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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르포] 건설사들 수조원 날아갈 판…LH사태 불똥 튄 향동·화전·창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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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1.03.18 10:15:06

건설사들, 창릉을 ‘기회의 땅’ 삼았지만
LH발 땅 투기 의혹 유탄 맞아 ‘발동동’
GTX번복·도면 유출·공무원 연루설까지
진실 밝혀진 뒤에나 개발재개 가능할듯

 

17일 오후, 창릉지구 내에 LH 직원들의 땅 투기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3기 신도시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했지만, 현지에서는 홍 부총리 말이 전혀 먹히지 않는 분위기였다. (사진=도기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면서 개발 예정지 수주를 노리고 있던 건설사들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특히 광역급행철도(GTX) 등 매머드급 교통계획이 수립돼 있는 경기도 고양 창릉지구 일대가 LH 직원들의 투기 의심지로 지목되면서 이곳에서 최소 2조원대 개발 이익을 꿈꾸던 건설사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CNB가 LH사태 이후 분위기가 확 달라진 창릉 주변을 돌아봤다. (CNB=도기천 기자)


홍남기 “흔들림 없다” 했지만…숨죽인 향동·화전

“3기신도시 전면 백지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국민 공분이 커진 상태라 토지거래 전수조사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LH나 공무원들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다면, 개발이 미뤄질 수밖에 없겠죠. 특히 이곳(창릉)은 토지보상 협의 전이라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사업계획을 다시 짜고 있습니다.” (한 대형건설사 개발팀 관계자)

“이번 일(LH 땅투기) 아니라도 토지수용을 반대하고 있었는데, 기름에 불을 붙인 격이죠. 공기업 직원들 배 불리자고 평생 살아온 땅을 내놓을 순 없지요. (토지보상) 협의에 임할 생각은 눈꼽 만큼도 없습니다.” (창릉동 원주민 서모씨)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지난 2일 폭로한 ‘LH 직원들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3기 신도시 사전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개발 기대감에 부풀었던 창릉 일대 분위기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17일 오후 창릉지구 내의 한 건물에 “LH 관계자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지난달까지만 해도 창릉 인근 향동지구 아파트단지들은 연합회를 결성해 ‘경의중앙성 향동역 조기신설’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열심이었다.

주민센터 등에 따르면 고양시 전입자도 최근 부쩍 늘었다. 올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사전청약 등에서 1순위 자격(고양시 거주자)을 획득하기 위해서다.

여기에다 광역급행철도(GTX), 지하철 고양선, 경의중앙선 향동역 등 대형교통망 건립이 예정돼 있어 창릉 일대(화전·향동·원흥·삼송지구) 부동산 시세가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하지만 CNB가 17일 이 일대를 둘러보니, 곳곳에 신도시 개발에 반대한다는 프랭카드가 내걸려 있고, 주민들은 실망감을 토로했다. 향동역 조기신설 서명운동도 동력을 잃은 상태라고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거듭된 “흔들림없이 추진” 발언에도 불구하고 토지수용 협의조차 착수하지 못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홍 부총리 말이 전혀 먹히지 않는 분위기였다

창릉지구 청약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한 전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최대한 버틸 수 있는게 3~4년 정도라, 창릉 입주가 유일한 돌파구”라며 “이번 LH사태로 분양이 연기될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도 관망세가 뚜렷하다. 향동지구에서 오피스텔 분양을 진행하고 있는 한 시행사 직원은 CNB에 “주말마다 분양사무실이 북적였고 거의 완판까지 갔었는데, 지금은 문의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창릉신도시 예정지의 17일 오후 풍경. 대부분이 임야와 농경지, 비닐하우스이며 주택수는 많지 않다. (사진=도기천 기자)
 

“땅이란 땅은 외지인들이 다 사들여”

수도권의 여러 개발예정지 중에서도 유독 이 지역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석연찮은 과거사 때문이다.

창릉지구는 지난 2018년 LH가 작성한 개발계획 도면이 유출돼 큰 파장이 일었던 곳이다. 이로인해 서울 은평구와 맞닿아 있음에도 3기 신도시 1차 발표 때는 빠졌다. 그런데 이듬해 5월 추가로 발표된 3기 신도시 예정지에는 도면에 있던 곳 중 상당 부분이 포함됐다.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달 4일 국토부는 2025년까지 전국 대도시권에 약 83만호의 주택공급 부지를 확보(2.4공급대책)한다고 공표했다. 수도권에서는 창릉과 맞붙은 항공대 인근 화전동, 김포 고촌읍이 택지후보지로 유력하게 꼽혔고 일대 땅값이 들썩였다.

