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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넥슨의 빗썸 인수전…김정주 대표의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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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수찬기자 |  2021.01.21 09:36:08

오너 리스크로 몸값 낮춘 빗썸
김 대표가 미래먹거리로 ‘낙점’
성장 가능성 놓고 엇갈린 전망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넥슨의 지주사) 대표가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인수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넥슨의 지주사) 대표가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인수에 나섰다. 이미 보유 중인 ‘코빗’과 ‘비트스탬프’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NXC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왜 빗썸을 점 찍었을까. (CNB=김수찬 기자)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인수를 추진한다. 빗썸은 지난 2014년 설립돼 5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거래소로, 거래량으로는 국내에서 업비트와 1, 2위를 다투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NXC는 이정훈 빗썸 이사회 의장이 보유한 지분을 포함해 빗썸 전체 지분 65%를 사들인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는 50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NXC와 넥슨 측은 빗썸 인수설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빗썸 역시 “자회사 입장에서 지주회사의 지분 문제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 와중에 엔씨소프트도 빗썸 인수에 참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사실이 아닌 내용이 확산돼 엔씨소프트의 주주 및 투자자들에게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선을 그었다.

NXC의 빗썸 인수 참여는 지지부진하던 매각작업에 탄력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빗썸은 매각 추진을 위해 지난해 8월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9월에 예비입찰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중국계 암호화폐 거래소 ‘후오비글로벌’, 영국 기업 ‘인터내셔널 게임 테크놀로지’, 국내 방송 장비 업체 ‘비덴트’ 등이 거론되며 흥행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최대 주주인 이정훈 의장이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으며 매각은 흐지부지됐다. 이 의장은 지난 2018년 10월 가상자산 BXA 코인을 발행하고, 빗썸에 상장될 것이라며 선판매했지만 상장되지 않아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 거래 과정에서 빗썸의 전체 지분 가치는 6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외시장에서 빗썸의 가치가 1조원으로 평가받고 있음을 감안하면 저평가된 가격이다. (사진=연합뉴스)
 

최대 매력은 낮은 몸값?



이처럼 혼란스런 상황에서 김정주 대표가 빗썸을 인수하려는 이유는 뭘까?

관련업계에서는 빗썸의 몸값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번 거래 과정에서 빗썸의 전체 지분 가치는 6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외시장에서 빗썸의 가치가 1조원으로 평가받고 있음을 감안하면 넥슨이 할인가로 인수하는 셈이다. 빗썸과 동급으로 평가받는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도 95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이다.

빗썸의 가치가 저평가된 이유는 경영 리스크 때문이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정금융 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범)’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허가를 받은 뒤 영업할 수 있다. 그러나 빗썸은 대주주인 이 의장이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허가 획득이 어려워졌다.

빗썸 입장에서는 제도 변화를 앞두고 하루라도 빨리 매각을 진행해야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인수가를 낮췄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CNB에 “빗썸의 매각 절차는 지난해 12월에 마무리됐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우선 협상자도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인수 희망 기업과 가치 평가에 있어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빗썸의 가치가 낮아진 현시점에서 김정주의 NXC가 좋은 타이밍을 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상자산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김 대표의 결단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김 대표는 수년 전부터 가상자산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오고 있다.

NXC는 지난 2017년 국내 최초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을 인수했으며, 2018년에는 유럽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사들였다. 이번 빗썸 계약에 성공하면 벌써 세 번째 거래소다. 또 2018년 말에는 미국의 가상자산 중개회사 ‘타고미’에 투자했으며, 지난해 2월에는 가상자산을 포함한 금융 자산을 투자·관리하는 플랫폼 자회사 ‘아퀴스’까지 설립했다.

 

빗썸 인수에 성공할 경우 NXC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콘텐츠와 가상자산 시스템이 결합된 게임 신작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기도 성남시 넥슨 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블록체인 활용한 게임’ 코앞에



빗썸 인수에 성공할 경우 NXC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빗썸의 높은 거래량을 발판 삼아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선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한 게임에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시스템을 융합한 새로운 블록체인 게임이 개발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일부 게임 업계는 데이터 교환에서 위변조 방지에 용이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 중이다. 게임에서 이용하는 아이템에 고유번호를 부여해 희소성을 높이고 이를 가상자산으로 거래 및 유통하는 방식이다.

다만 실질적인 금전 거래가 이뤄질 경우 사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는 블록체인 게임 등 신기술 기반 게임 특성을 고려한 등급분류 세부기준을 마련하겠다고 공표했지만,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여전히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등급분류를 거부하기까지 했다.

빗썸 인수로 넥슨의 사업 개편이 이어져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익성이 낮은 관련 자회사를 흡수·합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7년 인수한 코빗의 경우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코빗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매출액은 37억원으로 전년 대비 231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76억원에서 136억원으로 증가했다.

코빗 관계자는 CNB에 “가상자산 거래소의 감사보고서는 특정 시점의 가상자산 시세가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사업 개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CNB=김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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