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입성 ‘초읽기’…몸값 32조원
코스닥보다 기업가치 인정받기 쉬워
미국 입성하면 또한번 ‘손정의 신화’
이커머스 업체 쿠팡의 나스닥 상장이 속도를 내고 있다. 매년 꾸준히 들려온 얘기지만, 이번에는 실현가능성이 높다. 이미 상장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나스닥 기업공개(IPO) 예비심사를 통과했기 때문. 이르면 3월에 상장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국내기업인 쿠팡이 왜 미국행을 택했을까? (CNB=김수찬 기자)
쿠팡의 미국 나스닥 상장이 가시화되면서 이커머스 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예전보다 더욱 구체화된 정보들이 공개되면서, 쿠팡의 나스닥 입성은 현실이 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상장주관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나스닥 상장을 위한 컨피덴셜(기밀의)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후 국내외 투자자 모집을 위한 기업설명회(IR)를 진행 중이다.
예비심사를 통과한 만큼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은 것이기 때문에, 이르면 오는 3월 상장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쿠팡의 나스닥 상장 추진설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제기됐지만, 뚜렷한 실체는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8월 쿠팡은 미국에서 로드쇼를 진행하면서, 상장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로드쇼는 IPO 전에 기관 투자자들을 상대로 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일종의 설명회를 의미한다.
당시 쿠팡은 기업가치를 130억달러(약 15조원)로 산정했다. 지난 2018년(10조원)과 비교하면 약 67% 증가한 수치이며, 현재 평가받고 있는 가치(32조원)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이다.
쿠팡 측은 IPO와 관련해 공식 답변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쿠팡 관계자는 CNB에 “아직 IPO의 구체적인 일정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나스닥行 이유는 ‘적자 장부’
국내에서 성장한 쿠팡은 왜 미국 상장을 택했을까?
업계는 ‘누적 적자액’을 이유로, 쿠팡이 국내 대신 해외 시장을 택한 것으로 분석한다. 쿠팡은 2013년 창립 이후 누적 적자가 4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누적 적자가 4조원에 달하는 기업이 IPO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
반면 나스닥 시장은 기업이 적자인 상태여도 자기자본 500만달러(58억원), 유통주식 시가총액 1500만달러(174억원)만 넘으면 상장에 도전할 수 있다.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좋은 예로, 해당 제도는 일명 ‘테슬라 상장’이란 이름이 붙었다. 코스닥 시장도 비슷한 제도가 있지만, 이익 미실현 기업이 충족하기 까다로운 요건이 있다.
핵심은 수익성 개선 증명이다. 470억달러(52조원) 가치를 평가받았던 유니콘 기업 ‘위워크(Wework)’는 3조 이상의 적자가 공개된 이후 명확한 수익성을 증명하는 것에 실패해 IPO에 실패했다.
쿠팡이 위워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쿠팡은 본심사에서 2019년 매출이 전년 대비 64% 오른 점과 영업손실이 36% 감소했다는 점을 들며 이 리스크를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급성장함에 따라 지난해 실적도 좋은 성과를 거둘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CNB에 “쿠팡은 흑자 전환을 위해 OTT, 택배, 풀필먼트 서비스 등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비용은 절감하고 이익을 더욱 높여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라며 “상장을 위해 확실한 수익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손정의 회장의 자금회수 전략?
대부분 기업의 상장 목적은 대규모 자금 유치를 통해 지배력을 확장하는 것이다. 쿠팡 역시 같은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회장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이 맞물린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쿠팡은 2015년 이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총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을 투자받았다. 비전펀드는 쿠팡LLC에 자금을 넣고, 쿠팡LLC가 다시 보통주 증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손 회장의 비전펀드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쿠팡에도 비상이 걸렸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우버’, ‘슬랙’, 위워크가 모두 고전하고 있고, 스타트업 ‘브랜드리스’는 폐업했다. 잇따른 투자 실패로 쿠팡에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사라진 것이다.
이에 비전펀드는 지난해 3분기부터 운용보고서에 엑시트 계획을 밝히면서 차익 실현을 하겠다는 전략을 드러냈다. 엑시트 전략 중 하나인 IPO를 통해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고,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것.
쿠팡 입장에서는 홀로서기를 통해 물류 및 IT 인프라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IB업계 관계자는 CNB에 “모기업의 대주주인 손정의 회장이 자금 확보를 위해 엑시트 전략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상장을 통해 새로운 투자처를 확보하고, 지원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기 위한 처사일 것”이라고 전했다.
(CNB=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