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과 문학 시리즈로 교보생명의 광화문 글판을 다루면서, 30년 역사를 종합해 다룬 단행본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를 사서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시에 대해서 오랜만에 다시 생각했고, 3명의 문인에 대해 추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파블로 네루다, 오스카 와일드, 박기동이다.
광화문 글판에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가 인용된 적이 있다. 이 책에는 그의 시 한 편의 전문이 담겼다. 그는 칠레의 시인으로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남미 문학의 전통인 마술적 리얼리즘에 기대어, 환상적이면서도 현실 사회에 대한 사랑과 비판적인 정신을 고루 담은 아름다운 시들을 많이 남겼다. 외교관으로도 오랫동안 진지하게 활동했으며, 칠레에서는 당시 정치적으로 꽤 존경받던 인물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의 시를 읽으면서 시가 위대했던 시간에 대해 생각했고, 시는 위대한 이 순간이 아니라 과거형으로 기억됨으로 존경을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전에 비해 예술적인 시집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시집, 시인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대중음악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오스카 와일드도 떠올랐다. 그는 영국의 소설가 겸 희곡 작가로,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행복한 왕자’ 등의 작품을 남겼다. 유미주의자로 비단옷과 해바라기꽃을 좋아했으며, 랭보와 보들레르 등으로 이어지는 유럽 예술지상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광화문글판을 취재하다가 우연히 오스카 와일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공교롭게도 뱅크시가 이 시점에 오스카 와일드가 수감됐던 영국 레딩감옥에 그래피티 작품을 남겼기 때문이다. 뱅크시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그림 그리기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화가인 레고 밥 로스의 영상을 편집한 후, 밤에 레딩감옥 벽에 죄수가 밧줄을 타고 탈출하는 그림을 그리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리고 ‘create escape’라는 글을 남겼다.
다른 문인은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를 일군 3인방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박기동 교수이다. 박 교수님은 한강 소설가 때문에 떠올랐다. 광화문 글판 문안선정위원회에는 널리 알려진 소설가와 시인들이 많은데, 한강 소설가가 선정위원으로 활동할 때에만 기간이 평소보다 길었기 때문이다. 박 교수님은 시인이자 소설가인데, 제자들이 더 유명한 선생님으로 기억한다. 신경숙, 하성란 소설가와 김은숙 작가가 제자로, 박목월 시인 생전에 자택에서 시를 배우다 들어가지 못한 적이 있고,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한강 소설가에게 은퇴하며 교수 일을 물려주셨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나는 2016년 서강대 앞의 한 동네 카페에서 박 교수님에게 두 달 정도 소설 창작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박 교수님은 소설은 영화 이전에 존재했던 스토리이기 때문에, 설명하기보다는 보여주기가 좋다고 하셨다. 그리고 화성시 해안마을에 솔마당집을 지어서 노년을 보내시다가 2020년 하늘의 별이 되셨다. 단편집 ‘아버지의 바다에 은빛 고기 떼’ ‘쓸쓸한 외계인’ 등이 있다.
이것은 나의 추억인데, 파블로 네루다, 오스카 와일드, 박기동 모두 훌륭한 문인이다. 그들의 생애에 대한 평가는 개인에 따라 엇갈릴 수 있지만 작품만은 모두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 코로나19로 집콕이 길어지는 시대에 이들의 작품집과 시집을 읽어보길 권유한다. 그리고 당신의 생각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보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