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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사회공헌②] 기업은행 ‘IBK희망디자인’, 백년 유산 수제화거리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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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1.01.01 11:38:56

전통은 살리고 간판은 갈고
소상공인 거리 ‘디자인 혁신’
“새얼굴 보자” 발걸음 이어져

 

염천교 수제화 거리에 있는 판매점 및 제작소의 간판 등 교체 작업 진행 전(사진 위)과 후 모습 (IBK기업은행 제공)

당장은 가치를 환산할 수 없다. 도시의 배경 곳곳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작업은 미래를 밝히는 일이다. 음습한 골목에 벽화 새기기, 공공시설물에 따스한 그림 덧칠하기가 대표적인데 변화는 천천히 일어난다. 침울했던 길이 환해지면 주민 불안이 덜어지고, 시설물 주변에 쌓이던 쓰레기는 점차 사라진다. CNB가 기업들의 이 같은 ‘디자인 사회공헌’을 연재하고 있다. 두 번째는 전통 어린 소상공인의 터전에 ‘현재’를 덧입힌 IBK기업은행이다. (CNB=선명규 기자)

[관련기사]
① KCC의 붓질, 거리 곳곳에 소방관 세우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 염천교 수제화 거리(중구 중림동)를 미래유산으로 지정하면서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일제강점기부터 형성된 90여년 역사의 구두 전문 거리’이자 ‘한국 구두산업의 산역사’이기 때문에 보존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장수의 의미는 충분히 널리 인정받았다.

그런데, 공인과 보전도 좋지만 살펴볼 것이 있다. 오랜 전통을 머금는 데에는 대가가 따른다. 시간은 흐르면서 고고한 주름살이 되어 피어올라 존재감을 나타내고야 만다. 보존된 역사에 필연적으로 들러붙는 ‘노후’라는 이름으로.

그러니, 의문이 들고 욕심이 생길 수밖에. 그 딱지를 떼어낼 순 없을까? 익은 것은 남기고 낡음만을 버릴 순 없을까? 지나간 발자취는 내공으로 간직하게 둔 채 겉으로 드러난 세월의 흔적만을 곧게 펴는 작업이 2019년에 있었다. 그해 9월 기업은행이 ‘IBK희망디자인’ 사업의 일환으로 이 거리에 있는 수제화 판매점, 제작소 등 45곳의 간판과 차양을 새롭게 디자인한 것이다.

약간의 꾸밈이 일으킨 변화는 크다. 멀리 떨어져 한눈에 담아 보면 늘어선 가게들의 개성이 또렷이 두드러진다. 과거와 비교하면 서체는 정비되고 채도는 높아졌다. 무뚝뚝했던 영문과 동일 폰트를 적용한 듯 일관됐던 한글 간판은 자유분방해졌다. 모호했던 색은 보다 강렬해지기도, 다른 주인을 만나 때로 다정해졌다. 전체적으로 통일성이 엿보이지 않아 역설적으로 거리의 미관이 살아난다. 일관되지 않은 얼굴들이 모였는데 예사롭지 않게 조화를 이룬 셈이다. 깊게 둘러진 나이테가 현재와 어울리는 디자인과 만나 회춘했다.

거리의 얼굴이 젊어지자 이를 보려는 외지인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이곳 터줏대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염천교 수제화 거리에 있는 이태리제화 고기황 명장은 CNB에 “간판 교체 작업 같은 변화가 이뤄졌다는 내용이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찾아오는 사람이 늘었다”며 “거리가 정돈되고 깔끔해져서 상인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오른쪽)이 지난 9월 'IBK희망디자인' 사업으로 새롭게 탈바꿈한 전남 구례 5일시장에서 과일을 구입하기 전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IBK기업은행)

 


외관 교체로 상권 활성화 효과



나이 먹은 거리의 의젓함은 살리고 표면을 다듬었을 뿐인데 상권에 활기가 돋는다. 기업은행 디자인경영팀의 재능기부로 이뤄지는 ‘IBK희망디자인’은 이처럼 소상공인들의 간판과 로고(BI)를 무료로 디자인‧제작‧설치해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이다. 지난 2016년 첫 붓을 든 이후 현재까지 소상공인의 103개 터전을 지원했다. 전국의 중후한 상권이 도화지였다.

지난해 9월에는 1959년생인 ‘구례 5일시장’의 시간을 되돌렸다. 올해 여름 수마가 할퀴고 간 이 시장의 전면간판과 차양막을 새로 제작해 교체하는 것으로 새살을 덧입혔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당시 추석을 앞두고 호남 소재 영업점 직원들과 함께 이곳을 찾아 명절에 나눌 과일을 직접 구매하기도 했다.

 

대구 대신동 양말골목 상인들이 '달구양말'브랜드 로고와 명칭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IBK기업은행)

지난해 말에는 1970년대 본격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대구의 대신동 양말골목을 찾았다. 19개 점포의 오래된 전면간판을 새롭게 디자인해 바꾸는 것은 물론 사람들이 찾을만한 요소도 꾸렸다. 입구에 골목을 알릴 수 있는 홍보부스를 만들고 포토존 역할을 하는 벽화를 조성한 것이다.

이에 더해 ‘달구양말’이란 브랜드를 만들어 상인들이 판매할 수 있도록 공동 사용권도 제공했다. 달구양말의 첫 제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병원인 대구 동산병원 의료진과 환자에게 기부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IBK희망디자인’으로 소상공인,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좋은 사례를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성장 발판이 필요한 청년·창업기업, 사회적기업 등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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