2.4공급대책이 계획대로 진행됐더라면 2018년 유출된 도면에 그려진 지역 전부가 개발예정지가 됐을 것이 분명하다는 게 인근 부동산업소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화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CNB에 “서울과 인접한 곳에 수만 가구를 지을 수 있는 부지가 있는 곳은 창릉동·화전동 일대가 거의 유일하다. 도면이 유출되기 훨씬 전부터 (토지의) 손바뀜이 활발했고 이제는 매물 자체가 없다. 여기가 개발되지 않으리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00∼200건을 기록해오던 고양시 덕양구(창릉․화전·향동 등)의 순수토지(건축물 제외) 거래량(매매·증여·교환·판결 포함)은 신도시 발표가 있던 2019년 5월 300건대로 뛰었다.

지난해 12월 신설이 확정된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창릉역을 두고서도 의혹이 커지고 있다. 창릉신도시 발표 당시 GTX역 신설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국토교통부가 이후 태도를 바꾸는 바람에 이 일대 토지와 아파트 값이 2배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LH 투기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과 ‘경기도 개발지구 투기 전수조사단’ 또한 창릉 일대를 눈여겨보고 있다. 이미 정부합동조사단 1차 조사결과 LH직원 2명이 창릉지구에 투기한 정황이 발견됐으며, 고양시가 시 소속 공무원 3599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에서도 공무원 다수가 이 일대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오후 창릉동 쪽에서 바라본 향동지구. 향동지구에 대규모 단지를 조성했던 건설사들은 창릉신도시 진출을 계획했지만 이번 LH 사태 여파로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2조원+알파’ 천문학적 수익 물거품?

이처럼 이곳이 의혹의 중심에 서면서 수조원대 개발이익을 노렸던 건설업계는 허탈한 표정이다.

특히 창릉과 맞닿아 있는 향동지구에 진지를 구축한 건설사들은 더욱 애가 탄다. 이곳에는 2019년 3월 계룡건설의 DMC리슈빌더포레스트를 시작으로, 호반건설의 DMC호반베르디움더포레과 효성건설의 DMC해링턴플레이스, 중흥건설의 중흥s클래스 등 5천여 세대가 들어서 있다.

해당 건설사들은 향동에서의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창릉지구 진출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현대건설, DL이앤씨(구 대림산업), 대우건설, 삼성물산, 롯데건설, SK건설 등 1군업체들도 출정 채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임대주택 건설 경험이 풍부한 부영은 신도시 내 공공주택사업에 눈길을 뒀었다.

건설업계가 유독 이곳에 눈독을 들인 이유는 신도시 규모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 때문이다.

 

2019년 발표된 창릉신도시 규모는 813만㎡, 총3만8000가구였다.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공급난 해소가 화두로 떠오르자 정부는 용적률을 높여 1만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할 계획(작년 8월 발표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세웠다. 여기에다 전국 대도시권에 약83만호를 짓겠다는 2.4공급대책에서는 창릉과 맞붙은 항공대 인근(화전동)이 유력 후보지로 꼽혔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CNB에 “3기신도시와 추가공급대책 등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창릉일대에 최대 6~7만호 건립이 가능하지 않겠냐는게 업계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참여연대가 창릉신도시 개발과 관련, 건설사들의 천문학적 수익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참여연대 제공)

여기에서 발생되는 개발이익은 천문학적이다. 참여연대는 창릉신도시 3만8천호 중 약40%(1만5200호)를 민간분양으로 간주할 경우, 건설사들의 분양수입은 12조6454억원, 순이익은 2조248억원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이는 애초 발표된 신도시 규모만으로 추정한 것이라, 추가 공급대책까지 포함하면 개발이익은 훨씬 더 커진다. 여기에다 공공분양과 기반시설 건설로 얻는 이익까지 합치면 추정조차 힘들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결과적으로 LH발 나비효과는 수도권 최대 개발예정지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여야가 특검까지 도입하기로 합의한 상태라 전면적인 조사·수사는 이제부터다. 의혹이 밝혀진 뒤에나 개발이 재개될 것으로 보여 뜨거웠던 ‘창릉’은 한동안 빙하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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