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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전쟁 2라운드…셀트리온, 신종세력 먹잇감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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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1.02.17 09:35:10

‘스마트 개미’ 이용한 신종작전 주의보
공매도 폐지 이슈 활용해 ‘치고빠지기’
명분 좇던 개미들, 순식간에 당할수도

 

셀트리온의 최근 주가 흐름. 한투연이 반(反)공매도 운동을 선언한 지난 1일 14.51% 급등했다가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네이버 증시 캡처)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잔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셀트리온의 주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글로벌 공매도 논란의 시발점이 된 미국 게임스톱 사태의 영향으로 주가가 롤러코스트를 타면서 신종 작전세력의 먹잇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한국판 공매도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
 


1라운드, 개미연합군의 탄생



공매도(空賣渡)는 빌린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아 마련한 돈으로 다시 주식을 사들이는 매매 기법을 말한다. 가령 10만주를 빌려 주당 1000원에 팔았다면 1억원을 쥐게 되는데, 이 돈으로 주당 900원에 주식을 사들이면 1000만원의 차익을 거두게 된다. 이처럼 주식가격이 내려가야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가하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공매도는 거래규모가 크고 매매절차가 복잡해 기관과 외국인 큰손에게만 유리한 기법으로 여겨져 왔다. 이들이 빌린 주식을 한꺼번에 시장에 던지면 주가는 하방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개미투자자들은 꾸준히 공매도 제도 폐지를 요구해왔다.

최근 국내증시에서 공매도 논란이 다시 불거진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금융당국의 공매도 재개 발표와 미국 게임스톱 사태다. 비슷한 시기에 두 가지 사안이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 것.

논란의 시작점은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1일 “(작년 9월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폐지했던 공매도 제도를 예정대로 오는 3월부터 재개한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그러자 각종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는 금융당국에 대한 원성이 쏟아졌고, ‘공매도 영구 금지’ 청와대 국민청원이 며칠 만에 20만명을 돌파했다. 이에 정부는 한발 물러나 공매도 재개 시점을 5월 3일로 늦췄고, 공매도 허용범위를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을 구성하는 대형주에 국한한다고 밝혔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지난 1일 서울 세종로에서 공매도 반대 운동을 위해 홍보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이들 같은 개미투자자들을 이용한 일부 세력의 주식시장 교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2라운드, 5월 공매도 전쟁설



하지만 코스피200 종목의 공매도 잔액이 코스피 전체 공매도 잔액의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개인투자들은 여전히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는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운행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개미들이 이처럼 전면에 나선 것은 증시사상 초유의 일이다.

 

게임스톱 주식의 매매 공방을 주도하고 있는 ‘대장 개미’ 키스 질. (사진=연합뉴스)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는 비디오게임사 게임스탑(GameStop)을 놓고 개인투자자와 기관 사이에 전례 없는 주식매매 공방이 벌어졌다. 헤지펀드 등 큰손들이 공매도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 시장에 대량으로 던진 주식을 개미들이 받았다. 이에 주가가 1월 한때 6배 이상 급등했고, 공매도 세력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5월에 공매도가 재개되면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을 벌이겠다며 벼르고 있다. 한투연은 지난 1일 "공매도에 대항한 게임스톱 주주들의 방식을 따라 국내에서도 반(反)공매도 운동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공매도 잔고가 많은 종목을 집중 매수해 기관과 세력에게 손실을 입히자는 것.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대화방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를 거점 삼아 기관과 공매도 전쟁을 벌인 것처럼, 한국판 사이트를 개설해 싸우겠다는 구체적인 전술까지 마련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상장사는 셀트리온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 금액은 1조6637억원(시가총액의 약3.7%)으로 유가증권시장 종목 중 가장 많다. 지난 1일 골드만삭스가 공매도 잔고 일부를 청산하긴 했지만 여전히 1위다. 다음으로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나란히 3천억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에이치엘비(2318억원)를 비롯, 셀트리온헬스케어, 케이엠더블유, 펄어비스 등이 공매도 잔고 상위권에 속하는데 셀트리온과는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공매도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셀트리온 ‘일일천하’…진화된 작전?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셀트리온에서 게임스톱과 같은 대규모 매매 공방이 발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우선 미국 개인투자자가 자본시장을 바라보는 것과는 온도차가 있다.

게임스톱 개미주주들의 폭발적인 사자 행렬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발생한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민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CNB에 “대형금융사들이 만든 파생상품에 의해 집을 잃은 시민들이 길거리로 나선 저항운동의 연장선상에 게임스톱이 있다”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모바일 거래 앱을 이용한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벌이고 있는 공매도 폐지 운동과는 결이 다르다.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 소액투자자들의 경우, 기관과 세력에 대한 분노보다 공매도로 인한 주식가치 하락에 더 관심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셀트리온 등의 주가흐름을 보면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한투연이 반(反)공매도 운동을 선언한 지난 1일 셀트리온 주가는 14.51% 급등해 37만10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계속 내려가 지금은 32만5000원(16일 종가기준)까지 내려갔다. 두산인프라코어, 롯데관광개발, 에이치엘비 등 공매도 잔고 상위종목들 또한 비슷한 흐름이다.

이는 주가가 급등하자 개인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다. 세력에게 타격을 주겠다는 대의(?)보다 실리가 앞섰다는 얘기다.

 

자본시장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게임스탑 사태와 최근 국내 개미투자자들의 공매도 반대 운동은 성격이 다르다. 사진은 금융위기 직후 발생한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 장면.  (사진=연합뉴스)

증권시장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에 비해 작다는 점도 매매 공방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증권가 관계자는 CNB에 “게임스톱은 경우 유통주식 수 대비 공매도 비중이 100%를 넘었던 것에 비해 국내 상장사들의 공매도 비중은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다”며 “게임스톱 상황과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 일각에서는 일부 세력이 공매도 전쟁을 기회 삼아 ‘작전’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개미들의 저항 심리와 세력의 ‘숏 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갚기 위해 다시 사들이는 것)’ 모두를 차익실현에 이용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코스닥 1호 골드뱅크 신화’로 알려진 김진호(52)씨는 CNB에 “공매도와의 전쟁이 선포되자 주가가 급등했다가 다시 급락한 사례들에서 보듯, 일부 세력이 개미들을 부추겨 주가를 끌어올린 뒤 고점에서 매도하는 수법이 되풀이될 수 있다. 여기에다 주가가 오르면 공매도 세력이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다시 주식을 사들이는 현상까지 발생하게 되면 한쪽은 큰 이익을, 한쪽은 큰 손실을 보게 된다”며 “코스피·코스닥은 그 자체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하는 실적주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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