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맞춰 新전략 수립
대규모 신작 앞세워 흥행몰이 계속
中시장 재개방 기대감에 한껏 들떠
올 한해는 코로나19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뀐 시기였다. 게임·이커머스 등 언택트(비대면) 업종이 기지개를 편 반면 유통·제조 등 전통적 산업군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본격적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는 새해에는 산업별 양극화가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이에 CNB가 업종별로 올해를 결산하고 새해를 전망하고 있다. 이번 편은 비대면 효과로 역대급 호황을 누린 게임업계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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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게임업계는 탄탄한 성과를 이어가면서 최대 호황을 누렸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효과를 제대로 본 것이다.
먼저 ‘빅3’로 불리는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는 1~3분기 누적 매출만으로 지난해 연간 성적을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3사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넥슨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2조5323억원, 누적 영업이익 1조71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7%, 6.5% 늘어난 기록을 달성했다. 엔씨소프트의 매출액은 같은 기간 동안 무려 59% 증가한 1조8548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97.8% 증가한 6681억원을 기록했다. 넷마블은 누적 매출액 1조8609억원, 영업이익 1895억원을 달성, 전년 대비 각각 14.6%, 25.1% 늘었다.
중견 게임사들도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뒀다.
크래프톤은 1~3분기 누적 기준으로 매출액 1조2370억원, 영업이익 6813억원을 달성하면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성장했다. 펄어비스는 누적 매출액 383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373억원을 기록하면서 10%대 이상 증가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누적 매출액 3585억원, 영업이익 500억원을 달성하며 지난해보다 각각 24%, 98% 성장했다. 게임빌은 누적 매출액 1096억원을 달성하며 지난해보다 22%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22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게임업계의 실적 향상은 늘어난 비대면 수요 덕분이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의 캠페인 일환으로 게임을 권장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보며, 게임 이용량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수혜를 입은 것.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게임이용자 실태를 분석한 ‘2020년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게임 이용시간이 늘었다고 답했다.
새해 3대 키워드는 신작·중국·콘솔
새해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까?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게임사들은 대형 신작 출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넥슨은 내년 최고 기대작인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중국에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와 ‘마비노기 모바일’, ‘커츠펠’ 등 신작을 꺼내는 만큼 성장세가 꺽이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PC 게임 IP를 기반으로 제작 중인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앤소울2’, ‘아이온2’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트릭스터M은 지난달 말 사전 예약자 수 300만 명을 넘긴 상태며, 블레이드앤소울과 아이온 시리즈는 탄탄한 이용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넷마블은 내년 1분기에 ‘제2의 나라’를 출시하고, 상반기 중에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을 글로벌 출시한다. 2분기에는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이, 하반기에는 ‘마블 퓨처 레볼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신작 ‘세븐나이츠2’가 구글 국내 매출 2위를 기록하며 집중 조명을 받았던 것처럼 굵직한 신작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견 게임사들도 신작 게임 출시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크래프톤은 신작 ‘썬더 티어원’과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IPO(기업공개)의 토대를 다질 계획이다.
펄어비스는 내년 하반기에 대형 신작 ‘붉은사막’을 출시하며, 컴투스는 내년 1분기에 ‘서머너즈워: 백년전쟁’과 하반기에 ‘서머너즈워: 크로니클’을 내놓을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는 내년 2분기에 모바일 MMORPG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출시한다. 지난 10일 출시한 ‘엘리온’에 이어 MMORPG 퍼블리셔로 확실히 자리 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게임빌은 내년까지 ‘아르카나 택틱스’, ‘프로젝트C(가제)’, ‘프로젝트 카스 고’, ‘워킹데드 프로젝트(가제)’ 등 신작 4종을 내놓는다. 스마일게이트 RPG도 ‘아마존 게임즈’와 북미·유럽 독점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고 자사의 핵심 타이틀 중 하나를 내년까지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4년만의 중국 판호 발급 ‘환호’
중국의 판호(서비스 허가권) 발급과 콘솔 게임 시장 개척도 게임업계의 성장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판호란 게임이나 서적 등 출판물에 사업 허가를 내주는 일종의 고유 번호다. 중국은 지난 2017년 3월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이 시행된 이후로 판호를 단 한 건도 내주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2일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에 판호를 발급했다. 약 4년 만에 한국 게임에 대한 한한령(한류 금지령)을 풀은 것이다.
판호 재발급 신호탄에 국내 게임업계는 환호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CNB에 “4년만에 중국이 판호를 발급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며 “세계 최대 시장 규모를 가진 중국 시장이 재개방되면 국내 게임업계의 중국 진출이 더욱 치열해지고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체 판호 발급 건수가 줄어든 만큼 중국 수출길이 완전히 열렸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또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게임 규제를 공식적으로 완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속단할 수 없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콘솔 시장 개척 움직임도 주목할만하다.
그간 국내 게임사는 PC, 모바일에 밀려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닌텐도 등 콘솔 분야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 게임사들은 해외 시장 공략을 목표로 콘솔 시장 개척에 나섰다. 콘솔을 발판삼아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원을 창출하고 영향력을 확장하겠다는 것.
넷마블은 닌테도 스위치 게임 ‘세븐나이츠 타임원더러’를 지난달 출시했고, 엔씨소프트도 ‘퓨저’를 내놓으면서 북미·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넥슨과 펄어비스, 크래프톤 역시 콘솔 타이틀 출시를 앞두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세계 게임 시장과 비교해 아직 작은 시장이지만, 국내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연평균 20% 이상 성장해왔다”라며 “유의미한 성장을 지속해감에 따라 새로운 먹거리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모바일 게임을 PC나 콘솔로 플레이할 수 있는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도 콘솔 시장의 성장 요인 중 하나다. 이진만 SK증권 연구원은 “클라우드, 크로스플레이, 신규 콘솔 등 플랫폼 경계를 허무는 기술 혁신과 IP 가치 증가 등으로 긍정적인 전망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CNB=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