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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비즈] 기기선택부터 개통까지…대구 최대 번화가 무인매장 ‘KT셀프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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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1.03.27 08:23:57

알쏭달쏭 휴대전화 개통을 혼자서?
끝도없이 차오르는 질문과 난감함
침착함과 뻔뻔함만 있으면 가능해

 

 

대구 최대 상권인 동성로에 위치한 ‘KT셀프라운지'는 KT의 무인매장 1호점이다. 스스로 각종 스마트폰 비교부터 요금제 납부 같은 업무처리를 할 수 있다. 복작이는 주변 거리와 달리 이곳은 상대적으로 고요하고 한적하다. (사진=선명규 기자)


모이지 말고 움직임도 줄이고 마스크 없이는 대화도 금해야하는 ‘자제의 시대’. 출타는 왠지 눈치 보입니다. 그래서 CNB가 대신 갑니다. 재밌고 새롭고 어쨌든 신선한 곳이라면 어디든가서 발과 눈과 손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가보니 알게 된’ 또 다른 오감의 영역이 안방으로 배달 갑니다. 이번 편은 기기구매에서 개통까지 일사천리 ‘셀프’로 이뤄지는 대구의 한 무인매장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조바심이 가장 큰 적



물만 셀프가 아니다. 물건을 살 때 구매자 스스로 모든 과정을 처리해야 하는 가게가 늘고 있다.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무섭게 증식 중인 무인매장이다. 이들은 대체로 ‘쉽고 빠르다’를 내세운다. 기계에 상품에 박힌 바코드를 찍고 카드를 읽혀주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과연 뜻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되면 좋겠지만, 수월하지 않다. 직원을 대신하는 키오스크(무인 단말기)가 다루기 까다롭다는 이용자 반응이 많다. 뭐를 눌러야 할지 몰라 이것저것 매만지다보면 ‘결제취소’나 ‘뒤로가기’가 뜨기 일쑤고, 기다리는 뒷사람 눈치도 보이기 때문이다. 물만 셀프로 가져가던 시절이 좋았다는 반응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알아서 구매’는 시대의 흐름이다. 단가가 정해진 물건을 사는 가게의 범람이 과거의 ‘1기’라면, 이보다 응용력이 필요한 ‘2기’가 찾아오고 있다. 지금은 새로운 기류에 적응할 수 있을까, 떠밀려 갈까의 기로에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꼽자면, 그 어려운 휴대전화 개통을 셀프로 하는 매장의 등장이다.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 요금제 설계부터 할부 조건 선택 등 복잡한 과정을 혼자 처리할 수 있을까? 직원과 상담해가며 진행해도 알쏭달쏭한데 스스로 하면 난관의 쓰나미를 맞지 않을까? 쏟아지는 물음표를 들고 찾았다. KT가 대구에서 가장 복작이는 동성로에 문을 연 무인매장 1호점 ‘KT셀프라운지’다.
 

입구에 마련된 메인 키오스크는 길잡이다. 용무에 따라 가야할 위치를 알려준다. 가령 모바일 체험을 터치하면, 화살표가 움직이면서 안내한다. 왼쪽으로 돌아 앞으로 쭉 가라고 알려주는 식이다. 도착한 곳에서 궁금증을 해소하면 된다. (사진=선명규 기자)

 


2無(사람·말소리)로 코로나 걱정 뚝…하지만 “어쩌면 좋죠?”



두 가지가 없다. 사람과 말소리다. 접촉으로 인한 우려와 비말 걱정은 묶어둬도 된다. 그래서 안도감이 들지만 동시에 난감하다. 안내인도 없다. 누가 나의 궁금증을 해결해줄 것인가. 질문거리가 수두룩한데 말이 하고 싶어도 할 대상이 없다. QR인증을 찍고 들어가 소리없는 아우성을 쳤다. ‘나의 용무는 뭐부터 어떻게 처리하면 될까요?’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두리번거리면 살 수 있다. 무인매장에서 생존하는 비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천천히 살폈다. 침착하고 뻔뻔해지기로 했다. 목줄 풀린 호랑이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니까. 눈앞에 아무도 없고 등 뒤에 기다리는 이 역시 없다는 걸 계속해서 인지했다. 조바심이 잦아들자 문 앞에서 접견하는 대형화면이 보였다. 길잡이인 메인 키오스크다. 부유하는 신대륙들로 인도하는 내비게이션의 발견이다.

