어가 한가운데에 있는 ‘열린광장’에 다다르면 가벽으로 지은 하얀집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곳이 갤러리다. 겉으로만 봐선 모른다. 둥근 문을 지나 들어가면 휘황한 액세서리를 파는 주변 브랜드 매장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 흐른다. 분위기의 급반전이다. 하얀 벽면을 따라 작품들이 빼곡히 내걸렸다. 갑자기 전시장이다.

구본창, 원범식 등 국내 작가와 데미안 허스트, 바바라 크루거 등 세계적으로 이름난 해외 작가들의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품이 시선을 가득 메워 미적 쾌감이 대단하다. 보통 미술관에서 기획전시로 한 데 모으기도 까다로운 이름들이 운집했다. 그들의 손길에서 빚어진 작품들이 개방된 광장에서 드나드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배웅한다. 무려 무료로.
 

1층 열린광장에 마련된 전시장 모습. 주변에 휘황한 액세서리 브랜드 매장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벽면 가득 데미안 허스트, 바바라 크루거, 구본창 등의 작품이 내걸렸다. 모바일 도슨트 서비스를 통해 작품 해설도 들을 수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구매부담 NO “관람만 해도 됩니다”



10층 ‘토파즈홀’에 이르러 ‘판교 아트 뮤지엄’의 지향점이 명확해진다. 들머리에 상반된 두 문구가 붙었다.

‘모바일 작품 설명’(QR코드를 이용한 도슨트 서비스)

‘작품 구매 문의’(000-0000-0000)

백화점이면서도 미술관임을 명확히 밝히는 문장이다. 이어폰을 꽂고 QR코드를 찍으면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반대로 이어폰을 빼고 귀를 열면 의외의 소리들이 날아든다. 이 건물 꼭대기에 자리잡은 조용한 전시장에 머물다 보면 쏟아지는 물음이 공간을 울린다. 질문의 본질은 대개 반반이다. 작품을 향한 개인적인 궁금증과 그것의 가격. 후자의 경우 여느 미술관에선 실례처럼 여겨져 듣기 힘든 발언들이다. 작품의 배경을 묻고 현재의 그 값어치를 물어보는 게 여기에선 허물없다.

관람객들과 현지 관계자의 문답을 귀동냥 하던 기자 역시 분위기에 휩쓸려 물었다. 여기서 가장 비싼 작품은 무엇이냐고. 그러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저기 가까이 보이는 홍경택 작가의 작품이 1억7000만원, 1층에 있는 구성수 작가의 연작이 총 1억원으로 가장 고가에 속합니다.” 실제로 거래가 이뤄지냐는 질문에는 “한 작가의 작품이 세 점이나 팔려나가기도 했고 기업도 작품을 사가는 등 반응이 크다”고 했다.

 

1층 전시장(사진 맨 위와 둘째)과 10층 토파즈홀을 통해 국내외 작가 40여명의 작품 15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관람객 입장에서 경계해야할 점은 편견. 전시장 앞에서 ‘구매 문의’ 안내를 보고 “그림 파는 행사장인가 봐”하며 발길 돌리는 이들을 적잖이 볼 수 있었는데, 주지하다시피 반드시 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백화점에 마련된 전시장이라고 해서 구매의 압박을 받을 필요는 없다. 엄연히 전시회의 일종이다. 판매가 우선이 아니라 감상이 최우선이다.

그러니 오해를 접자. 지나치기엔 아쉬운 이름들이 많다. 두터운 마니아층과 폭넓은 팬층을 거느린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다. 앙혜규, 권용래, 김춘수, 남관 등에 쿠사마 야요이, 로이 리히텐 슈타인, 앤디 워홀, 키스 해링, 쿠사마 야요이 등의 작품이 관람객의 시선을 기다린다. 1층과 10층 전시장에 통틀어 작가 40여명의 예술품 150점이 망라돼 있다.

이 행사를 기획한 취지 역시 보편성과 대중성에 방점이 찍힌다. 현대백화점 측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심신이 지친 고객들이 이번 ‘판교 아트 뮤지엄’을 통해 감성을 충전하면서 잠깐이라도 위로받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밝혔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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