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서 ‘아티스트와 팬’ 만남 구현
다양한 콘텐츠로 직접 소통하며 ‘체험’
사실감 부족한 ‘프라이빗 콜’은 아쉬워
엔씨소프트가 K-POP(케이팝) 플랫폼 ‘유니버스’를 론칭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IT 기술력과 플랫폼 운영 노하우를 녹여 케이팝 팬덤을 사로잡고,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엔씨의 유니버스에는 어떤 기능이 담겼을지, 어떤 아티스트가 기다리고 있을지 CNB가 직접 체험해봤다. (CNB=김수찬 기자)
‘아티스트와 팬이 만나는 새로운 우주의 시작’. 엔씨소프트가 소개하는 유니버스의 모습이다.
아티스트와 팬이 만나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새로운 우주’는 뭘까? 직접 경험해보기로 했다.
유니버스의 용량은 일반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치고는 상당한 편이다. 1.9기가에 달하는 앱을 내려받기 위해 와이파이는 필수다.
앱 실행 후 메인 화면에 진입하면 아이즈원, 아이들, 강다니엘, 아스트로, 몬스타엑스, 우주소녀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모습이 담긴 화보와 영상들이 즐비하다. 다른 플랫폼과 팬덤에는 공개되지 않은 독점 콘텐츠들도 준비돼있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했다.
UI(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어두운색과 밝은 폰트로 이뤄져 있으며,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에서 흔히 보이는 레이아웃을 활용하고 있었다. 또한, 유니버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곳곳에 우주 공간을 표현한 흔적이 엿보였다.
유니버스의 다양한 기능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유료 가입이 필수다. 일종의 구독권 형태로, 독점 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유니버스 멤버십 구독권’(월 3500원)과 ‘프라이빗 1~6인권’(인당 약4400원)이 결합된 상품을 신청해야 한다. 프라이빗 이용권은 선택한 아이돌의 AI(인공지능) 보이스 전화(프라이빗 콜)와 메시지(프라이빗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6인 구독권을 선택하면 총 6명의 아티스트를 선택할 수 있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월 7900원짜리 ‘유니버스 멤버십+프라이빗 1인권’을 구매했다. 프라이빗 아티스트는 아이즈원(콜)과 우주소녀(메시지)로 설정했다. (아이즈원의 경우 프라이빗 메시지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유니버스의 킬러 콘텐츠, ‘프라이빗’ 기능
유니버스에는 ▲아티스트와 1:1로 더 가까워지는 ‘프라이빗’ ▲뮤직비디오와 화보, 라디오, 예능 등 유니버스에서만 즐길 수 있는 오리지널 독점 콘텐츠를 매일 제공하는 ‘미디어’ ▲팬과 아티스트가 자유롭게 소통하는 공간 ‘FNS(Fan Network Service)’ ▲사진, 영상, 팬아트 등 직접 만든 콘텐츠로 혜택을 받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스트리밍, 팬 미팅, 콘서트 참여 등 온·오프라인의 팬덤 활동을 기록하고 보상을 받는 ‘컬렉션’ ▲캐릭터를 꾸미고 뮤직비디오 등을 제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 등의 기능이 담겨있다.
킬러 콘텐츠는 단연 프라이빗 콜과 메시지다.
프라이빗 콜은 아티스트의 실제 목소리를 활용해 개발된 AI 보이스로 소통하는 기능이다. 원하는 시간에 맞춰 전화를 받을 수 있으며, 말투(반말, 존댓말)와 상황(안부, 응원, 힐링), 호칭 등을 변경할 수 있다. 프라이빗 콜은 24시간 동안 1회만 이용할 수 있다.
사전에 설정한 시간이 되자 선택한 아티스트의 사진과 이름이 뜨면서 전화가 온다. AI라는 것을 알면서도 긴장이 됐다. 밀려오는 낯간지러움과 어색함을 뒤로하고 전화를 받자,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티스트는 간단한 인사를 전하고, 사전에 설정한 상황에 맞춰 약 30초간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AI의 음성은 실제 아티스트의 목소리와 유사했다. 그러나 억양이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고, 상호 간 소통이 아닌 일방 소통에 가까워 아쉬움이 남았다.
프라이빗 메시지도 체험해봤다. 메시지 발송 횟수는 30분당 10회로 한정되어 있으며, 메시지를 보내면 아티스트가 시간을 할애해 직접 답변을 보내준다. 모든 팬의 답변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공통된 답변을 일괄적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또한 아티스트마다 답장 주기도 다르다. 답장이 오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FNS는 글과 사진을 올리며 아티스트와 팬이 소통할 수 있는 일종의 소셜미디어다. 공식 카페의 자유게시판이랑 비슷하며 팬이 올리는 게시물과 아티스트가 올리는 게시물이 따로 나누어져 있다. 아티스트의 글은 AI 보이스 기능을 지원한다.
스튜디오 콘텐츠도 흥미로웠다. 의상과 액세서리 등으로 3D 캐릭터 외형을 꾸밀 수 있고, 해당 캐릭터를 활용해 뮤직비디오 제작도 가능하다. 엔씨소프트의 모션 캡처 기술이 적용돼 아티스트의 움직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화보와 영상, 캐릭터 스타일링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인앱 재화인 ‘클랩(KLAP)’과 ‘러브(LOVE)’가 필요하다. 재화는 유료로 구입할 수 있으며 FNS 게시물 작성, 출석, 음원 스트리밍, 앨범 및 굿즈의 QR코드 인증, 미션 수행 등 팬덤 활동을 통해 적립할 수도 있다.
엔터 산업 이해도 부족? 2% 아쉬운 점은
신선함과 흥미로움은 있었지만,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많았다. 실제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게임사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유니버스의 애플리케이션 평균 평점은 구글플레이 2점, 앱스토어 1.4점에 머물고 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유니버스의 핵심 기능이라 할 수 있는 프라이빗 콜이다. 아티스트와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로 보이지만, 사실상 일방적인 음성 메시지에 가깝다. 25초에서 30초간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입은 AI와의 통화가 끝나면 어색하고 허무한 느낌이 든다. 시스템 오류 탓인지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도 있었다.
프라이빗 메시지 기능 역시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해당 아티스트의 일정과 제한적인 메시지 기능을 고려하더라도 대화의 연속성을 느낄 수 없다. 메시지 도착 알람 기능도 작동하지 않아 한참 뒤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불안정한 네트워크 상황 역시 문제다. 앱 실행 중 로딩이 느리거나 자주 중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두 차례에 걸친 임시점검 후에도 네트워크 오류와 화면 끊김 등의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앱의 용량이 과도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엔씨소프트 측이 피드백을 빠르게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엔씨는 이용자들의 개선사항을 받아들여 프라이빗 메시지 제한 수를 늘렸고, 알림 기능 오류를 개선했다. 프라이빗 콜 상황 중 부적절한 요소도 삭제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CNB에 “출시 초기에 트래픽이 몰리면서 불안정한 오류들이 발생했고, 안정화를 위해 계속 보완 작업이 진행 중이다”라며 “여러 채널로 보내주시는 이용자들의 개선사항들을 적극 반영하고 있으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로 업데이트하겠다”고 말했다.
(CNB=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