이 전자지도는 용무를 유형별로 분류해 놨다. ‘모바일 체험’ ‘밴딩머신’ ‘무인보관함’ ‘AI체험존’ 등을 띄운 상태로 터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대면 이 매장의 평면도가 뜨고 화살표가 움직이며 안내를 시작했다. 예컨대 이쪽으로 가다가 저쪽으로 꺾으면 원하는 장소에 도착할 거라고.

 

매장을 이용하는 동안 짐 보관은 물론 스마트폰 충전과 소독을 해주는 무인보관함(맨위)과 각종 기기를 살 수 있는 밴딩머신(둘째), 요금제 설계와 유심개통이 가능한 태블릿(셋째)과 직원 호출 벨. (사진=선명규 기자)

 

무인보관함에 가서 가방부터 맡겼다. 그리고 가져온 휴대전화는 서랍에 넣었다. 넣어만 두면 용무를 보는 동안 충전도 해주고 소독도 해준다고 쓰여 있었다. 이 번거로운 일을 사람이 해주는 게 아니니 갑질논란은 없을 것이다.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서비스다.

일반적인 이동통신사 매장에서 직원이 하는 일을 여기선 자판기나 키오스크가 대신한다. 읽고 누르고 카드나 신분증을 기계에 넣는 행위를 통해 원하는 정보와 물건을 얻을 수 있다.

‘스마트 모바일 체험대’는 여러 대의 최신 스마트폰을 재볼 수 있는 영역이다. 테이블에 놓인 제조사별 기기를 써보면서 동시에 가운데 상판 화면에 나오는 스펙을 통해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태블릿을 통해 한 달 통화량과 데이터 이용량 등을 따져 셀프로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설계하고 유심(USIM)을 개통하는 것도 가능하다.

왼쪽 벽에 마련된 ‘밴딩머신’에서는 음료수 뽑듯 스마트폰 단말과 액세서리를 살 수 있다. 전자제품 살 때 우선 고려하는 것은 스펙. 특정 기기를 터치하면 보유능력이 화면에 술술 나온다. 0000만 화소 카메라에 0000mAh 용량의 배터리 탑재, 여기에 얼굴과 지문인식 기능도 있다는 등의 내용이 죽 뜬다. 선택하고 결제하면 자판기에서 음료수 떨어지듯이 물건이 나오니 그야말로 자판기다. 무선 이어폰, 충전용 케이블 세트, 차량용 충전기 같은 주변기기도 여기에서 일괄 구매가 가능하다.

오른쪽 벽에 붙은 ‘셀프ON’은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계다. 신분증스캐너가 탑재됐다. 본인 인증이 필요하다. 요금납부, 요금제 변경, 부가서비스 가입/해지, 가입내역서 확인 등 사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매장에선 스마트폰과 주변기기 구매-유심개통-통신사 가입내용 설정 등 이동통신과 관련한 대부분의 서비스를 이동해가면서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밴딩머신과 같은 기계가 있다. 종합해보면, 어쨌든 기계와 감정이나 말을 주고받을 순 없으니 능동적이어야 한다. 이용하기 나름이다.

 

‘KT셀프라운지는 반은 유인, 반은 무인매장으로 운영된다. 사진 왼쪽 KT플라자를 보면 방문객이 나오는 모습이 있다. 직원이 상주하는 매장이기 때문이다. 반면 옆은 상대적으로 한적하다. (사진=선명규 기자)

 


디지털 기기에 익숙지 않다면 옆집으로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새로 나온 햄버거 세트 정도 사는 게 우습다면 이 매장 이용은 수월할 것이다. 하지만 남들 쉽다는 디지털 기기가 여전히 어렵다면 무인매장이 제공하는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런 이를 위한 장치가 있으니 걱정은 덜어도 된다. 메인 키오스크의 ‘도와주세요!’ 버튼이나 기둥에 붙은 까만 'CALL'을 누르면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의문이 들 것이다. 어디서 달려오는데? 무인매장 아니랬나?

이 매장 전체를 보면 공간이 반으로 나뉘었다. 두 매장의 출입구도 다르다. 각 문에 문구가 따로 붙었다. '상담 고객은 이곳에서', ‘무인체험은 이곳에서’. 직원이 상주하는 ‘KT플라자’와 셀프로 일처리를 하는 영역의 구분이다. 한쪽이 북적이고 시끌시끌할 때 반대쪽은 상대적으로 고요하다. 운영시간도 다르다. 직원이 있는 곳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일요일 제외)이나 셀프라운지는 24시간 운영된다. 다만 무인매장에서 직원 호출은 옆집이 문 연 시간에만 가능하다. 부르면 온다.

KT 관계자는 CNB에 “현재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KT셀프라운지’ 2호점을 준비 중”이라며 “연내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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