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돈이 안 되는데 뭐하러 하겠어요”
최근 만난 게임업계 관계자에게 ‘국내 게임사는 왜 콘솔 게임 개발에 소극적이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면 수익성이 높지 않겠냐고 되묻자, 그는 속 편한 소리 하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개발 난이도가 높아 게임 출시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요. 그 시간 동안 투입되는 비용이 어마어마합니다. 콘솔 게임 개발자도 부족한 상황이어서 인건비도 엄청나고요. 게임사 입장에선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이죠. 국내 게임사가 콘솔 게임 개발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큰 모험입니다. 특히 중소 게임사는 꿈도 못 꿔요. 훨씬 편한 모바일 시장 두고 굳이 가시밭길을 걸을 이유가 있을까요?”
폭풍처럼 쏟아낸 그의 솔직한 답변을 듣고 살짝 서글펐다. ‘국산 콘솔’이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 잡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게임사들이 모바일 게임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이 안타까웠다.
실제로 국내 게임사가 콘솔 게임을 개발해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성공 사례가 부족하다 보니 수익성을 예측하기도 힘들고, 투자를 받기는 더욱더 어렵다. 성공 확률이 더 높은 모바일 게임 시장 대신 굳이 콘솔 시장을 택할 이유가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국내 게임 시장에서 콘솔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 문체부가 발간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콘솔 게임 시장 점유율은 3.7%에 불과하다. 모바일게임 점유율(53.7%)과 PC게임 점유율(40.5%)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글로벌 시장에서 콘솔이 차지하는 비율이 33%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기형적인 구조라 할 수 있다.
그나마 주요 게임사들이 콘솔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은 위안이 된다. 엔씨소프트의 ‘퓨저’, 크래프톤의 ‘테라’와 ‘배틀그라운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넷마블의 ‘세븐나이츠 타임원더러’, 라인게임즈의 ‘베리드스타즈’ 등은 이미 콘솔 플랫폼으로 출시돼 서비스 중이다.
내년에는 넥슨의 ‘카트라이더:드리프트’, 엔씨소프트의 ‘프로젝트TL’,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X’, 시프트업의 ‘프로젝트 이브’ 등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콘솔 황무지’를 개척하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멀티플랫폼 지원을 발표하며 플랫폼의 경계를 허무는 움직임조차 국산 콘솔 게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준다. 콘솔 게임 유저 입장에서는 불모지에 꽃을 피우기 위한 이들의 행보가 고맙기만 하다. ‘개척자’인 국내 콘솔 개발업체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CNB=김수찬 기자)